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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루왁 커피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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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8,729회 작성일 2019-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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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왁 커피의 모든 것
 
산나루 작가
 
 
'코피'는 커피의 인도네시아식 발음입니다. 커피 종류 중 '코피 루왁'아시죠?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 만든 커피 말입니다. 이 코피 루왁(Luwak)이 참 관심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말 많고 탈 많은 관심을 딱 하나로 간추리면 좀 싱겁죠. 진짜냐 가짜냐 이거거든요. 진짜 가짜 시비는 귀한 것에는 늘 따라붙습니다. 그러니까 코피 루왁에 관한 시비는 사향고양이는 뭐 밤낮으로 커피만 먹고 똥만 싸느냐? 그렇게 많은 양의 사향고양이 배설물이 어디서 생겨난단 말이냐. 가짜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뒤따르는 말이 모 호텔에서는 코피 루왁 한 잔 값이 10만 원을 호가 한다더라 등.
 
안녕하세요? 산나루 손 작갑니다. 저는 평소 차를 즐겼어요. 그런데 지금은 커피를 매우 즐깁니다. 그러니까 7년 전 인도네시아 보고르 산동네로 이주한 이후에 완전히 바뀌었어요. 집을 짓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동네에 야생 커피나무가 많은 거예요. 몇 그루 구해다 정원의 정자 옆에 심었지요. 그런데 집 뒤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 산행을 하게 되면서 이 일대가 아주 오래전부터 엄청난 넓이의 커피나무 군락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지금도 야생 커피 군락지와 커피 농장이 몇 시간을 걸어도 끝을 볼 수 없으리만큼 펼쳐져 있습니다.
 
자 오늘 제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코피 루왁입니다. 따라서 코피 루왁의 생산 공장이라고 할 사향고양이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죠. 루왁은 사향고양이의 인도네시아어인데요. 이 마을 사람들은 무상(Musang)이라고도 부르더군요. 문헌에는 사향고양이과 동물이 무려 20여 종이나 된다고 해요. 사향고양이는 고양이과에 속하지만, 제가 보기에도 족제비나 몽구스 쪽과 가까운 것 같아요. 루왁은 쥐나 개구리, 병아리 등 작은 동물 사냥을 좋아하는데요. 산동네 주민 말에 따르면 밤중에 마을 집에 침범하여 큰 닭을 낚아채 가기도 한데요. 뱀을 잡아먹기도 하고요. 어쨌든 사향고양이는 인도네시아 산골 사람들에게 도움을 줍니다. 배설물을 모아 팔아 수입을 올리도록 해주니까요.
 
저도 루왁을 몇 번 직접 봤는데요. 정말 동작이 빠르더라고요. 커피나무가 군집한 곳을 등산할 때 누군가 어~ 루왁이다 하고 외치는 순간 벌써 저만치 달아납니다. 화면의 사진은 지금 제가 사는 마을 주민이 잡아 와 사지 않겠느냐고 보여준 루왁입니다. 이런 루왁이 한 번은 밤중에 우리 집 담장을 넘어와 진돗개들에게 잡혔어요. 또 한 번은 밤중에 진돗개들 짖는 소리에 긴박함이 느껴져 놀라 일어났더니 루왁 한 마리가 진돗개 무서워 내려오진 못하고 담장 용마루를 타고 바쁘게 오가더군요. 손전등을 비추며 소리를 질렀더니 줄행랑을 쳤습니다.
 
 
이 영상은 제 채널 구독자 3천명 달성을 기념으로 준비한 것입니다. 구독자 3천명이라~ 채널에 따라 참 미미한 성과일 수 있는데요. 능력도 부족하고 핸디캡 높은 제게는 이 숫자도 의미가 큽니다. 제게 큰 힘이 되어주시는 채널 구독자 여러분께 이 기회를 빌어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영상 10분을 훌쩍 넘기는 영상입니다. 그러나 끝까지 시청해주세요. 코피 루왁의 모든 것이 보상을 해드릴 겁니다.
 
여러분 코피 루왁 생산 농장 아시죠? 사향고양이를 잡아 가둬놓고 커피 열매를 억지로 먹여 코피 루왁을 생산하는 곳 말입니다. 뭐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인터넷으로 버젓이 농장을 공개하는 곳도 있고요. 세계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이런 사례를 신고해줄 것을 호소하더군요.
 
