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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2) 우리는 그 섬에 다시 갈 수 있을까 -아낙 끄라까따우와 마시멜로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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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숙 시인이 만난 매혹의 인도네시아
작성자 편집부 댓글 1건 조회 8,266회 작성일 2019-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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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혹의 인도네시아 2 -서부 자바 >
 
우리는 그 섬에 다시 갈 수 있을까
-아낙 끄라까따우와 마시멜로의 추억
 
글과 사진 / 채인숙 시인
               
 
 
지난 해 크리스마스 즈음, 순다해협의 아낙(Anak은 ‘아이’라는 뜻) 끄라까따우 화산이 분화하면서 거대한 쓰나미가 일어났다. 4백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비극적인 재앙이었다. 이미 1883년 8월 26일 대폭발이 일어나 3만6천여 명의 희생자를 내고 연기와 분진 때문에 이틀 동안 해를 볼 수가 없었다던 화산섬의 폭발은 모두를 긴장시켰다. 그때의 기록에 따르면 폭발 소리가 너무 커 호주에서 들릴 정도였고 화산재 기둥이 25킬로미터까지 치솟았다고 하니, 폭발의 규모는 감히 상상하기가 힘들다. 대폭발 이후 끄라까따우 섬의 대부분이 바다 속으로 사라졌고, 44년이 지나 그 자리에 다시 솟아오른 화산섬이 아낙 끄라까따우 섬이다. 
 
 
‘끄라까따우의 아이’란 뜻을 가진 이 화산섬은 분화가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고요하고 평화로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특별한 섬이었다. 아이들이 아직 초등학생이었을 때 우리 가족은 2박 3일 동안 리버보트를 타고 순다해협을 떠돌았던 적이 있다. 남편과 나는 남해안의 바닷가에서 태어나 자랐고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하는 바다 낚시와 스킨스쿠버를 유난히 좋아하는지라, 순다를 떠다니다 다이빙 포인트에 배를 세우고 온전히 바다 속에 몸을 맡기며 사흘을 보낸다는 건 꽤 낭만적인 계획이었다. 
 
저녁 무렵 안야르의 조그만 항구를 떠난 배는 곧장 순다해협에 들어섰다. 남아공에서 왔다는 젊은 보트 주인과 배를 관리하고 요리를 해 줄 꼬끼(Koki), 그리고 선장과 12명의 승객이 함께 배에 올랐다. 항구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불빛 한 점 보이지 않는 캄캄한 망망대해가 나타났다. 오로지 우리가 탄 커다란 보트만이 바람의 움직임을 따라 출렁이며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하늘에는 쏟아질 듯한 별들이 수십만 개의 빛을 뿌리며 저편의 둥근 바다선을 향해 나가는 배 위를 비추고 있었다. 말로 형언하기 힘든 감동과 두려움이 동시에 엄습했다. 세상천지 별과 바람이 가지 않는 곳은 없다는 걸, 그 밤에 처음 알았다. 나는 가슴을 떨며 갑판에 서서, 거대한 우주 속에 그저 한 점으로 떠도는 인간의 운명을 온몸으로 감지했다.
 
 
이틀째 되는 날, 하얀 돛을 펼치고 바람을 타며 순다를 떠돌던 배가 아낙 끄라까따우 섬에 닿았다. 작은 모래사장에 모닥불을 피우고 모두 둥글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창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있던 한 아이가 모래사장에 친구의 이름을 커다랗게 쓰는 모습을 모두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한두 명씩 다가가 그 이름을 따라 예쁜 나뭇가지를 놓거나 조개 껍질을 주워 장식을 해 주었다. 아이에게 첫사랑의 이름이 얼마나 아름답게 기억될까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그려졌다. 
 
우리는 모닥불 주변에 다시 모여앉아 마시멜로를 구워 먹었다. 가늘고 긴 꼬치에 마시멜로를 끼워 적당히 노릇노릇한 색깔이 나올 때까지 요리조리 굴려가며 해가 지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서로의 입에 갓 구운 마시멜로를 넣어주면서 바다 속에서 보았던 열대 물고기들의 아름다운 곡선을 과장되게 묘사했고, 혹시 오늘 밤에는 흐르는 별 속에서 낙하한 작은 별 알갱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그때, 아낙 끄라까따우는 우리에게 따뜻한 웃음과 너그러운 낭만을 선사해 준 다정한 섬이었다. 
 
 
분화와 쓰나미를 일으키면서 바다에 가라앉았던 아낙 끄라까따우는 한 달여 쯤 지나 해수면 위로 다시 솟아올랐다. 섬 꼭대기에는 커다란 호수가 만들어졌고 분화구에서 흘러내린 산화철 때문에 주변의 바다가 온통 주황색으로 변했다는 소식을 얼마 전 뉴스에서 보았다. 파멸과 재앙의 신호를 보내며 울부짖는 화산섬과 우리에게 그토록 고요하고 평온한 저녁을 선물했던 그 섬은 정말로 같은 섬이었던 걸까. 우리는 그 섬에 다시 갈 수 있을까. 그런 희망을 품는 것이 희생자들에게 마음의 죄를 짓는 것은 아닐까, 머리가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다. 자연의 거대한 분노 앞에 우리는 속수무책의  나약한 존재이지만, 또 자연 속에서  비로소 안식과 위로를 얻는 천진한 자연의 일부가 아니던가... 부디, 아낙 끄라까따우에 다시 평화가 찾아오기를.  
 
* 채인숙: 시인.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인도네시아 문화와 예술에 관한 글을 쓰며, 인도네시아 인문창작클럽에서 활동한다.  
 
*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경제신문에 격주로 동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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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전설님의 댓글

가을의전설 작성일

저도 아낙끄락까따우 섬 주의를 스쿠버 다이빙 한 기억이 있습니다. 참 신기한 것들이 많았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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