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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길동무의 영국여행 ①] 코츠월드의 천년된 자연마을에서 쓴 서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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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5,200회 작성일 2019-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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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동무의 영국여행 ①>
 
코츠월드의 천년된 자연마을에서 쓴 서정시
 
산나루 서생
 
그날 저녁식사는 그냥 한 끼 식사가 아니었습니다. 꿈 속 같은 이벤트였다고나 할까요? 서정시 한편 빚어 흐르는 시간에 띄웠다는 게 더 어울리겠네요. 세월이 빚은 고풍 덕지덕지 쌓인 곳이었죠. 레스토랑을 개장 했다는 서기 947년 글자가 철간판에서 빛나더군요. 그러니까 천년을 훌쩍 넘긴 레스토랑이 우리를 반긴 겁니다. 그 이름 포치하우스(THE PORCH HOUSE). 영국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설명에 왜 그렇게 오래된 것이 존경스럽던지요. 그래 거기도 인걸은 간 데 없었어요.
 
거기 천 년 전 사람들 어떻게 웃었을까? 궁금했는데 천년을 지탱한 레스토랑이 통째로 마음씨 좋은 얼굴로 웃고 있더군요. 전통이란 옷을 입고 아름답게 웃는 거예요. 기둥이며 벽면 장식품들이 다 그 레스토랑을 지탱한 그들의 미소로 일군 도타운 역사였어요.
 
 
호구조사원들처럼 마을의 가가호호를 돌았습니다. 옛 사람들 숨결이 집과 마을로 살아있더라고요. 세월이 만든 고풍처럼 흉내 내기 어려운 것도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데요. 바로 거기선 그것이 죄다 그냥 그대로 영국다움이다 라는 생각만 들었어요.
 
바람처럼 왔다가 또 떠날 우리는 이방인, 그래서 바로 그 한자리에서 지켜낸 천년의 역사를 경외하는 마음 참 컸습니다. 하여 그 저녁을 영국 일주 여행 이야기 첫 자리에 올립니다.
 
스토우 온 더 월드(Stow on the wold)라 했습니다. 레스토랑 포치하우스가 있는 자연마을 이름이 그랬어요. 뜻이 ‘양들의 우리가 있는 언덕’이라고 하더군요. 코츠월드(Cotswold)에는 무려 100여개의 자연 마을이 있는데 그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코츠월드의 위치는 잉글랜드 남서부 지역입니다. 역사와 전통, 그리고 자연이 조화를 이룬 전통 마을들이 군집한 곳이죠. 이 지역은 영국의 은퇴한 이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 중 손꼽히는 곳이랍니다. 실제 마을 주민 대다수가 은퇴자들이라 했고요.
 
더딘 걸음의 석양 때문에 마을길이 수줍음으로 붉었어요. 그래서 마을길을 더듬는 우리 일행의 웃음소리가 더 찰랑찰랑 또르르또르르 골목길에 나뒹굴었습니다. 그 작은 마을과 만난 그 저녁은 여행 이틀 째였습니다. <길동무>란 이름으로 뭉친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국인 다섯 부부의 영국일주 13박 15일 나들이, 특별히 <감성 여행>이라고 이름을 붙였었습니다.
 
여행지를 꼼꼼히 선정한 길동무 길대장의 이유 있는 작명이었는데 이 여행기가 계속되는 동안 하나씩 둘씩 그 이유가 풀려날 것입니다.
 
두 번째 저녁, 그래서 아직 떠나올 때 들뜬 마음이 식지 않았는데, 전통 마을에 쌓이고 쌓인 두터운 시간이 자아낸 설렘에 그만 조용히 묻히고 말더군요. 감탄사로 배불리고 이리저리 부딪친 와인 잔 소리에서 향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던 그 저녁은 정말 다섯 부부가 합작한 서정시가 분명했습니다.
 
길동무들 힐링의 문이 사정없이 열린 곳은 한 시간여 전 여장을 푼 코츠월드의 호텔(WYCK HILL HOUSE)부터였습니다. 멀리서 날아온 조금은 지친 나그네들을 참 예스럽고 아취 넘치게 보듬어 주던 호텔입니다. 마을 숲 속에 자리 잡은 궁성 같은 곳이었어요,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을 클래식의 도도함으로 이끌던 유서 깊은 칼리지 같던 집이었죠, 뷔페식을 겸한 주문식이 특이함을 보탰었고요. 품격을 갖춰 손님을 맞이하려는 전통미 짙은 아름다운 돌집 그 호텔이 오늘 또 그립습니다.
 