야생 사향고양이 배설물을 채취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커피나무 많은 곳을 산행할 때면 쉽게 배설물을 만나거든요. 밤사이 내린 비에 풀어 헤쳐진 것도 있고, 방금 배설했는지 촉촉한 것도 발견합니다. 물론 커피가 익을 시기의 현상이지요. 첨엔 산행하다 루왁의 배설물을 발견하면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한 것처럼 소리를 지르기도 했어요. 기껏 짐승의 똥을 발견하곤 환호하며 정성을 다해 봉지에 넣으며 한바탕 웃곤 했지요. 냄새요? 별로 없어요. 불쾌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루왁이 은밀한 곳에 가서 배설하지 않고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나 바위 위, 쓰러져 있는 나무 위 등 발견하기 쉬운 곳에 실례한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배설물을 채취하기 좋게 하려고 도와주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이유야 간단하죠. 아주 원초적인 해석인데요. 사람이나 짐승이나 배변을 하려는데 항문에 거치적대는 긴 풀이 있는 곳이 좋을 리 없잖아요? 풀이 거치적거리면 대변이 나오려다가도 도로 들어갈 테니까요?
 
동물 단백질을 좋아하는 루왁은 배가 부르면 소화를 돕기 위해 커피 체리를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사향고양이는 잘 익거나 당도가 높은 커피 열매를 골라 먹겠죠? 커피 체리의 과육은 소화 성분이 많지만, 그 알맹이 즉 씨는 소화가 잘 안 되나 봅니다. 사향고양이 배속에서 약간 숙성이 되고 쓴맛이 제거된 채 배설이 되는 거죠. 그것을 추출해서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마시는 것이 호사가들의 기호를 자극하는 코피루왁이고요.
 
저는 지금 매혹 넘치는 커피 꽃 향을 누릴 수 있는 곳에 삽니다. 루왁의 배설물 즉 코피 루왁의 생생한 생산 현장을 체감하며 살지요. 그래서 그간 이에 관해 다섯 번의 글을 썼어요. 오마이 뉴스에도 실었고 다음 블로그, 그리고 영상으로도 유튜브에 업로드 했어요.
 
제가 속한 인도네시아 한국인 산악 모임 산빠람 팀원들은 커피나무와 꽃 그리고 코피 루왁에 관해 다 잘 압니다. 산동네 사람들이 수집한 것을 각자 몇 킬로씩 사다가 집에서 말리고 씻어 로스팅하고 드립해 즐겼거든요. 루왁의 배설물은 우선 잘 말려야 합니다. 그래야 껍질이 잘 벗겨지니까요. ㅎㅎ~ 이땐 루왁의 똥 가루가 날리는 것을 감수해야 해요. 다음은 족히 열 번은 비벼 씻고 헹궈내는 등 손질이 필요합니다. 정말 힘든 작업이에요. 그리고 다시 잘 말려야 해요. 그러니까 볶고 갈며 드립하는 과정까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장소가 좁은 곳에서는 하기가 어려울 정도지요.
 
이런 경험 때문일까요? 이렇게 얻은 코피 루왁 한잔은 정말 맛이 정말 특별해요.
 
그렇다 하더라도 루왁의 배설물을 사서 커피를 만들기까지 일부러 경험할 일은 아니지 싶어요~^^ 이 번거로움 때문에 지금은 산빠람팀원 모두 매주 산행을 하지만, 루왁의 배설물을 사지 않습니다. 다만 여전히 진짜 코피 루왁을 즐기죠. 코피 루왁을 엄청 사랑하고 부지런하고 실천력 강한 한 회원이 도맡아 허가를 내고 가내업으로 발전시켜 끼리끼리 나눠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잠시 코피 루왁 마니아 한 분을 소개하죠. 퇴직자인 그는 건기가 피크인 8월이면 큼직한 배낭 하나 짊어지고 부산에서 인도네시아를 찾아와요. 자생 커피나무가 군집한 약 1천m 전후의 고지 마을에 머물며 산동네 사람들과 함께 루왁의 배설물을 모읍니다. 잠자리와 입에 맞지 않은 음식 등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그러나 그는 자신이 일 년을 즐길 코피 루왁을 위해 불편을 감수합니다. 그리곤 코피 루왁 한 자루를 메고 한국으로 갑니다. 참 존경심이 생기는 마니아죠?
 
