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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430년 동안 매일 돈을 버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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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611회 작성일 2019-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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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년 동안 매일 돈을 버는 그림
 
산나루 작가
 
 
무려 430년 동안 매일 돈을 버는 작품이 있습니다. 돈이 뭔지 분명하게 가르쳐주는 그림이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흥미로운 작품 또 있을까요?
 
이 작품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돈을 가장 잘 쓰는 방법이 무엇일까? 돈을 통해 가장 아름답게 역사에 남는 방법을 제시하지요. 둘째, 돈을 버는 방법론을 명료하게 가르쳐줍니다. 돈 미워하는 사람 없죠?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이 모두 살펴보면 좋을 방법이 이 작품 안에 있습니다. 셋째, 이 작품은 창작인들에게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창작 방법을 제시합니다. 저 같은 작가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죠.
 
 
안녕하세요. 산나루 손작갑니다.
 
이 작품 궁금하시죠? 바로 엘 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입니다. 스페인 톨레도 대성당 옆 산토토메 성당에 걸려 있죠. 엘 그레코의 대표작 중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이 작품은 1323년 사망한 톨레도 지방의 귀족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에 관한 그림입니다. 이 작품은 정말 이야기가 많죠. 물론 작가 엘 그레코에 관해서도 이야기가 참 많고요. 저는 이 작품을 앞에서 밝힌 제 느낌 세 가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저는 2016년 이 작품 실물과 만났습니다. 여행 모임 길동무와 더불어 이베리아반도를 여행 중일 때였죠. 그때 제가 이 그림을 보기 위해 낸 입장료가 2.5유로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을 때는 하루에 5백 명을 헤아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입장료는 현재 이 성당의 유지 관리 재정에 절대적인 공헌을 한다고 해요. 이 그림이 앞으로도 언제까지 이 성당의 재정 담당 역할을 할지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제목으로 드러나는 오르가스 백작입니다. 오르가스 백작은 톨레도 지방의 귀족이었습니다. 1323년 사망했지요. 그는 일생동안 지역의 소외된 이들을 돕는 일을 그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성당에 재정을 지원하는 일도 멈추지 않았고요. 그는 남은 재산마저 가난한 성도들과 수도자들을 위해 쓰라고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가 죽은지 260여년 후 엘 그레코가 그의 장례식에 얽힌 전설을 그립니다. 당시 산토토메 교회 안드레스 사제가 의뢰했다고 해요. 이 그림은 지금도 여전히 백작을 기리기 위해 세운 교회 산토토메에 걸려 있고요.
 
대강이나마 그림 내용을 살펴봐야겠지요? 엘 그레코는 이 그림에서 지상과 천상을 한 화면에 그립니다. 그러니까 현실과 상상을 동시에 그렸지요. 그림 상부에는 천상의 세계를 하부에는 지상의 현실 세계를 그립니다. 상부 천상의 세계에는 예수님과 성모마리아, 천사들, 천국문의 열쇄를 든 베드로 성인을 그렸습니다. 죽은 오르가스 백작과 천상으로 오르는 그의 영혼도 형상화합니다. 아울러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작품에 적절히 등장시키죠.
 
그림 하부에는 작품을 의뢰한 안드레스 사제도 그려 넣습니다. 사제께서는 생전에 선행을 높이 쌓은 오르가스 백작이 천상의 세계로 인도되는 광경을 환희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죠. 작가 엘 그레코는 이 작품의 중요한 상징 중의 하나인 장례식의 조문객들을 잘 배치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천상과 천하의 합일을 시도합니다. 톨레도 수호성인인 성 오거스틴과 성 스테판 성인이 천상에서 내려와 죽은 오르가스 백작을 무덤에 안치하는 장면이 그것이죠. 엘 그레코는 과거와 현재의 합일도 시도합니다. 죽은 오르가스 백작의 옷을 보시죠. 이 갑옷은 엘 그레코가 살던 때의 화려하고 위엄 서린 갑옷입니다.
 
자세히 살펴봐야 할 부분이 바로 조문객들의 면면입니다. 엘 그레코가 그린 조문객들은 당시 스페인의 저명한 인물들이라고 합니다. 엘 그레코는 이 그림을 위해 실재 인물들을 일일이 찾아가 스케치했다고 합니다. 조문객 중에는 화가 자신도 있습니다. 백작과 동시대 사람은 아니지만 위대한 인물 오르가스 백작의 죽음을 애도하는 마음을 그렇게 드러냈겠지요.
 
 
그림에는 왼쪽 하단 (정면을 보는 어린 아이)그의 아들 호르헤이도 있어요. 호르헤이는 화면의 등장인물 중에 가장 어린데요 그의 주머니에서 삐져나온 손수건에 1578년, 즉 호르헤이가 태어난 해를 써넣어 슬쩍 시대를 들춥니다. 이 또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이 그림 한 점에는 아주 다양한 이야기가 중첩되어 있습니다.
 
