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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백지 한 장, 세상의 조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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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5,488회 작성일 2019-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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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 한 장, 세상의 조카들에게
 
산나루 서생
 
안녕하세요? 산나루 서생입니다. 오늘은 제 조카 승원이와 나눈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승원이는 제 큰 형님의 둘째 아들인데요. 이제 갓 40대에 접어들었죠. 저는 최근 유튜브를 공통분모로 조카와 아주 진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요. 지금 이 영상을 보시는 분들 다 조카가 있죠? 사람에게는 누구나 직계 아니면 친척 조카라도 있게 마련입니다. 누군가의 큰아버지나 작은 아버지 또는 당숙이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삼촌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점이 이 이야기를 끝까지 하시면 좋을 이유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조카들, 꼭 이 영상 함께 합시다. 그 이유 영상이 끝나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고요.
 
오늘 저는 조카와 대화를 위해 백지 한 장 펼쳤습니다. 어떤 글씨도 써지지 않고 그림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를 펼쳤습니다. 무엇으로 채울까 먹과 붓도 준비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태어남으로써 평생이란 백지를 받아듭니다. 하루와 한 달, 그리고 일 년 또 십년이란 백지를 나름으로 펼 칩니다. 살아있는 한 변함없이 새날을 맞이한다는 의미지요.
 
저는 그간 때마다 말과 글로 백지론을 폈습니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채널을 소개하는 영상으로 유튜브 백지론을 폈지요. 유튜브란 백지에 맘껏 제 붓을 휘둘러 먹칠을 하겠다고 선언을 했었습니다. 지금 이 영상도 백지에서 시작합니다. 백지에 이 영상 함께 채운다는 의미로 좋아요 버튼 부탁합니다. 제 채널을 아직 구독하지 않으신 분들은 바로 지금 오른쪽 구석 반짝이는 구독 버튼 살짝 잠재워주시기 바랍니다.
 
    
▲ 繪事後素(회사후소)
그림은 흰 바탕이 있어야 그릴 수 있나니
본바탕이 좋아야 꾸밈도 빛이 난다.
아름답고자 하는가 내면부터 다져야 하느니라.
논어 팔일편에서 간추림
 
 
승원아!
너도 알다시피 백지는 이 작은 아버지에게 운명이다. 그래선지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백지론이 자리를 잡았지 뭐니. 약 20여 년 전, 서예전문 포털사이트를 운영할 때였어. 나는 그때도 여전히 작품하랴 학교 강의하랴 서예가로서 활동이 바빴다. 병아리 회사지만 대표 자리를 겸했으니 그 운영 또한 힘을 기울여야 했지. 운영을 하다 보니 꼭 해야 할 일 중 면접이 있었어.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거치는 면접이었어.
 
주로 웹마스터나 웹 디자이너를 뽑는 면접이었지, 이 만남이 있을 때면 나는 늘 프린터용 백지를 한 장 준비했단다. 하얀 백지, 한 줄의 선이나 점 하나 없는 그야말로 순백의 백지를 내밀었지.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어. 처음엔 상대방 이력서를 꼼꼼히 살폈지. 이 사람이 어떤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지, 그가 제출한 포트폴리오는 어떤지 잘 살폈어.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채용 여부를 결정했지. 그런데 그런 면접 방식이 실패를 거듭하는 거야. 그래서 이력서에 없는 다른 뭔가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지. 몇 번의 실패를 겪은 후에 말이야.
 
백지를 받아든 사람이 글을 쓰던 그림을 그리던 나는 상관 안했어. 다만 상황에 따라 주제는 작은 아버지가 정해줬지. 주제야 아주 평범했어. 앞에 놓인 찻잔이나 그가 입고 있는 옷 스타일이나 색상 등 그야말로 그 순간에 눈에 띄는 것 중 아무거나 선택했지. 시간은 약 20분, 길 필요가 없었어. 시간을 더 달라고 하며 뭔가를 빼곡히 채운 사람이 있었고, 백지를 처음 그대로 남겨두고 조용히 문을 향해 걸어 나간 사람도 있었단다.
 
승원아 작은 아빠에겐 백지가 운명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백지론을 실감나게 체험한 것은 미술대학 학생들로부터였어. 참 아이러니지? 서울 북부 한성대와 춘천의 강원대 두 대학 미술과에 출강하던 때야. 강의가 있는 날은 나는 늘 서둘렀어. 아주 흥미로운 공부가 기다리고 있었거든. 내가 강의하는 서예나 전각 과목 말고 회화과 여러 과목의 실기 과제들을 살피는 것이었어. 그러니까 학생들의 일주일 성과 살피기 삼매에 빠졌지.
 
