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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33|이혼 후 아이가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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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고민상담실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5,534회 작성일 2018-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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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부모의 이혼 및 죽음을 경험한 아이
 
<사례 3>이혼 후 아이가 달라졌어요.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아빠로 지난 2월에 이혼을 하고 지금까지 딸을 제가 키우고 있습니다. 당연히 아이가 큰 정신적인 상처를 입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그 상처치유를 위해 나름대로 아이와 많은 대화도 나누는 편이고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만, 이혼 전과 두드러진 변화가 있다면, 우선 어리광이 훨씬 심해졌고 버릇도 없어졌습니다. 또 아빠에게 끊임없이 자길 사랑하느냐고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합니다. 
최근에는 어지럽다는 이야기를 자주하는데 일주일에 두 세번씩은 학교 양호실에 가는 것 같습니다. 또 친구들이 괴롭히고 놀린다며 가끔 등교를 꺼리거나 거부합니다. 또 하나의 걱정은 죽음에 관해 인터넷 검색을 하고 아빠가 혼내주거나 서운하게 하면 “ 아빠가 자길 사랑하지 않아서 죽는다” 라고 유언도 쓰고 특히 혼내는 경우 “ 때리려면 때려봐라. 나 살고 싶지 않다” 란 말까지도 합니다.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어지럽고 배 아프다고 하더니 등교를 거부하여 끝내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전에도 아파서 학교에 못 간다고 해서 병원에 데려갔는데 진찰 결과 이상이 없었고 이상 없이 잘 놀았는데 오늘도 학교에 안가고 집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심하게 아파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애가 지난 토요일 옆 반 남학생에게 배를 발로 차이는 등 잦은 남학생들의 폭력과 자기를 땅꼬마라고 놀려서 학교가기 두렵다는 얘길 자주 했었고 오늘도 같은 이유로 학교가기 싫다고 합니다. 열흘 전 담임과 폭력이나 놀림 건으로 상담해 봤는데 담임은 애들끼리 장난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오해이지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제가 특히 고민하는 부분은 애가 버릇이 너무 없어져 부득불 사랑의 매가 필요하다 보는데 정신적 상처가 있는 애가 혹시 더 상처가 깊어질까 염려되어 차일피일 미루어지면서 버릇이 더욱 나빠지고 있습니다. 정말 심리상담까지 필요한 상황인지? 사랑의 매를 대도 되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아버지의 마음고생이 무척 크셨겠습니다. 이혼 이후, 점점 달라지는 아이를 지켜보면서 아버지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상처받았을 아이의 마음을 생각하면 아이가 한없이 안쓰러워지고 그래서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아이의 마음을 받아주고 다독이다 보니 점점 버릇이 나빠지는 것 같고 마냥 이대로 받아주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정말 고민되시겠지요.
 
아버지께서 느끼신 것처럼, 저희가 보기에도 이혼 이후에 나타난 아이의 두드러진 변화는 부모님의 이혼과 관련이 깊은 것 같습니다. 아이의 변화된 모습 속에서 아이가 겪고 있는 심리적 갈등과 고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아이들은 부모에게 의존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모님 사이에 생기는 사소한 마찰에도 민감해지고 심리적으로 동요하게 됩니다. 
 
어떤 사유로 이혼을 하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혼을 결정하기 이전에도 부부 갈등과 불협화음을 겪는 경우가 많지요. 이 속에서 아이들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아이의 심리적 불편감은 증폭됩니다. 엄마, 아빠가 또 싸우면 어쩌나? 그럼 나는 어쩌나? 늘 걱정되고 불안하고 부모님의 관계가 좋아지길 간절히 바라지만 부모님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 절망하고 무기력해지고 심지어 ‘내가 뭔가를 잘못해서 아니면 내가 나쁜 아이라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며 자신을 탓하기도 합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왜 싸우고 갈등하는지를 분명하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혼 이후에 엄마와 같이 살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는 크나큰 상실감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이 바라지 않았던 이혼을 선택한 어른들에 대한 원망도 가질 수 있습니다.
 
어리광이 심해지고 버릇이 없어지는 것도 아빠의 애정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아이의 행동도 아빠에게 마음의 상처를 위로받고자 나타나는 행동으로 보입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아이는 엄마를 심리적으로 상실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따라서 상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아빠에게 엄마의 몫까지 더하여 더 많은 관심을 보여 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엄마처럼 아빠도 내 곁을 떠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없기에 자신에 대한 아빠의 사랑을 끊임없이 시험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행여 조금이라도 아빠가 자신을 서운하게 하면 아빠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되고, 아빠에게 그 사실을 알림으로써 아빠의 감정에 호소하여 자신에게 관심을 붙들어 매고 떠나지 못하도록 하고 싶은 마음일 것입니다.
 
