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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서예가의 골프 만담 3] 골프, 참 쉬운 바보 딱지 떼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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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5,441회 작성일 2018-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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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의 골프 만담 3>
 
골프, 참 어려운 하나 두울 셋 세기
 
 
“이러언 바보 같으니~”
 
깜짝 놀라 돌아보니 필자에게 하는 소리가 아니다. 동반자가 자신을 향해서 하는 소리다. 동반자는 날아가는 공을 보다가 공을 삼켜버린 해저드를 망연자실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이 바보임을 선언한다. 아 연습한 대로 헤드 무게로만 쳐야지 왜 그리 쓸데없는 힘을 쓴단 말인가? 오호 애재라! 그의 두 어깨에서 후회가 몽실몽실 피어나는 듯. 어떤 표정일지 얼굴 안 봐도 알겠다.
 
이럴 때 동반자들은 먼 산을 봐야 한다. 이번 홀 이길 확률 백%라도 웃어서는 안 된다. 어쭙잖게 코치하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다. 그의 구력이 이십 년을 넘지 않는가. 마땅하기로는 ‘그래 당신 바보가 맞네’ 하고 거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랬다간 사태가 어찌 변할지 알 수 없다. 지적질 안 해도 너나 할 것 없이 실수는 본인이 더 먼저 안다. 다만 공을 때린 다음에야 알아차린다는 것이 얄궂을 뿐. 연습스윙이야 얼마나 멋졌었는가.
 
“이런 봐아~ 보~”
 
또 한번 비슷한 탄성이 터진다. 이번엔 필자다. 별 시차 없이 동반자와 필자의 바보 선언이다. 오늘 라운딩은 바보들의 행진이다. 옆 두 동반자가 마주 보고 낄낄 거린다. 그렇다. 그 둘은 바보 대열에 낄 마음 추호도 없을 거다. 그럴 이유 절대 만들지 않겠다는 자신감 웃음으로 드러난다. 그 자신감 실수하기 전까지라는 거 한 두번 경험한 게 아니다. 그러니 넓은 마음으로 함께 웃자.
 
▲ 아름답기로 이름 난 인도네시아 빈탐섬 리아빈탄 골프장 파 쓰리 홀
 
거 참 알 수 없는 게 인생사라더니 골프 라운딩 또한 알 수 없는 일 연속이다. 인생사나 골프 라운딩이나 비슷한 데가 많다. 똑똑한 거 흉내 내기는 어려운데 바보 흉내 내긴 쉽다. 잘한 거 따라 하긴 어려운데 못 한 거 동무 삼긴 참 쉽다. 그런데 똑똑한 것 따라 하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잠깐의 감탄사로 끝난다. 근데 바보짓을 잘하면 대다수 동반자가 좋아한다. 동반자를 행복하게 하는 일, 이 아니 복 짓는 일 아니랴. 코미디언 프로 중 바보 역할 많은 이유 알만하다.
 
‘난득호도(難得糊塗), 바보스럽기가 어렵다’라는 말 있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가훈 1호로 알려진 말이다. 중국 청대 양주지방 기인 서예가이자 문인 판교 정섭(板橋 鄭燮)이 처음 사용했다. 흥미로운 것은 바보는 자신을 바보라 말하지 않는다. 누군가 진실로 자신을 바보라 여기고 낮춘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현자리라. 그러니까 아무래도 난득호도의 참 의미는 ‘겸손’하라는 가르침 아니랴. 하니 위 바보선언은 겸손 축에 못 낀다. 창피함 면피용 자책일 뿐.
 
서툴고 바보스러운 느낌(拙樸), 곰삭고 예스러운 느낌(古朴), 꾸밈없이 어눌한 느낌(訥質) 등은 서예 명작을 평가할 때 쓰는 말이다. 서예의 본질을 이해하는 작가라면 모두 자기의 창작이 한마디로 촌스럽기를 바란다. 도회적 세련미는 싹 날려버리고 흙냄새 풀풀 나는 창작품이기를 소망한다. 한 · 중 · 일 모든 서예가에게 추앙받는 추사 김정희의 그 많은 작품 중에서도 명작으로 꼽는 판전(版殿)이 그 표본이다. 
 
▲ 판교 정섭의 난득호도/ https://goo.gl/Msv6FT
 
▲ 추사 김정희의 판전/https://goo.gl/sqJ63R
 
판전(版殿)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사찰 봉은사 현판이다. 추사 선생 서거 사흘 전 휘호로 알려졌다. 문외한이나 초학자들은 “이렇게 못 쓴 글씨가 그렇게 대단해?”하고 흔히 반문할 작품이다. 필자가 그 작품을 감상할 때다. 엄마 손을 잡고 필자 옆에서 함께 감상하던 한 초등학생이 “엄마! 저렇게는 나도 쓰겠다…”하고 말했다. 순간 아이 엄마의 당황한 표정이라니.
 