산빠람팀의 경험과 특별한 마니아를 들추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제대로 된 코피 루왁을 음미하려면 코피 루왁을 잘 알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경험하지 않고는 커피 원두조차 감별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생산지인 이곳 산동네에서도 순도가 형편없는 소위 가짜가 생산되거든요. 커피 알맹이가 든 자루를 땅속이나 두엄 속에 묻어 발효시킨 다음 코피 루왁과 섞어 팔기 때문입니다. 이 발효 커피 원두는 코피 루왁과 아주 흡사해서 맨눈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발효 커피, 발효 커피로 인해 커피의 맛과 향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해졌다는 것은 전문 서적에 기록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발효 커피 이거 누가 만든 것일까요? 유명한 바리스타? 저는 바로 열악한 환경의 커피 농부들임을 알았어요. 커피 농가를 돌아보며 발견한 건데요. 나무에서 따온 커피 열매를 어떻게든 말려야 하는데 통째로는 좀체 안 말라요. 그래서 절구통에 넣고 찧습니다. 껍질을 으깨서 말리면 빨리 마르니까요. 그런데 일손이 모자라면 제 때에 못하고 자루에 쌓인 커피 알맹이가 부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농부가 보니 부식된 커피 알맹이는 껍질 벗기기가 쉬웠던 겁니다. 하니 일부러 부식시키게 되었고요. 그러니까 발효 커피의 원조가 농부인 거죠. 코피 루왁을 마시기 시작한 원조가 농부들이었던 것과 다르지 않아요.
 
다 아시죠? 루왁에 관한 영상이 제법 많습니다. 그 활동성 많은 동물 루왁을 좁은 공간에 가두어 놓은 것 보셨나요? 마구잡이로 훑어 담은 커피 알맹이를 담은 바구니가 먹이로 놓인 것도 보셨나요? 루왁은 동물의 단백질을 원하는데 고기를 줄 턱이 없지요. 타산이 맞을 리 없으니까요. 그러니 그 루왁들은 소화제로 먹던 커피를 주식으로 먹어야 해요. 좁은 공간과 원치 않은 먹이, 그래서 루왁은 얼마 못 가서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단명한다고 합니다.
 
저는 환경 덕분에 코피 루왁과 일반 커피를 직접 비교해봤어요. 이 둘은 생두일 때도 그렇고 로스팅 후 또한 확실히 다릅니다. 일반 아라비카나 로부스타 커피와 한 자리에서 같은 조건으로 로스팅해 그 맛을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코피 루왁, 과연 특별합니다. 호사가들을 자극할만한 조건을 갖췄지요. 그런데 웬만한 마니아 아니고는 코피 루왁의 맛을 잘 가려내지 못합니다. “조금 다르긴 한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그러거든요. 그래서 저는 억지로가 아니고 기회가 닿으면 그 의미를 새기며 잘 음미하면 좋을 것이 코피 루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사람들은 이익을 위해 사향고양이를 생포해 사육하면서 코피 루왁을 생산합니다. 이렇게 생산한 것도 코피 루왁임이 분명하죠. 그러나 엄격히 말해 사육한 루왁이 생산한 커피는 커피라기보다 스트레스 덩이 아닐까요? 그래서 그렇게 생산된 루왁 커피의 역겨운 진실에 대해 고발하고 있는 웹 문서들이 있습니다.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생산되는 커피’로 명명하죠. 이건 정말 순수하게 커피를 즐기는 대중에게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혹 지금 이 시간 커피 즐기시는 분 계시죠? 그 커피 한 잔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혹 우리가 새길 것은 바로 이 타임의 의미 아닐까요?
 
끝으로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오노레 드 발자크의 수필 중 커피에 관한 기록을 인용합니다.
 
커피는“침체한 기분을 명랑하게 해주고 사색을 도와주며, 명상을 값지게 이끌어 영혼의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발자크의 이 평가 공감하시나요? 물론 판단은 각자의 몫입니다.
 
한편 이슬람 성직자들은 커피를 신비의 약으로 오랫동안 애용했다고 해요. 그러다가 나중에야 일반에게 공개했고요. 교황 클레멘트 8세는 커피에 세례를 줬다고 합니다. 커피를 음미해보니 너무 좋았던 것이지요. 이교도들만 즐기기에는 너무 훌륭한 음료라고 판단해 세례를 준 다음, 기독교인들이 즐겨 마실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고 전합니다.
 
커피 이야기 정말 많지요? 재밌는 이야기 검색만 하면 아실 수 있으니 저는 이만 줄입니다. 끝까지 시청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또 다른 영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이상 산나루 손 작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아래https://youtu.be/Z0khGrA6-xI영상 내용을 고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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