풋풋한 학생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감상하는 것이 참 즐거웠어. 무엇을 실마리로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보고 묻고 듣는 것은 더욱 즐거웠고. 그래서 난 때로 학생들에게 커피를 사주곤 했단다. 난 그때 아~ 이래서 ‘교학상장, 가르치고 배움이 동시에 성장한다고 하는구나’ 하고 실감했단다.
 
학생들은 실기 과목마다 100호라는 비교적 큰 크기의 백지를 펼쳐야 하고, 정해진 시간 안에 완성해서 과제물로 제출을 해야 해. 당연히 압박이지. 그런데 그런 정도의 압박 없이 좋은 공부가 이루어질 수 없잖아.
 
자 아까의 백지 면접론으로 돌아가 보자. 결과는 세 갈래로 갈렸어. 내가 내민 백지를 창의적으로 채운 사람과 그야말로 억지로 때운 사람, 그리고 원래 그대로 백지를 남겨둔 사람. ㅎ ㅎ 사랑하는 내 조카 승원이는 어떤 유형이었을까? 아 아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아. 만약, 만약 말이야. 백지를 그대로 남겨뒀다 해도 바로 그 순간으로 인해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니까. 물론 작은 아빠는 당시 백지를 알짜게 잘 메운 사람을 선택했지. 그리고 그런 사람은 제법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했고.
 
 
승원아! 사람의 운명은 날마다 때마다 백지를 들어야 하고, 어떻게든 나름대로 그 백지를 메우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지? 지금으로부터 2천 5백 70년 전 중국 노나라 사상가 공자는 이런 말을 했어. 회 사 후 소(繪事後素). 이 네 자 중 앞의 두 자 ‘회사’는 말 그대로 그림을 그리는 일이지. 어찌 그림 그리는 일 뿐이겠니. 세상사 모두를 그림을 그리는 일에 비유한 것이지.
 
이어지는 두 자는 ‘후소’로 하얀 바탕을 마련한 후라는 뜻이야. 하얀 바탕이라는 게 뭐지? 그래 백지야. 또는 흰색으로 말끔히 닦인 바탕이지. 그러므로 어떤 일을 하려면 반드시 바탕부터 마련하라는 거야. 오~ 그래. 작은 아빠의 백지론의 원류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백일하에 드러났네. 그러니까 지금 작은 아빠가 휘호하고 있는 회사후소가 얼마나 큰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 이해하겠지?
 
이 말은 외모를 가꾸려면 내면부터 가꿔야 한다는 말로도 쓰여. 작은 아빠가 이 말을 좋아하는 진정한 이유는 따로 있다. 능동성이야. 즉 내가 작품을 하다 실수를 하거나 마음에 안 들면 거침없이 다시 백지를 펴거든.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다가는 마음에 안 들면 지울 수가 있지. 그러니까 어떤 일을 하다 실수를 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가 없어. 낙담하고 있을 시간에 바로 다른 백지를 준비하거나 실패한 바탕 위에 흰색을 칠하면 돼. 바로 이것이 사람이 가진 능력 중 최고 능력 아니겠니?
 
세상의 모든 일은 공부야. 지금 네가 하는 일도 돈 벌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공부지. 둘 다 합치면 너의 인생을 쓰고 그리는 일이고. 작은 아빠는 아무리 학력이 높고 공부를 잘 했어도 삶은 날마다 새롭게 백지를 펴고 공부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때마다 새 화선지를 펴듯 너도 너의 의지에 따라 언제라도 새로운 백지를 펼 수 있음을 기뻐하기 바란다. 우리 앞에 이미 더럽혀진 바탕은 없다. 늘 새로움만 있는 것이지. 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이냐? 자 오늘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내고 다음에 또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나자. 항상 건강하고 좋은 일 많기를 바란다.
 
끝까지 시청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백지론이었습니다.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다시 펼 수 있는 백지, 그리고 늘 우리 앞에 다가오는 백지에 여러분의 사랑과 행복을 가득 채우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곧 다른 영상을 준비하여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상 산나루 서생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덧붙이는 말 : 이 글은 아래 https://youtu.be/Zu0cVb9reYw영상 내용을 고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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