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예술담론 10분 (3) ] 말의 역사, 소크라테스에서 유튜브까지 > 전문가 칼럼

본문 바로가기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사이트 내 전체검색

전문가 칼럼 [재밌는 예술담론 10분 (3) ] 말의 역사, 소크라테스에서 유튜브까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172회 작성일 2019-04-30 00:00

본문

< 재밌는 예술담론 10분 ③ >
 
말의 역사, 소크라테스에서 유튜브까지
 
산나루 서생
 
 
사람 중에 말의 중요성을 모르는 분 있을까요? 음식이나 공기와 같이 사람의 일상에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말이라는 거 모르는 분 없을 겁니다. 이 당연한 말, 말이 말이죠 살펴볼수록 참 신비해요. 동물들은 소리나 행동으로 그 나름 소통을 하잖아요. 그러나 그들의 소통이 아무리 뛰어나다해도 사람의 말과 비교 대상이 아니잖아요? 사람이 사용하는 말의 효율과 가치, 따져볼수록 참 놀라운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한편에선 묵언 예찬론도 있습니다. 저도 두 번 묵언을 체험해봤는데요 한 번은 싱가포르에서 또 한 번은 오대산 깊은 산골에서 수련프로그램에 참여해 체험했습니다. 그 묵언 기간 동안 참 많이 생각한 것이 뭔 줄 아세요? 바로 말입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죠? 그러니까 말을 안 한다는 것도 참 신비더라고요.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날마다 말을 누리고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말을 하지 않는 것, 그거야말로 참 많은 말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을 체험한 겁니다.
 
이런 시조가 있습니다.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을 마를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마를까 하노라.”
 
이 시조 공감가세요? 이렇듯 세상을 살다보면 말로써 말이 많다는 것을 실감할 때 있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말의 폐해가 크더라도 사람이 말을 안 하고 살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사람의 삶에서 말은 꽃이니까요. ‘말 안하면 귀신도 모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러니 말의 역기능은 역기능대로 가려내고 말의 순기능은 더욱 북돋우면서 말을 잘 활용해야 하는 것이 인간사 아닌가 싶어요. 저는 유튜브 영상을 만들면서 제가 켜놓은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면서, 그리고 제가 말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서 말에 관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말에 관한 이런 영상을 제작할 생각도 떠올렸고요. 암튼 현대는 말의 전성시대 맞죠? 그런데 알고 보면 말의 전성시대는 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말 하면 누가 떠오르시죠? 저는 소피스트입니다.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 아테네를 중심으로 활동한 소피스트들 말입니다. 그들은 초기 교양이나 학예, 특히 변론술을 가르쳤다고 하죠? 그런데 그들은 차츰 자기 이익을 위해 변론술을 악용했다고 해요. 궤변을 펼친 거죠. 이 소피스트들을 궤변학파로 몰아세운 사람이 누굽니까? 바로 소크라테스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그 즈음 동양에서 벌어진 현상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죠. 정치적 혼란이 극심하고 전쟁도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그때 사상과 문화가 꽃피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때가 제자백가의 전성기입니다. 공자를 종조로 한 유가사상도 그때 성립 되었습니다. 묵자로 대변되는 묵가(墨家)의 공리주의(功利主義), 맹자가 펼친 유가(儒家)의 민본주의 왕도(王道)정치, 순자로부터 비롯되어 한비자에 이르러 꽃피운 법가(法家)의 군권 강화와 신상필벌, 장자와 노자로 대변되는 도가(道家)의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이 날을 세워 논쟁하던 시대입니다.
 
그즈음 인도에서는 불타 석가모니의 깨우침의 진리가 성찬과 수행으로 널리 퍼졌고, 5백여 년 후에는 나사렛을 중심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펼친 진리가 그 제자들에 의해 전 유럽으로 퍼집니다. 그로부터 6백여 년 후에는 아라비아 반도에 마호메트가 출현하여 이슬람교 진리를 폅니다. 그 사이사이 한 시대를 말로 풍미한 현인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말의 성찬은 성인이나 현인들에 의해서만이 아닙니다. 철학과 역사, 문학 등 인문학 전반에 걸쳐 말과 글이 이어오고 변천하며 세상을 이끌었습니다. 현대는 어떤가요? 수많은 미디어 매체로 인해 정말 말의 홍수 시대입니다. 지식의 대부분을 인터넷으로 쉽게 찾는 시대입니다. 이 현상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알고자 하는 욕구와 지식의 평준화에 크게 기여합니다. 이런 시대현상은 개인 방송 전성시대도 열었습니다. 유튜브와 같은 플렛폼이 공영방송의 울타리를 쉽게 넘어가고 있는 거죠.
 
