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3) 인생도 기업경영도 花無十日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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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속의 IT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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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경영 속의 IT 기술 3 >
인생도 기업경영도 花無十日紅
남영호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지난 번 칼럼이 경영학의 아버지를 찾는 여정이었다면, 이번에는 경영학의 아버지를 두 분이나 모시고 있는 미국의 경영이 엉망이 되어 가는 과정을 사례를 통하여 살펴 보겠다. 그리고 다음 칼럼에 걸쳐서 미국이 재기하는 노력을 IT 기술 관점에서 고찰하여 보겠다.
지난 호에 자세히 설명한 바와 같이 Henry Ford가 자신이 고안한 생산 방식을 mass production (대량생산)이라고 명명하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단어로서 등재한 1920년대 이후 미국은 승승장구하였다. 특히 제 2차 세계대전 후 미국 산업의 힘은 더 강해졌다. 전세계의 국가들이 전쟁 폐허 속에서 재기하려고 몸부림치던 시대이었다. 패전국 독일, 일본, 이태리는 구제불능이 되었고, 승전국도 경제상황이 매우 나빴다. 미국만이 본토에서 전쟁을 치르지 않았고 생산시설이 온전히 가동되는 국가이었다. 결국 미국은 유럽 재건, 일본 재건을 위한 재건 원조를 실시하였다. 전시체제의 군수품 생산능력이 원조체제의 민수용 생산능력으로 전환되었다. 전후 불황에 허덕이는 국가들에게 원조자금이 들어가고,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고 소비재를 수출하면서 점점 미국의 위세가 전세계에 뻗쳐나갔다. 이러한 막강함을 등에 업고 GE (General Electric), P&G, Johnson & Johnson 등이 글로벌 제조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종전 후 1970년대 말까지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쫓아갈 다른 나라의 기업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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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명운도 우리의 인생과 유사하다. 權不十年花無十日紅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십 년가는 권세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지면 곧 나태해지고, 더 나아가서 오만하고 방자해진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대적할 경쟁자가 없어지면 곧 기업의 경영은 방만하고 부실해진다. 고객의 소리가 안 들리며, 결국 소비자를 무시하게 된다.
1940년부터 80년까지 40여년을 적수 없이 커온 미국 기업에게 닥칠 운명은 뻔했다. 기업경영은 매너리즘에 빠졌고 경영학의 아버지들이 세웠던 경영기법의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노조는 점점 강해져서 급기야 통제불능이 되었고, 이익을 더 내기 위해서는 품질 수준도 일부러 저하시켰으며, 매출 증대를 위해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이러한 오만함을 보여주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
<사례 1>
1970년대 GM자동자 인사담당자는 11월이 되면 임시노동자를 고용하느라고 바빠진다. 노루 사냥이 허락되는 11월 15일부터 2주간이 골치거리이다. 사냥을 좋아하는 수많은 GM 공원들이 동시에 사냥을 떠나는 것이다. 든든한 노조 덕분에 사냥 마니아들이 동시에 휴가원을 내고 픽업 트럭에 사냥총을 싣고 북부 산림 속으로 떠나도 신상에 문제가 없었다. 블루칼라 노동자 입장에서 자동차 공장의 인력 관리는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본사에 있는 화이트칼라가 걱정할 일이었다.
<사례 2>
소비자를 기만한 것으로 더 가관인 사례가 있다. Xerox (우리말로는 제록스)는 세계 최초로 복사기를 만들고 판매한 회사이다. 엄청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다. 1980년대 복사기가 사무실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면서 제록스는 땅 짚고 헤엄치기인 장사를 하고 있었다. 복사기 품질을 너무 좋게 하면 복사기 신규 판매가 덜 일어나는 점을 감안한 영업부서는 생산부서에게 일정 수준의 품질만 지키도록 요구하였다. 생산부서가 쉽게 고장 나는 부품을 사용하면 서비스 부서는 A/S 일감이 생겨 좋고, 영업부서는 신제품 팔기에 좋았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서 고장 났을 때를 대비해서 소형 복사기를 또 다시 팔 수 있어서 제록스 전체로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장사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를 기만하는 이러한 행위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자 결국 재앙으로 바뀌었다. 바로 HP, 캐논, 후지제록스 등이다. 제록스는 1990년대 후반부터 몇번의 파산 위기를 넘기면서 올해 결국 후지제록스에 먹혔다. 1962년에 제록스 기술을 지원받아 세운 후지제록스가 반세기만에 본가인 제록스를 삼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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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유학 중이던 1980년대의 미국은 사회적으로 매우 우울하였다. 미국 기업의 위기가 현실화 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은 미국 제품을 외면하였다. 포드, GM 대신 도요타, 혼다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미국산 가전제품보다 일본 가전, 특히 트리니트론 (Trinitron) 방식의 SonyTV가 미국 가전 양판점의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였다. 여기에 덧붙여서 미국의 젊은이들이 Sony의 Walkman을 손에 들고 조깅을 하는 것이 일상의 모습이 되었다.