자 함께 생각해보시죠. 엘 그레코는 왜 조문객을 자신이 살던 시대 명사들로 그려 넣었을까요?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림의 주제가 과거 전설이지만 바로 살아있는 사람 누구나 겪게 되는 사건임을 암시한다고 볼 수도 있고요.
 
저는 뭐니뭐니해도 관심을 끌기 위한 최고의 장치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 그림 속 인물들의 후손부터 지역 사람들, 성지 순례자들, 화가들, 문화 관련 종사자들까지도 끊임없이 찾아오게 하기 위한 장치 말입니다. 그 의도는 보기 좋게 성공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인걸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톨레도의 작은 성당으로 사람들이 줄을 이어 찾아오니까요. 그리고 이 작품 한 점이 두고 두고 산토토메 교회의 재정을 담당하고 있으니까요.
 
엘 그레코는 그림 속에서 가장 적은 나이의 어린이 손가락을 통해 감상자에게 오르가스 백작을 보게 합니다. 선행의 표상인 오르가스 백작을 강조하려 한 것이겠지요. 엘 그레코의 독창적 화풍이야 널리 아는 사실입니다. 파블로 피카소는 바로 엘 그레코의 작품을 보기 위해 마드리드 미술학교를 자퇴하고 톨레도를 학교 삼아 자주 다녔다고 합니다. 피카소에게 엘 그레코의 작품들은 그림으로 살아있는 참다운 스승이었을 것입니다. 하여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가 잘 아는 피카소 큐비즘의 원류를 엘 그레코의 화풍에 두는 것입니다.
 
자 이 작품을 통해 제가 느낀 세 가지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첫째, 돈을 가장 잘 쓰는 방법입니다. 바로 이 방법은 이 작품에서 아주 간단하게 그리고 명쾌하게 제시되죠. 오르가스 백작의 진실한 선행, 이것이 바로 그 하나이자 전부입니다. 가진 돈을 오르가스 백작처럼 활용하라는 것이죠. 유산 또한 오르가스 백작처럼 남길 것을 암시합니다. 곧 돈을 통해 가장 아름답게 역사에 남는 방법이 바로 이것임을 제시하죠.
 
둘째, 돈을 버는 방법 제시입니다. 세상 많은 일의 목적은 돈입니다. 목적을 감추고 명분으로 미화하려고 하지만, 돈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사람 사회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이요 중심입니다. 엘 그레코는 바로 그 돈의 역할을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과 연관시킵니다. 사후 세계에 관한 산 사람들 마음을 꿰뚫은 것이지요. 그리고 돈을 가진 지상의 중심인물들을 조문객으로 초청합니다.
 
세간의 시선과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이 곧 돈이 모이는 것임을 알려줍니다. 때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고, 때로는 조화해야 함을 그립니다. 하여 수백 년 한 자리에 걸린 이 작품 한 점을 통해 아주 태연자약하게 그때부터 지금까지 돈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현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셋째, 이 작품은 창작인들에게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강조합니다. 과연 창작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앞에서 살펴봤듯 창작에 관해 아주 독특한 정답들을 몇 가지 설정해놓고 있습니다.
 
창작이란 스토리임을 넌지시 제시합니다. 다양성을 강조하고 사실성과 상상력이 잘 어울려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진정한 창작이란 얼마나 큰 노력의 결과인가를 역설합니다.
 
이 작품 사진 촬영 지금도 금지일까요? 제가 거기 갔을 때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이 영상에 쓸 작품 사진이 없었어요.
다녀와서 여행기를 쓸 때 겨우 책에서 복사한 작품 사진을 도판으로 썼는데 해상도가 낮아서 이 영상에 쓰기엔 마뜩잖았습니다. 고심중이었는데 길은 있더라고요. 길동무 장마마이신 장 로사님이 해결하셨습니다.
 
1992년도 5월에 톨레도를 여행하셨던 친정 어머니 이경호 요안나 님께서 구하신 것이랍니다. 당시에도 사진을 못찍게 해서 이 복제 그림를 사셨다고 해요. 도움을 주신 장 마마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경호 요안나 어머니 항상 건강하심을 기도합니다.
 
이 영상 제작하면서 저도 목표 하나가 생겼습니다. 제 작품이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처럼 제 사후에도 오래오래 돈을 벌어서 좋은 일에 쓰였으면 하는 소망 말입니다. 열심히 좋은 작품을 창작해야 하겠습니다. 이 영상 또한 오랜 세월 남으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날마다 자기 생을 창작하며 삽니다. 생각을 실천하며 오늘을 살죠. 430여년 전에 그려진 위대한 창작품 한 점을 발칙하게 돈에 빗대 영상으로 전개한 이유입니다. 끝까지 시청해주신 분들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직 구독 안하신 분들 구톡 버튼 눌러주시고요 좋아요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이 영상은 이 작품 해설로는 많이 부족합니다. 좋은 자료들 많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에 관해 꼭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 덧붙이는 말 : 이 글은 아래 https://youtu.be/2ANtJhvf_eA 영상 내용을 고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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