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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28)| 여기, 행복한 실천의 대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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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의 경영 탐문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009회 작성일 2018-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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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손인식의 經營 探聞 (28)
 
여기, 행복한 실천의 대가가 있다
 
- 실천궁행의 대가 이담 김행일의 자기 경영 -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교육방법을 ‘산파술’이라 칭했다. 왜 그렇게 이름 지었을까? 그의 어머니가 산파였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가 쪼고 다듬어 형체를 드러내는 조각가였기 때문이다. 실천 강조가 바탕인 소크라테스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산파는 아기 탄생의 특급 도우미다. 경험이 많고 노련해야 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산파가 아무리 노련해도 아이는 산모가 낳는다고 강조했다. 그렇다. 아이는 산모가 낳는다. 초산 때는 경험 한번 없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 출산을 감행한다. 소크라테스가 세상사람 모두 산모가 되기를 바란 이유일 것이다. 그는 누구나 산모와 같이 위대한 창조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는 누구에게나 기쁘게 산파역을 자청했다. 항상 무료로.
 
창조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그 창조의 바탕이 실천이다. 아이의 잉태도 실천의 결과 아니랴. 그러니까 실천은 사람 삶의 참다운 주체다. 실천 예찬은 아무리 많아도 넘치지 않으리라. 작건 크건 생각한 바를 실천하는 이는 행복하리라. 실천을 즐기는 이는 항상 오늘이 즐거우리라. 생각을 마음에 담아두거나 지식으로 쌓지만 않고 현실로 일구는 이는 늘 스스로 기쁘리라.
 
아름다운 가을 소식
 
이담 김행일(57, 이하 이담), 그에게서 가을 소식이 왔다. 결실의 향내 물씬 풍기는 가실 소식이 왔다. 이담은 무더위가 한풀 꺾인 지난 8월 부인과 함께 한국으로 날아갔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는 한반도에 한파가 몰아닥치기 전 부인과 함께 돌아온다. 따뜻한 남방의 나라 인도네시아로. 한국에 도착하면 그는 세 곳을 바쁘게 오간다. 성장한 두 딸과 함께 사는 서울 집이 본거지다. 주로 머무는 곳은 남양주 전원주택이다. 그리고 신안군 도초도 고향 집도 오간다.
 
“텃밭에 심은 배추와 무, 갓, 고추 등이 잘 자랐습니다. 엊그제 심은 것 같은데 벌써 거둘 때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 틈틈히 여행도 하고 고향에 가 친구들 만나 제철 회도 즐기고 왔습니다. 이제 추수 끝내면 겨우내 비워 둘 집 채비 잘해놓고 12월 초 인도네시아로 날아가겠습니다.”  
 
▲ 남양주 수동 계곡 산허리에 자리 잡은 내승재
 
▲ 남양주 수동 계곡 내승재 앞을 흐르는 계곡
 
▲ ▼멋지게 현판을 내 건 내승재
 
 
이담은 봄가을이면 선뜻 농사꾼이 된다. 웬만한 사람은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수고를 그는 몸으로 즐긴다. 마음이 가는 곳에 실천을 이끌고 뛰어든다.
 
그는 몇 년 전 남양주 수동계곡 풍광 좋은 곳에 전원주택을 마련했다. 수려한 주금산을 앞산으로, 왼쪽엔 철마산, 오른쪽엔 축령산을 거느린 곳이다.
 
장년 남자들에게 전원주택은 로망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애물단지 되기에 십상인 것이 또한 전원주택이다. 귀농과 같이 계획하고 준비한 전원생활도 종종 실패 사례가 드러난다. 철 따라 또는 주말을 즐기기 위한 전원주택은 낭패에 도달할 가능성이 더 높다. 얼마 아니 가서 큰 수고가 뒤따르는 것임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이상과 현실의 극명한 차이를 맛보고 나면 물러서는 경우 비일비재할 수밖에.
 