일본제 자동차와 가전이 미국 시장을 휩쓸자 미국 정부는 수입 제한 정책 중 가장 강력한 정책인 쿼터 할당제를 실시하였다. 즉 매년 일본 자동차의 수입대수를 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쿼터 할당은 일본차의 인기만 더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고, 미국 자동차는 점점 더 2류 제품으로 전략하였다. 필자는 유학시절에 많은 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GM의 폼 나는 세단 중고차를 산 적이 있다. 수 년 동안 엄청난 수리비를 지불하고 결국 폐차시켰다. 필자의 값비싼 경험에 비추어보면, 미국 소비자들이 값싸고 고장도 안나는 일본제 자동차를 열렬히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위의 자료는 골드랫과 폭스의 저서인 “The Race (1986)”라는 책에 나오는 것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이 책이 1986년도에 출간되었으므로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인 1990년에는 물음표 (?)가 붙어 있다. 이 암호 같은 내용은 이 책의 첫머리에 기술된 것인데, 이들이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런 표를 만든 것인가?
이 표는 미국 기업이 경쟁력을 잃은 연도와 해당 산업을 나열한 것이다. 하나 하나 쓰러져 가는 미국 산업을 거명하면서 무엇이 잘못 되었고 미국 산업은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가를 설파하고 있는 책이다. 이렇게 하나씩 무너지니 1990년대에는 미국의 자랑인 항공우주산업도 무너질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을 한 것이다. 물론 이들의 예측은 완전히 틀렸다. 왜 틀렸는지에 대해서는 복잡한 경제사회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어쨌든 그 당시 미국의 경영학계는 미국의 경쟁력 상실에 대하여 심각히 반성을 하면서 여러가지 방안을 내 놓았다. 그 반성은 세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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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방향은 “일본 경영을 배우자”이다. 즉 미국의 블루칼라, 화이트칼라로 구분된 산업계의 구도는 잘못된 것이니, 일본의 타협적, 우호적 노사관계와 더불어서 애사심 향상 프로그램을 통한 인력관리 방식을 배우자. 특히 일본의 품질 제일주의를 배우자. 품질은 품질관리 부서만의 이슈가 아니라 전사적 문제이다. 품질분임조의 활동으로 무결점운동 (zero defect)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도 따라 하자. 즉시생산체제 (Just-in-time)방식을 도입하자. 대량생산체제의 폐혜를 극복하기 위해서 일본의 린 (lean) 생산방식을 도입하자등 등.
결국 이러한 반성에 힘입어서 1982년 캘리포니아에 GM과 도요타의 합작기업인 NUMMI사가 탄생하였다. 도요타는 미국의 대량생산체제를 배우고 GM은 일본의 린 생산방식을 도입하는 목적으로 합작 생산공장이 설립되었고, GM이 파산한 2010년까지 유지된 역사적 사실이 있다.
일본 경영이 소개되고 많은 연구 논문이 나왔다. 일본에서는 관행적으로 실시되는 경영방식이 새로운 영어이름이 붙으면서 경영학계에 소개되었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는 원가기획부서가 하던 일상적인 신제품 관리 기법은 Target Costing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고, 일본자동차 부품 재고가 부족하면 해당 하청기업이 알아서 채워 넣는 재고관리방식을 Just-in-time (JIT) 재고관리로 소개되었다.
첫째 반성의 기본 철학이 ‘미국 경영은 잘못되었다 그러니 일본을 배워야 한다’라는 것이라면, 또 다른 두 가지 반성은 ‘일본과 미국은 경영환경이 다르므로 배워본들 도움이 안 된다’라는 기본 전제로부터 시작하였다. 즉 미국의 산업구조는 경쟁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 반면 일본의 기업들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서 Just-in-time, Target Costing 등이 가능하다. 또한 일본은 현장과 본사가 한군데 모여 있는데 미국은 본사와 현장은 수십,수백 마일 떨어져 있어서 일본식 현장과 본사의 일체화 관리가 미국에서는 지역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일본 경영을 도입하여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미국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라는 것이 둘째 및 셋째 방향의 기본 가설이다.
현재 과거를 돌이켜보건대 미국은 일본과 다르다라는 가설이 더 설득력이 있다. 결국 이 가설은 미국 경영의 새로운 동력이 된 인터넷의 탄생과 더불어 미국 산업 경쟁력을 다시 세계 최강으로 올리는데 많은 기여를 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번 칼럼으로 넘기겠다.
(사진= 자카르타경제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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