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진돗개, 인도네시아 산동네 생활의 필수 - 경비원 10명과도 안 바꿀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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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인도네시아 산동네 생활의 필수
- 경비원 10명과도 안 바꿀 지킴이
산나루 작가
경비원 10명과도 안 바꿀 우리 집 지킴이입니다. 이름이 달이와 별이 그리고 꽃순이죠. 자카르타에 살다 산동네로 이사를 한다고 하니까 다들 말렸어요. 허술한 치안이나 외국인을 향한 현지인들의 정서 때문이었죠. 피해 사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진심으로 걱정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저희 부부는 믿는 구석이 하나 있었습니다. 화면에서 보신 진돗개들 때문입니다.
산동네로 이주하기 6개월여 전 생후 2개월 된 진돗개 강아지 한 쌍을 입양했습니다. 어린 강아지를 구한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진돗개는 대게 약 2개월 정도면 귀가 쫑긋 서는데 귀가 서고 나면 주인을 바꾸지 않는다는 설 때문이었습니다. 키워보니 성견을 입양하면 다른 주인을 잘 따르지 않는 설에 동의하게 되더군요.
인도네시아는 도우미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가사도우미나 기사가 꼭 필요하죠. 산동네에 살게 되니 정원이나 텃밭 관리, 야간 경비 등 또 다른 도우미가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사례로 볼 때 내부 도우미와 외부인 결탁으로 인해 더러 문제점들이 생깁니다.
이때 외부인과 타협하지 않는 용맹한 진돗개는 외부인의 접근을 막는 데 최적입니다. 종교 영향으로 개를 매우 싫어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의 정서도 개를 기르게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주를 계획하면서부터 진돗개를 생각했지요. 한국인들의 진돗개 사랑과 타국에서도 진돗개 순종을 보존하려는 집념이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진돗개 암수 두 마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산동네에 살다 보니 진돗개의 활약은 정말 특별합니다. 특히 어두운 밤중에 빛이 납니다. 제법 멀리 떨어진 담장을 기어오르는 생쥐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습니다. 그 쥐를 쫓는 뱀의 움직임도 알아차려 잡아냅니다. 맹독을 지닌 코브라를 제압하기도 했습니다. 산동네를 휘젓는 루왁과 같은 야생 동물의 침입도 막아냅니다. 견원지간, 길고양이 방문을 절대 반기지 않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때로 놀러 오는 이웃집 닭까지 용납하지 않아요. 그래서 닭값을 비싸게 치른 적이 몇 번입니다. 치킨이 먹고 싶나 해서 더러 대접을 하는데도 쇠귀에 경 읽기, 아니 진돗개 귀에 경읽기입니다. 어쨌든 달과 별처럼 밤에 빛나기를 바라며 지은 이름값을 톡톡히 합니다.
그러나 달이와 별이 꽃순이로 인해 기겁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밤 늦게 귀가 할 때나 아침에 마주 칠 때면 그 성과물들을 물고 자랑을 하기 위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현관 앞에 늘어놓기도 합니다. 또 다른 문제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사람 차별입니다. 한국인과 인도네시아인에 관해 차별이 심해요. 처음 온 방문객이라 해도 한국인에게는 관대하면서, 인도네시아인은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도 차별합니다. 특히 가방을 들고 드나드는 파출부를 매우 싫어해요. 갇혀있는 상태에서도 도우미가 퇴근 때 행여 보따리라도 들고 가면 심하게 으르렁댑니다.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보면 개가 사납게 구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개를 겁내거나 싫어하는 사람, 또 뭔가 주저주저하는 사람의 에너지를 개들이 대번에 알아차리는 것 같아요. 물론 잘 거둬주는 에너지도 알아차립니다. 우리 집 도우미 한 사람과 특별히 사이가 좋은 것이 한 예입니다. 그는 이슬람교도지만 개에 대한 거부 반응이 적습니다. 일하기 시작한 처음부터 달이와 별이의 밥을 챙겨주거나 개집을 청소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달이와 별이도 그를 잘 따르죠. 그의 출퇴근 시간도 잘 기억합니다. 좀 늦기라도 하는 날이면 기다리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더러는 빗자루질을 방해하며 장난을 걸기도 하고, 그가 정원의 잡풀을 맬 때면 그 주변에서 놉니다.
달이와 별이는 한때 집에서 일하던 부부 도우미와도 관계가 좋았습니다. 남편은 개를 무서워하기는커녕 아주 좋아했어요. 일을 시작한 날부터 달이와 별이의 밥 주는 일을 거들겠다고 나섰지요. 달이와 별이는 썩 반기지도 않았지만, 거부하는 자세도 아니었습니다. 그의 아내는 개에 관해 오직 무관심이었습니다. 바로 그 무관심이 통했습니다. 달이와 별이 또한 무관심으로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개들의 상대방 에너지에 대한 타고난 식별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저는 그때부터 두 배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산동네에 산지가 벌써 7년여입니다. 달이와 별이의 충실함은 정말 놀랍습니다. 밤중과 새벽 낮을 가리지 않고 현관 앞에서 이리저리 살피기를 게을리하지 않지요.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여행도 그렇거니와 잠시 외출에서 돌아와도 뛰며 반깁니다. 이리 변함없는 개들의 본능을 옆에서 살피노라면 일깨움 또한 적지 않습니다. 진돗개들과 공생은 정말 든든하고 즐겁습니다. 인도네시아 산동네에 살고 싶은 분들이나 인도네시아에서 은퇴를 꿈꾸는 분들께 진돗개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타국 산동네 생활의 듬직한 반려견 진돗개 이야기였습니다. 인도네시아 산동네에서 진돗개와 더불어 사는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산나루 손작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덧붙이는 말 : 이 글은 아래 https://youtu.be/EUfYyhjC8Vg 영상 내용을 고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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