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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자바에서 시를 읽다 68 - 우이도 편지 /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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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숙의 독서노트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5,961회 작성일 2018-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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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에서 시를 읽다 68>
 
 
우이도 편지
 
                     시, 곽재구
 
 
어무니 가을이 왔는디요
뒤란 치자꽃초롱 흔드는 바람 실할텐디요
바다에는 젖새우들 찔룩찔룩 뛰놀기 시작했구먼요
낼 모레면 추석인디요
그물코에 수북한 달빛 환장하게 고와서요
헛심 쪼개 못 쓰고 고만 바다에 빠졌구만요
허리 구부러진 젖새우들 동무 삼아
여섯 물 달빛 속 개구락지헤엄치는디
오메 이렇게 좋은 세상 있다는 거 첨 알았구만요
어무니 시방도 면소 순사 자전거 앞에 서면
소금쟁이 걸음처럼 가슴이 폴짝 뛰는가요
출장 나온 수협 아재 붙들고
아직도 공판장 벽보판에 내 사진
붙었냐고 해으름까지 우는가요
어무니 추석이 낼 모렌디요
숯막골 다랑치논 산두빛 익어 고울텐디요
호박잎 싼 뜨신 밥 한 그릇 차마 그리운디요
언젠가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 일뿐으로
가막소에 가고 지명수배를 받던 세상
부끄러워할 날 올 것이구만요
어무니 낼 모레면 추석인디요
반월과 구로동 나간 동생들 다 돌아올텐디요
봉당흙마루 걸터앉아 송편도 빚고 옛이야기 빚노라면
달빛은 하마 어무니 무릎 위에 수북수북 쌓일텐디요.
 
(출처; 참 맑은 물살 – 창작과 비평)
 
 
NOTE************************
언제쯤이려나……. 아마도 1970~80년대쯤, 꽤 오래 전의 추석 날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곽재구 시인의 시다. 사투리가 이리 아름답고 처연하구나 싶어 머리를 끄덕끄덕거리며 읽게 되는 시다. 아마도 우리 어머니 세대들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여공과 가정부라는 직업은 당시 시골서 올라온 여자들이 가장 쉽게 직업을 얻는 길이었다. 그들의 청춘은 서울이라는 크고 낯선 도시에서 고향의 가족들을 부양하느라 뿌리 없이 떠다녔다. 도시 생활이 고달프면 고달플수록 고향이 그리웠을 테고, 그들에게 추석은 단순한 명절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사연인지 지명수배를 당해 쫒기고 있는 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쫒기는 와중에 추석을 맞은 모양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야학과 산업체 학교에서 공부를 하며 공장 일을 하던 모든 우리의 이모와 친구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는 어머니를 위해 시인은 아름다운 사투리로 고향의 추석 풍경을 시로 적었다. 뒤란의 치자꽃초롱과그물코에 수북한 달빛과 숯막골 다랑치논산두빛과 봉당 흙마루에 앉은 어머니 무릎 위로 쌓이던 달빛을 그리워하고, 무엇보다 호박잎 싼 뜨신 밥 한 그릇을 떠올리며 집으로 가지 못하는 자신을 달랜다. 그 모든 추석 즈음의 고향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게 묘사된 시다. 그 풍경 위에 저절로 어머니를 떠올린다. 시인에게 추석은 어머니다.
 
 
*채인숙 / 시인.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라디오와 TV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 1999년 인도네시아로 이주하였고, 인도네시아 문화 예술에 관한 칼럼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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