 
이 영상 제목이 <소크라테스에서 유튜브까지>입니다. 참 엉뚱한 연결이죠? 제가 뜬금없이 소크라테스와 유튜브를 연결한 것은 바로 말의 파급력 때문입니다. 아테네 사회가 소크라테스에게 독배를 건넸듯 세상에는 소크라테스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유튜브가 작금의 대세라 해도 어찌 호불호가 없겠습니까? 그러기에 저는 말이 세상에 끼친 효용성과 영향력을 통해 오늘날 우리들의 말을 짚어볼 필요를 느낍니다. 다 아시듯이 소크라테스는 평생 무료로 강론을 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가난하게 살았고요. 그 때문이었을까요? 더러 소크라테스가 펼친 진리보다 아내 크산티페의 악처 이야기를 더 앞세우기도 하죠. 세상 사람들이 이끌리는 흥미의 방향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여기서도 느끼게 됩니다.
 
어쨌든 소크라테스가 청년들을 깨우쳐주기 위한 노력은 지금 돌아봐도 새길 바가 많더라고요. 그는 매우 특별하게도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간 세력도 인정했습니다. 죽기 전 감옥에서 도망치게 하기 위한 가족과 친구들의 노력을 그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로 물리칩니다. 자기의 죽음이 악법에 의한 것임을 바로 알리기 위해 그를 제거하려는 자들이 내민 독배를 아주 태연하게 받아 마십니다. 누구를 원망하기보다 다름을 인정하며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의 이런 위대한 행동은 그를 지금까지 불멸하게 하는 요소 아닐까요?
 
잠시 유튜브를 살펴보실까요? 유튜브는 그야말로 엉뚱 발랄 생동의 본산지입니다. 세계 각 곳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서 어떤 화제꺼리와 뉴스가 불거질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1분당 1만 7천 시간 분량의 영상이 업로드 되는 것이 유튜브의 현실입니다. 지금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으면 다수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라고 한다고 해요. 유튜브는 지금껏 해온 일이 작은 음식점 경영이던 그야말로 평범한 70대 할머니를 일약 스타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말솜씨가 독특한 그에게 대기업 임원 정도의 연봉 수익을 올리게 한 것이 유튜브입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의 말과 영상의 전성시대, 바로 이것이 유튜브가 창출한 현상입니다.
 
학설에 따르면 지구상에 존재하거나 사라진 말을 다 합치면 약 5천여 종류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민족이 쓰는 한국어를 15위 안에 드는 우수한 언어라고 평가하더군요. 저는 추측하기를 첫째나 둘째려니 했습니다. 제가 모국어에 관한 존중과 기대심리가 너무 높았나요? 그러니까 저는 유래가 없는 한글의 창제 과정과 독창성, 컴퓨터 음성인식과 같은 과학적 토대위에서 드러나는 우수성 등 우리글이 갖는 특수성에 기댄 나머지 덩달아 우리말이 최고라는 생각을 했나봅니다.
 
말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더군요. 다만 인류와 함께 했다는 설만 무성해요. 찾아보니 인류의 기원설이 100만 년, 또는 5~6백만 년 정도 인데, 말의 기원도 그쯤이라고 해요. 반면 글자를 만들어 쓴 역사는 기껏 5~6천 년 전이더군요. 언 듯 말과 기록의 역사가 같을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실제는 영 다른 것에 놀라게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세상에는 말을 경계하라는 말이 아주 많다는 사실입니다. 학자들이 말의 위대성을 강조하는 것과 영 딴판입니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는 속담이 있어요. 모두 쓸데없는 말을 줄이라는 경고겠지요.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는 속담은 말을 정화하라는 신호 아니겠어요? 말에는 영묘한 힘이 있다. 즉 ‘말이 씨가 된다’고 합니다. 이 또한 말조심 당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붓글씨 쓰기, 산문이나 시 쓰기는 제 직업입니다. 즉 말을 글이란 시각 기호로 드러내는 작가입니다. 그래서 저는 때마다 글의 위력을 깨닫죠. 분명 글이 말보다 늦게 탄생했잖아요? 그럼에도 앞서 생겼고 더 많이 더 자주 사용하는 말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입니다. 말을 붓글씨로 써놓으면 사람들이 그 말뜻을 더 자세히 새겨기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쓰는 산문이나 시는 제 말에 관한 순화 공부입니다. 제 말과 뜻을 좀 더 정확하고 세련되게 다듬는 공부인거죠. 하여 저는 말을 글로 적는 것이 즐겁습니다. 제 뜻을 음성으로 밝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도 그래서 재밌고요.
 
자 오늘은 역사에서 말을 잘한 사람으로 기록된 소크라테스를 2천 수백 년을 거슬러 모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시대의 매우 특별한 현상인 유튜브 신드롬을 간단히 살펴 요리저리 말의 의미를 새겼습니다. 말과 글을 시각예술로 드러내는 직업 작가로서 말에 관해 재고해보는 계기로 삼고자 한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덧붙이는 말 : 이 글은 아래 https://youtu.be/qpN8dTo1gqA영상 내용을 고친 것임을 밝힙니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PT. Inko Sinar Medi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