힐링 세례는 그 다음 날도 이어졌습니다. 길동무는 오전 이른 시간, 대지에 자상하게 퍼지는 햇살을 따라 또 하나 자연마을을 찾아갔습니다. 코츠월드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버튼 온 더 워터(Burton on the water)입니다. 마을의 큰길을 따라 흐르는 작고 예쁜 강, 이 때문에 이 마을을 리틀 베니스라 한다더군요. 강을 가로질러 놓인 아치형 돌다리들이 예뻤어요. 마을이 한 폭의 그림으로 완성되는데 그 작은 강의 몫이 크다는 것 단숨에 알겠더라고요.
 
맑게 흐르는 물 위에서 노니는 오리들, 그들의 바쁜 발짓이 우리에겐 마음에 평화를 준다 싶어 고맙더군요. 집과 집들 숨은 듯 드러나며 고전미를 뽐내니 탄성소리와 발걸음이 박자가 맞았어요.
 
골목을 하나 더 돌아들 때마다 거기 또 다른 매혹이 유혹을 멈출 줄 모르더군요. 고즈넉한 돌담 길~ 허름해서 더욱 빛나는 것들도 참 많다는 것 바로 거기에 생생했어요. 골목길 안 꽃 장식을 두룬 집 창문 아래에 나무 의자가 꼬질꼬질하더군요. 세월의 때가 이미 벗겨낼 수준을 넘어선 거예요. 그 세월의 때를 입은 의자, 여행자들 일상의 때를 싹 씻어주는 아름다운 때밀이였어요.
 
사진 몇 장 밖에 더는 아무 것도 가져올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마음을 덜어놓고 와야 했어요. 그러나 이렇게 몇 줄 글로 추억할 수 있어서 여행은 참 즐겁습니다.
 
세 번째로 찾아간 자연마을은 바이버리(Bibury), 점입가경이란 이를 두고 한 말일 겁니다. 분명 첫 방문이었거든요. 그런데 자꾸만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어지럽히는 겁니다. 그래 어디선가 사진으로 봤던 겁니다. 와본 적 없이 더러 미니어처로 봤던 집들이 바로 거기 짠하고 나타났어요.
 
 
함께 어우러진 자연 경관, 분명 비경은 아니었어요. 산모퉁이를 돌아들면 흔히 있을 법한 아담한 풍광이 사는 곳, 그저 순박하고 다소곳하고 또렷하고 뭐 그랬지요. 19세기를 대표하는 작가 윌리엄 모리스는 바로 이 마을 바이버리를 두고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 했다더군요. 그래요 맵고 짠 양념이 필요하지 않은 말 ‘아름다움’이란 단어가 딱 적격인 마을이었습니다. 마을 아우르며 흐르는 귀여운 물길이 이 마을에도 있었어요. 이름 하여 코른(Coln)강, 여기도 강 주인은 백조와 오리였습니다.
 
길동무는 바이버리에서 모두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갖은 포즈로 맘껏 화보를 찍었어요. 그런데 시간을 잊었습니다. 누구도 가야한다고 재촉을 안 합니다. 떠날 기미를 안 들어냅니다. 떠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언제 또 여기를 온다고~” 길동무 여행의 이 모토는 때마다 빛을 발합니다. 그래요 볼 것 다 보고 느낄 것 다 느끼고 가야합니다.
 
그래서 바로 그래서 길동무는 거기 또 하나 오래된 레스토랑과 만났습니다. 전통마을을 지키는 음식점답더군요. 수수하고 전통미 넘치는 메뉴가 다양했습니다. 맛깔 나는 향토 맥주도 청했습니다. 햇빛 밝은 마을길이 살랑살랑 맥주잔에 찰랑거렸습니다.
 
여행자에겐 그 나름의 운명이 있습니다. 마냥 머무를 수 없습니다. 다섯 부부만의 자유로운 여행이라지만 떠날 때는 떠나야 합니다. 또 다른 만남과 느낌을 위해. 길동무의 영국일주 감성여행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길동무의 마음을 쓰다듬어준 코츠월드여 안녕!
 
※ 이 영상은 2015년 7월 22일부터 8월 5일까지 영국을 여행한 다섯 부부의 여행모임 <길동무>의 여행기 첫 번째입니다. 길동무는 여행을 위해 뭉친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국인 다섯 부부입니다. 이 영상에 사용한 사진자료는 길동무 모두가 두루 촬영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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