그런데 이담은 다르다. 버려졌다 싶던 전원주택을 사들이자마자 면모를 일신시켰다. 쑥대밭이던 텃밭과 마당을 역할에 맞게 손수 정리했다. 집 이름을 내승재(內勝齋)라 지었다. 지역과 자신의 이미지를 고려한 당호다. 처마엔 멋진 현판도 붙였다. 멋과 정취, 가꾸고 거두는 성취가 넘치는 빛나는 곳으로 바꿔놓았다.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전원주택을 반대하던 그의 부인도 이제는 함께 즐기는 조력자가 되었다. 그리고 몇 년을 지낸 지금 그곳으로 인해 또 다른 새로운 꿈을 꾼다. 일 년의 반을 인도네시아에 살면서도.
 
청춘을 불사른 또 다른 고향 인도네시아
 
“저희 부부에게 인도네시아 인연은 참 특별합니다. 젊음을 불사른 곳이지요. 꿈을 펼치고 일군 곳입니다. 두 딸을 충실히 교육한 곳이고요. 제 고향 신안과 인도네시아는 닮은 곳이 몇 가지 있습니다. 신안은 1천 개가 넘는 섬이 모인 곳입니다. 인도네시아는 1만 8천 개를 헤아리는 섬나라고요. 신안을 일명 천사(1004)의 고장으로 부르는데 인도네시아도 천 개의 섬이 모인 곳(Pulau Seribu)이 있고 휴양지로 유명하죠.”
 
이담은 1990년 의류회사 주재원으로 인도네시아와 인연을 맺었다. 현장에서 뛰고 다듬기가 꼬박 11년, 그리고 2001년 의류회사 <리더스월드>를 창업했다. 이후 대표이사로서 경영에 몰두한 것이 12년. 그의 젊음을 다 쏟은 곳이 인도네시아다. 많은 것을 얻은 바탕이기도 하다. 이런 몇 가지 분명한 이유로 이담은 인도네시아를 또 다른 고향으로 여긴다.
 
“한국에서 태어난 큰딸은 한 돌이 지날 무렵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자랐습니다. 둘째 딸은 인도네시아에서 태생이고요. 지금 스물아홉 살 큰딸은 공부를 즐겨서 지금 박사 과정에 있습니다. 스물여섯 둘째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둘 다 매일 자정이 넘어야 집에 옵니다. 부모로서는 둘 다 안쓰럽지요. 그러나 하고자 하는 바를 열심히 잘하니 대견스럽습니다. 둘 다 실천형이어서 틀림없이 나름 바라는 바를 이룰 것으로 믿습니다.”
 
그는 50대 초반 사실상 일터를 떠났다. 사회 진출의 첫 관문이자 일관한 직업이던 의류업을 툭 떨쳤다. 나이 40 언저리에서 창업해 12년 땀으로 일군 회사를 과감히 정리했다. 일상이던 경영을 접고 일명 백수라는 또 다른 일상으로 돌아갔다.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50대 이후 다르게 살아보겠다는 계획과 의지가 없었다면 하기 어려운 실현이었다.
 
“모든 일을 은퇴한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즐기면서 하자는 의미가 더 강합니다. 업계와는 계속해서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회사를 정리한 이후에도 일정 기간 계약제 경영 컨설팅을 했고요.”
 
 
▲ ▼ ▼전라남도 신안군 도초도 마을 전경 
 
 
 
▲ 고향맛 물씬 나는 도초도의 낙지탕
 
▲ 고향의 벗들과 라운딩을 즐기는 이담과 김인애 여사
 
더불어 즐기려는 마음
 
행복의 원천, 돈일까? 아니라는 거 세상이 다 안다. 이담 또한 단숨에 고개를 젓는다. 돈이 많고 적음, 지위가 높고 낮음 또한 행복의 정도가 다르지 않다는 것 느끼는바 다 같다. 누구나 오직 자기 현재에 만족하느냐 아니냐일 뿐이다. 자기가 가진 것이 작든 크든 명예가 높든 낮든 그 가치를 어떻게 여기고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이담은 돈이나 명예의 귀결은 오직 마음의 향배라고 말한다. 바로 오늘을 사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따르는 실천이라는 것을 그는 행동으로 드러낸다. 그는 말 수가 매우 적다. 한 잔 술, 차 한 잔을 나눌 때도 상대방의 말 듣기가 취미다. 골프 라운딩을 할 때도 그는 자기 플레이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다. 역시 빛나는 것은 마음의 향배에 따른 그의 실천.
 
