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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산마을에 사는 까닭, 때마다 받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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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5,407회 작성일 2019-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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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을에 사는 까닭, 때마다 받는 선물
 
산나루 작가
 
 
창문 좀 열고 살 수 없을까? 에어콘 바람 좀 안 쐬고 살 수 없을까? 터가 좀 넓은 집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늘 바랬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산나루 손작갑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 산마을을 딱 네 글자로 표현한 것이 壽山寧地(수산영지)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작품으로 창작을 했었고요. 壽山寧地(수산영지), 저는 이 네 글자를 <장구한 산 평안한 땅>으로 풀었습니다. 산은 다 유구합니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산 없지요. 그런데 제가 산마을에 터를 잡고 살다 보니 야 이 오래된 산 능선들과 숲에 둘러 쌓여 산다는 것 정말 아늑하고 든든한 느낌이었습니다. 공기 좋고 기온 적당한 것이야 두 번 말할 필요가 없지요. 햇빛 좋고 강수량 많으며 바람 마저 늘 오가는 곳이니 그야말로 낙원이란 말이 어울립니다.
 
 
여기에 사는 고맙고 감사한 마음 땜에 떠올린 말이 너무도 평범한 단어 수산(壽山)입니다. 오래된 산, 장구한 산이란 뜻으로 고른 단어입니다. 그리고 이에 덧붙인 말이 영지(寧地), 즉 편안한 땅, 복의 땅입니다. 땅에 관한 최고의 찬사가 뭘까? 참 많은 생각 끝에 떠올린 단어가 바로 영지이죠. 땅에는 어디나 사람 더불어 갖은 생명들이 살지만, 이 땅에 정착해 살다보니 참 복받은 땅이란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유구한 산에 둘러 쌓인 마을, 일년 내내 갖은 꽃이 아름답게 피고 갖은 과일이 풍부하게 열리는 땅, 하여 짧은 시 한수로 제 마음을 풀어냈습니다.
 
그 얼마를 살아
저기 우뚝한 산이 되고 이 땅 아늑한 산마을 되었으랴
한낱 육질(六秩) 나이로 어찌 산의 덕을 셀 것이며
고작 거쳐 온 주갑(周甲) 세월로
대대로 살아온 산마을 사람의 정을 헤아리랴
이 땅, 산의 크기로 산의 높이로 나를 품어주었네
거쳐 온 시간 모두
남은 날의 희망이어라
 
아! 장구한 산, 복의 땅!
 
그러니까 비바람이 거센 날이 아니면 항상 창문도 열어놓고 살고, 에어콘을 달지 않았으며 터가 넓은 집에 살고 싶다는 평소 제 소망이 이 산마을 집에 살면서 한 방에 해결이 된 것입니다. 살면서 당연히 고맙고 감사한 마음 크지요. 몇 번을 되새겨도 마음만으론 모자랍니다. 이 감사함을 뭔가로 보답해야 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뭐겠습니까? 서예나 문인화로 작품하고 산문으로 써서 이 산마을을 기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탄생한 것이 작품과 작품, 즉 여기에 살면서 창작한 많은 작품과 글들입니다. 이 산마을 생활이야말로 제겐 너무도 큰 선물인 것입니다.
 
우리집을 방문하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부럽다’죠. 그런데 바로 그 분들이 저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시거든요. 정말 부러울 것이 없는 분들입니다. 근데 제가 장점, 장점이 딱 한가지 있더라고요. 제가 체질적으로 더위에 약합니다. 에어콘 바람도 싫어하고요. 거기에 인내심도 약해서 어떻게든 에어콘을 항상 켜야 하는 환경을 벗어나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타국에 살면서 이런 산골 마을로 찾아들어온 것이지요. ㅎ ㅎ 참는자가 복이 있다고 했는데 저는 못 참아서 복을 받은 셈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사는 저를 부럽다고 하신 분들은 이런 곳에 살고자 하는 욕심이 좀 적은 겁니다.^^ 괜찮습니다. 더러 한 번씩 놀러오시는 것도요. 만약 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욕심 좀 부리세요. 실제 실천해보면 타국 산마을에 사는 것을 미리 걱정했던 부분들이 다 기우였음을 알게 될 겁니다.
 
앞에서 소개한 작품 수산영지에 관해 조금 덧붙이겠습니다. 작품할 소제를 정하고 나면 작가의 고민은 항상 어떻게 표현할까입니다. 특히 이 작품은 과연 이 산마을에 관한 내 감정을 어떻게 작품으로 살려내야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파지도 많이 남겼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지금 영상에서 다시 보시는 바와 같은 작품이 완성되었고요.
 
 
작품에 관해 짧게 설명 좀 할까요? 작품은 전서체입니다. 전서체는 일반 대중이 읽기 어렵지만 자연미와 원시성 때문에 소제에 따라 작가들이 많이 선택하는 서체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특별히 자연미를 살리기 위해 번짐도 충분히 활용했습니다. 구성을 자세히 보면 왼쪽으로부터 첫 번째 壽자와 세 번째 寧자는 한 걸음 성큼 나온 듯 해보이고, 두 번째 山자와 마지만 地자는 한 걸음 물러선 듯 보이지 않나요? 특히 山자는 갑골문에 많이 등장하는 상형성이 잘 드러난 글자인데요. 지금 우리집 주변에 둘러선 야트막한 산을 표현한 것입니다. 글자가 지닌 내부 공간의 조밀함과 외부 여백의 넉넉함이나 직선의 곡선미 등은 이 작품 나름의 감상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이 작품은 2015년 초 작품으로 산마을 살이 시리즈 작품 중 한점입니다. 인사동 한국 화랑에서 열었던 제 회갑전 출품작이었고요. 전시 당시 선뜻 이 작품 소장하기를 원한 분이 계셨는데요 제 작품을 아껴 소장해주신 분께 이 영상을 빌어 다시 감사드립니다.
 
작가의 자기 작품 소개, 좀 멋쩍네요. 그러나 산마을 살이의 마땅함 속에서 탄생한 작품들이야말로 괜찮은 이야기꺼리란 생각에서 산마을 살이 주재 작품이야기는 앞으로 계속해서 이어갈 것입니다. 붓 터치 하신다는 느낌으로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 덧붙이는 말 : 이 글은 아래https://youtu.be/UXH23ngEd2I영상 내용을 고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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