신체적인 고통을 호소하면서 학교에 가는 것을 피하는 것도 이러한 마음의 반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학교 간 사이에 아빠가 없어지면 어떻게 하나?’ 와 같은 염려로 아빠와의 분리가 두렵고 자신이 어떤 문제를 일으켜야 계속 자신에게 관심을 둘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 가는 것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친구들의 행동을 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장난처럼 넘길 수 있는 상황인데 마음이 약해진 상태라 친구들의 사소한 시비도 자신을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행동이라거나 혹은 내가 싫어져서 하는 행동으로 오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난 이렇게 의지할 곳이 없으니 아빠가 보호해달라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 친구와의 관계에서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다면 이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먼저,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함께 살지는 않지만 너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전해주세요. ‘엄마, 아빠가 이혼한 것은 함께 사는 것보다 각자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고, 엄마 아빠가 떨어져 살아도 언제까지나 너의 엄마, 아빠이고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혼은 엄마, 아빠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지 너(아이)의 잘못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해주시는 것도 필요합니다.
 
“엄마랑 아빠랑 헤어져서 네가 많이 속상했을거야. 많이 속상해서 엄마 아빠가 미운 마음도 들었을거야.”와 같은 말들로 그동안 아이가 겪었을 마음이 고통을 헤아려 공감해주시고, 아버지의 심정을 전하시면서 아버지의 바램도 전해보십시오. “아빠도 네가 마음 아파하는 걸 보면 속상하고 그런 아픔을 줘서 너한테 많이 미안해. 네가 아빠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도 아빠는 널 사랑해. 누가 뭐래도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빠의 딸이니까. 앞으로 힘들고 속상한 일이 있더라도 아빠랑 같이 이겨나갔으면 좋겠어. 학교 가기 힘들더라도 아빠와 너를 생각해서 힘을 내보자. 그럼 아빠도 힘이 날 것 같아’라고 말씀해보세요. 
 
그리고 아이가 원한다면 엄마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빠 앞에서 엄마를 보고 싶은 마음을 애써 감추지 않도록 엄마에 대한 그림움을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시고 가능하다면 규칙적으로 엄마와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단, 재결합할 의향이 없으시면 엄마 아빠가 다시 재결합하진 않을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게 해주셔야 혼란스럽지 않습니다. 아이가 어쩔 수 없는 부모님 사이의 문제로 부모님이 이혼을 했고 엄마와 헤어져서 살아가야 한다면, 이 상황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은 아이 어머니와 상의해서 입장을 같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께서 버릇없다고 하신 행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어서 상세한 조언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버릇없이 구는 행동이 아버지의 관심을 끌고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면 일단 그 마음을 이해해 주셔야 합니다. 아이의 마음과 욕구는 공감해 주시되, 부적절한 행동은 적절한 행동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하겠지요. 예를 들어, “아빠는 네가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행동했다고 생각해 (행동과 그 행동에 깔린 마음의 배경). 하지만 아빠는 네가 이렇게 하면 (말로 표현한다든지 하는) 네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전해보십시오.
 
때로는 아버지가 자녀를 올바로 훈육하기 위해 매를 들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는 적절히 사용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큰 방법이지요. 매를 드시더라도, 아빠가 왜 매를 드는지를 분명히 알려주고 (아이가 매의 의미를 분명히 인식한 상태에서 ) 아빠의 감정 (화난 마음 같은)이 실리지 않은 채 잘못한 만큼의 벌을 받는 것이 적당합니다. 현재 아이는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가 아니므로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버지 자신도 이혼을 겪는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아픔을 겪으셨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런데도 아이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하고 하나하나 신중하게 대처해 나가시려는 아버지를 보면서 새삼 ‘父情’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애정과 따뜻한 배려 속에서 아이는 서서히 자신의 혼란스런 마음을 정리해 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때때로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인근에 있는 상담전문기관을 방문하셔서 상담을 받아 보셨으면 합니다. 상담을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있어야만 받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몸이 아프면 소아과 전문의에게 가서 진료를 받고 그에 맞는 처방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아이들은 놀이치료나 상담을 통해 자신의 마음과 갈등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자신을 힘들게 했던 감정으로부터 벗어나 적절한 삶의 방식을 배워나갈 수 있습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도 하고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도 하지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갈등과 고통을 경험합니다. 그것을 피해갈 순 없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아버지와 아이에게 좋은 변화가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가톨릭대학교 아동∙청소년∙가족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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