이담은 누가 취미를 물으면 선뜻 여행이라 말한다. 젊은 시절부터 틈이 나면 여행을 즐겼다. 결혼 후부터는 그의 아내와 함께 즐기고, 두 딸이 성장하고 대학생일 때까지는 가족여행을 즐겼다. 함께 어울려 세계 곳곳을 다녔다. 두 딸이 더 바쁜 지금은 부부 여행을 만끽한다. 인도네시아와 한국을 함께 오가는 것도, 6개월씩 한국과 인도네시아에 나눠 사는 것도 여행이라면 여행이다.
 
  ▲ 여행 중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이담의 가족 
 
▲ 여행 중 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를 배경으로 부인 김인애 여사와 
 
“여행은 행동이잖아요? 행동하면서 느끼는 것이 저는 참 좋습니다. 저는 거창하게 멀리 떠나는 것만이 여행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는 곳마다 다른 문화와 역사,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다름을 체험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은 여행의 큰 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예는 매우 특별한 취미이자 마음 여행입니다. 번거로움 없이 자유롭고 폭넓게 마음을 다지는 아주 좋은 여행 방법입니다.
 
작품의 소재를 찾기 위해 고전을 읽거나 한시를 읽는 것은 제게 참 많은 식견을 쌓게 합니다. 성경 몇 줄 읽는 것도 작품 소재를 찾기 위해 읽을 때 매우 새롭다는 것을 느낍니다. 작품을 위해 연습을 하고 창작할 때도 특별한 경험입니다. 선질의 다양함과 구성의 다양함, 글씨체마다 드러나는 다른 느낌 등 신선한 세계 넘칩니다. 서예는 이제 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그의 서예에 관한 집중력은 놀랍다. 나이 50에 들어서면서 취미로 시작한 서예 성과가 이미 상당한 경지다. 2018년엔 사단법인 한국서예협회 서울지회가 주최하는 서울서예대전 초대작가 반열에 올랐다. 총 5회 입선과 특선 2회를 통해 협회가 정한 점수를 채웠다. 한국의 수많은 서예 공모전 중 권위를 인정받는 대한민국서예대전도 벌써 입선 4회 성과를 올렸다. 인도네시아 한인 서예동호회 <자필묵연> 입문 이후 정기전에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으며, 각종 그룹전에 꾸준히 참가하며 경험과 창작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남편은 어디론가 떠나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신혼 때도 아이들을 기를 때도 틈만 나면 다녔어요. 그런데 서예에 입문하면서부터 다른 목적이 생긴 것 같아요. 심지어 운전하면서 잠시 멈출 때면 한 손으로 글쓰기 연습을 하거든요. 때마다 전시와 공모전을 통해서 달라진 성과를 잘 드러내니 옆에서 보기에도 참 좋아요.”
 
이담의 부인 김인애 여사 말이다. 부인의 말 속에서 이담이 얼마나 서예를 즐기고 몰두하는가를 잘 알 수 있다. 서예는 이담에게 자연을 즐기는 영역도 넓혀주었다. 남양주 내승재와 도초도 고향 집에 지인들이 함께 즐길 공간을 마련하고자 구상한 것도 서예가 그 발단이다.
 
▲ ▼ 2018년 서울서예대전 시상식장에서 특선자로서 대표 수상하는 이담 김행일 
 
 
“자연을 싫어하는 사람 없다고 봅니다. 다만 상황이 따르지 않을 뿐이지요. 제가 지인들과 더불어 즐길 공간을 마련하려고 하는데 서예가 그 근거가 되었습니다. 내승재와 도초도에 작은 전시장도 만들고 체험실도 꾸며 문화를 함께 즐기는 쉼터를 마련하려는 것이지요.”
 