플레이어가 아나운서, 해설자를 겸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샷을 하고 나서 하는 중계가 그것이다. 청취자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 마음에 들지 않은 샷에는 꼭 설명을 붙인다. 대게 공 날아가는 것 보면 멀리 떨어진 동반 플레이어도 상대방 샷 내용 대강 안다. 에임을 할 때부터 결과가 느껴질 때도 있다. 연습스윙에서 결과가 확연히 예상될 때도 있다. 다운스윙이 빠른 것에서 감이 잡히고, 노려 치겠다고 스웨이가 심한 것에서 실수가 예상된다. 그런데 꼭 상대방이 알 수 있도록 실수를 설명하는 친절한 동반자, 이런 날 라운딩은 여러모로 흥미로울 수밖에.
 
TV 중계를 보노라면 프로 선수들의 경기에서도 재밌는 상황이 많이 벌어진다. 어떤 프로 선수는 날아가는 공 뒤꽁무니에 대고 소리를 지른다. No~ No! Stop~ Stop it! 순간 의아해진다. 저 프로 공엔 언어 인지 능력 기능 칩이라도 심었을까? 그런데 공은 끝내 그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유명한 프로가 사용하는 공이라 해도 언어 인지 능력이 없는 게 확실하다.
 
폼은 엉망인데 싱글 핸디캡을 유지하는 플레이어도 많다. 그립이나 어드레스가 기본에서 많이 벗어나는데도 결과는 괜찮은 플레이어도 많다. 드라이버 비거리로 봐서는 한 참 처지는데 그린 근처에서는 펄펄 나는 선수도 상당수다. 자세 이상한데 스코어 좋은 플레이어, 그린 근처에서 마무리 좋은 플레이어들 공통된 특징이 있다. 돈내기에 강하다는 거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다만 겸손해야 한다. 겸손한 척 하면 안 된다. 샷도 망치고 마음도 들킨다.
 
참 백인백색인 것이 골프다. 진짜보다 가짜가 더 좋다는 것이 골프 스윙임은 세상이 다 아는 바다. 어떤 전문가는 ‘미스 샷의 원인을 겉과 속이 다를 때 드러난다.’라고 일침을 놓는다. 몸과 마음이 엇갈리니 근육이 엉뚱한 힘을 쓴다는 거다. 골프 스윙 단순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주창하는 말이다. 군더더기 없는 샷, 여유로운 샷 바라지 않는 골퍼 없다. 하여 ‘하나아 둘’, 아니면 ‘하나 두울 셋’ 샷 리듬으로 만사 오케이란 말 늘 오간다.
 
▲ 인도네시아 한인들 모임의 주류는 골프 라운딩이다. 서예동호인들의 라운딩
 
▲  레인보우 골프장
 
각설, 필자는 붓만 들면 한일자를 긋는다. 한일자 없는 글자 없다. 그 한일자 긋기가 다름 아닌 하나 둘 셋이다. 시작도 하나 둘 셋이요 과정도 그러하며 마무리도 또한 하나 둘 셋이다. 작품에서 추구하는 미는 또 뭔가? 한일자처럼 단순미다. 선과 구성이 오직 여유로워야 한다. 군더더기 싹 지워버리고 간결미 넘치는 창작을 해야 한다. 마침내 바보스러움 온전히 살아나는 작품이 목표다.
 
그러니 필자는 변명 못할 ‘봐아~ 보오~다.' 붓을 들 때나 골프 클럽을 쥘 때나 세느니 하나 둘 셋 아닌가. 바라느니 간결 아닌가. 그런데 지난 주말 라운딩 때도 몇 번이나 까먹었다. 세 살 어린아이도 알만한 간단한 숫자를 리듬에 맞춰 세지 못했다. 서예 작품은 판전과 같은 순정함 넘치는 작품 창작 근처도 못 가고, 골프 라운딩 때는 미스샷 투성이다. 이래저래 바보인 거다.  
 
판교 정섭이 ‘난득호도’를 휘호하고 그 아래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총명하기도 어렵고, 어리석기도 어렵다.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게 되기는 더욱 어렵다. 집착을 놔버리고, 한 걸음 물러서 마음을 놓으면 편안하나니. 후에 복을 받고자 함이 아니다(聰明難 糊塗難 由聰明而轉入糊塗更難 放一著 退一步 當下心安 非圖後來福報也)”
 
필자도 숫자 세는 일 따위로 후에 복 받자는 것 아니다. 리듬에 맞춰 하나 둘 셋, 잘 세서 멋진 샷을 날리고 싶을 뿐이다. 바보 딱지 좀 스스로 떼고 라운딩을 즐기고 싶은 거다.
 
그래, 연습이나 하자.
하나 두울 세엣~
어 느낌 좋다.
역시 연습은 차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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