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29| 부모의 편애로 동생에게 못되게 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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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형제간에 갈등이 있는 아이
<사례 1 > 부모의 편애로 동생에게 못되게 구는 것 같아요
저희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고 6살된 여동생을 두고 있습니다. 동생은 생김새가 예뻐 모든 사람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또 행동도 사랑스럽게 하는 반면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은 미운 짓만 골라서 하고 그로 인하여 부모에게 혼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부모에게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며 미운 오리새끼마냥 스스로가 정을 줄 줄 모릅니다. 가슴깊이 생각해보면 저도 은근히 동생과 차별하고 있으며 애정이 가지 않는다는 점을 시인합니다. 그리고 그런 저의 마음을 아들 녀석이 알고 있고요. 딸아이가 하는 행동은 뭐든지 예뻐 보이고 아들 녀석은 매사 미워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반성해야 하는 일은 미운 행동을 할 때마다 아이를 심하게 때리고 윽박질러서 주눅 들게 하곤 하는 것입니다. 요즘엔 그 골이 깊어져 아이가 매사에 일부러 미운 짓만 하며 딸아이를 은근히 괴롭히는 것 같습니다.
사춘기가 왔는지 매사 부정적이고 동생과 싸우기 일쑤입니다. 부모의 행동에 모순이 있었다는 사실을 후회하면서 앞으로 아이의 행동에 변화가 있도록 하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요? 아이에게 너무 사랑을 주지 못하고 폭력적인 엄마였다는 자책감으로 요즘은 후회도 되고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아이의 행동에 변화를 주고 자신감을 심어 주려면 제가 어찌해야 할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아들과의 되풀이 되는 악순환 때문에 과로워하는 어머님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자꾸만 엇갈리는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니, 또 서로 상처 입고 힘들어하고 있을 두 사람을 생각하니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군요.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듯이, 아이와 어머님과의 관계에서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미운 짓을 하니까 어머니는 혼을 내게 되고 그러니까 아이는 동생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여 더욱 미운 짓을 하게 되고요. 반대로 오빠가 미운 행동을 하니까 동생은 더욱 예쁜 행동을 보여 부모님의 관심을 끌려고 하겠지요.
활동적이고 짓궂은 장난기가 많은 사내아이와 아기자기하고 살갑게 애정표현을 잘 하는 여자아이가 있을 때, 어느 쪽이 예뻐 보일까요? 어떤 사람은 사내아이가 남자답고 씩씩하다고 더 예뻐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입안의 혀처럼 싹싹한 여자아이를 더 예뻐할 수 있지요. 반대로 어떤 사람은 일을 잘 저지르고 다루기 힘들다고 사내아이를 못마땅하게 여길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너무 여우짓해서 얄밉다고 여자아이를 못마땅하게 여길 수 있지요. 이렇듯 어떤 한 특성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견해가 다를 수 있는 것처럼, 부모님 역시 형제를 대하는 감정이나 태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엇갈리기 시작했을까요? 모든 관계가 그러하듯이 부모-자녀 관계는 서로 궁합을 맞춰 나가야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아이마다 타고난 기질이나 성품이 다르기 때문에 부모님은 아이의 특성에 맞춰 달라질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외향적인 혹은 내성적인 성품을 가질 수 있는데 외향적인 아이에게 부모가 차분하고 얌전한 행동만을 요구한다면 아이와 부모 모두는 스트레스를 받을 것입니다. 또한 아이가 어릴 때부터 까다롭고 예민한 특성을 보이면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부모님의 심리적 스트레스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적절하게 아이를 대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왜 아들의 행동이 미워 보일까요? 구체적으로 아이가 어떤 행동 혹은 태도를 보일 때 미워지시나요? 어머니께서 아주 솔직히 표현해 주셨듯이, 부모는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인 감정이나 동기를 가지고 아이를 대하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남편과 부부싸움을 한 후에는 남편에게 화내고 싶었던 것을 아이에게 화풀이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시댁과 심한 갈등을 겪은 후에는 시가 쪽을 닮은 자식이 미워 보일 수도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또는 예전에 내가 싫어했던 나의 모습을 빼닮은 자식을 보거나 나를 힘들게 했던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자식의 모습을 보면 미워 보일 수 있습니다.
어느 부모도 자식을 키우다 보면,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자식이 예쁠 때도 있고, 반대로 내 뱃속으로 낳은 애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전생의 악연으로 만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미울 때도 있지요. 하지만 어머니의 사랑이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위대하다고 추앙받는 것은 수없이 교차하는 애증 속에서 증을 애가 이겨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미 어머니께서는 아이와의 관계에서 왜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지를 잘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어머니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출발점도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사람들의 관계는 상호적인 것이므로 어머니가 변화하신다면 아이의 행동도 변화될 수 있습니다.
먼저 동생과 비교하여 아이를 바라보기보다는 아이 자체를 인정하고 수용해 주시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아이를 바라봐 주셔야 합니다. 어떤 하나의 특성으로 아이의 전체 모습을 규정하지 마시고 아이의 여러 면을 보도록 하십시오. 아이의 단점만이 아니라 장점도 살피시고, 아이가 왜 미운 짓을 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내가 미운 감정을 느꼈을 때 아이가 그것을 어떻게 느꼈을지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애써보십시오. 아이가 미운 짓을 할때면 때리고 윽박지르기보다는 그런 행동은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화나게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려주시고, 아이가 작은 일이라도 긍정적인 행동을 보였다면 그 때는 즉시 관심을 기울여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해주세요. 덧붙여, 오빠로서의 자존심과 위신도 세워주십시오. 꾸짖을 때도 동생과 비교하거나 동생 앞에서 나무라는 것은 삼가시고 야단칠 일이 있으면 조용히 따로 불러 하십시오. 이렇듯 부모님이 일관적으로 모습을 보여주신다면, 아이가 부모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적절한 행동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동생을 은근히 괴롭히는 행동을 보인다고 생각되시더라도 부모님이 지적하여 혼내기 보다는 남매가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도록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님이 잘못 개입하면 아이에게는 부모님이 동생 편만 든다는 생각을 가지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동생을 때리는 등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면 그것은 제지하시고 그런 행동은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이라서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십시오. 그리고는 무슨 일로 싸우게 되었는지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봐 주세요. 먼저 큰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동생의 이야기를 들어준 후에, 각자의 마음과 감정을 공감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 아이 스스로가 생각해 볼 수 있게 도와주시면 됩니다.
아무리 문제점을 인식하고 태도를 바꾸려고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는 주저하지 마시고 전문가와 직접 상담하도록 하십시오. 엇갈린 큰 아이와 어머니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조명해 주고 조언해 줄 수 있는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면, 좀 더 수월하게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또한 어머니가 힘든 만큼 아이도 힘이 들 것입니다. 그 동안의 관계나 행동에 변화를 주기 위해, 아이가 놀이치료와 같은 상담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가톨릭대학교 아동∙청소년∙가족상담센터 http://www.catholic.ac.kr/~childf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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