더불어 즐길 공간 마련 계획을 밝히는 그의 얼굴에 행복이 넘친다. 남양주 내승재는 서울에서 가까운 것이 장점이다. 수동 계곡이 깊어 사계절 별천지 느낌 물씬하니 더욱 좋다. 심신을 가꾸기에 좋은 조건이다. 주변에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도 장점이다. 신안군의 도초도는 서울에선 먼 곳이지만 나름의 장점이 많다. 천일염, 마늘, 새우젓, 섬초, 김, 낙지, 감태, 병어 등 특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특히 천일염과 겨울 시금치 섬초가 유명하다.
 
“크고 작은 많은 섬이 서남해안 바다를 촘촘하게 수놓고 있는 곳이 신안군입니다. 섬들의 은하계라고 불리죠. 이곳이 정부 계획에 의해 놀라운 변화를 하고 있습니다. 섬들의 은하계인 신안 바다 섬과 섬 사이에 하나하나 다리가 놓이는 것입니다. 26개 교량을 목표로 차례로 섬들을 연결해가고 있어요. 다리 총 길이 약 41㎞인 대역사이죠.
 
별처럼 늘어진 섬들을 연결한다 해서 ‘신안의 오작교’라고 합니다. 칠석날 단 하루 연결되는 오작교가 아닙니다. 일 년 내내 끊어지지 않는 튼튼한 오작교들이 섬을 육지로 만들면 그야말로 신안은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이런 고향에 나름 문화 명소를 하나 설립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아닐까요?”
 
소신대로 살며 행동으로 실천
 
이담에게 고향 도초도는 가난을 안겨준 곳이다. 맘껏 꿈을 펼칠 배움의 기회를 넉넉하게 부여한 곳이 아니다. 일찍 고향을 떠나게 했다. 독학하게 했다. 사업도 오직 자력으로 펼칠 수밖에 없는 배경이었다. 그러나 이담은 과거를 돌이켜 아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사해한다.
 
“드넓은 바다에서 흔들림 없는 깊이를 배웠습니다. 안온한 고향 기온에서 은근함을 익혔습니다. 어려운 환경이었기에 지금 더 감사한 삶을 삽니다. 제가 한국에 가는 것은 수고로움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고향 집에 가려면 차를 차고 배를 타고 다시 차를 타야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시골집이라 불편한 점도 많습니다. 남양주의 내승재도 마찬가집니다. 도착하는 즉시 팔을 걷어붙여야 합니다. 가다듬고 일을 해야 하는 불편한 곳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오히려 제게 활력을 주는 요소들입니다. 저는 아내와 가끔 이야기합니다. 기회가 되었다면 군인이 되었을 것이라고요. 그래서 다시 태어난다면 사관학교를 갈 거라고 이야기하지요^~^. 혹 모르죠. 다른 어떤 전문가의 길을 갔을지~”
 
세상에 만약은 없다. 그러나 그의 실천력이면 틀림없이 훌륭한 군인이 될 것이다. 그의 행동력과 집중력이면 어떤 전문가의 길을 걸어도 괜찮은 업적을 남길 것이다. 그에겐 소크라테스와 같이 주변의 산파역을 매우 즐겁게 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오늘을 행복하게 꾸밀 줄 아는 산모와 같은 창작자다.
 
누구에게나 어려움이 닥친다. 그러나 이 또한 반드시 지나간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누구나 어려움을 벗어나고자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마음과 생각만 있고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세상일에 속박됨이 없이 소신대로 살기(悠然自適) 절대 쉽지 않다. 즐기는 일마저 몸소 행동으로 실천(實踐躬行)해야 한다. 유연자적하며 실천궁행하는 이담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그에게 한 수 잘 배웠다. 그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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