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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8) 전략경영이 꽃을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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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속의 IT 기술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9,214회 작성일 2018-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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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경영 속의 IT 기술 8 >
 
전략경영이 꽃을 피우다
 
남영호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1980~90년대는 전략경영 기법의 춘추전국시대이다. 수많은 학자와 컨설턴트들이 경영철학-전략-기법을 제각기 내어 놓았고, 그 기법이 현재 대학교의 전략경영 교과서를 가득 메우고 있다. BCG매트릭스, 제약이론(constraint theory), 가치사슬 분석 (value chain analysis), 경험곡선(experience curve), SWOT분석, 리엔지니어링(BPR), 균형성과기록표 (BSC) 등 전략경영 교과서에 등장하는 경영기법이 우후죽순으로 태어났다. 이 경영기법들은 각기 다른 주장을 하지만 탄생 배경은 거의 비슷하다.그 배경에는 일본의 미국 침공(?)이 감행되던 1980년대의 미국 산업을 걱정하는 우국지사들의 학문적 기여가 깔려있다. 미국산업을 일으키기 위한 몸부림에서 나온 경영전략이고 경영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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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일본을 연구하던 미국 경영학자를 경악하게 하였던 것은 일본 기업의 원가 결정 방식이었다. 소위 목표원가(target costing)제도이다. 일본에서 제품의 가격이 결정되는 혁신적인 과정에 놀란 것이다. 일본 기업에서는 신제품의 기획, 가격의 결정 및 원가의 확정은 원가기획실이라는 부서가 맡는다. 원가기획실이 가장 먼저 하는 일 중의 하나는 고객의 가치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 서부에서 아동 2인을 둔 30대 부부가 휴일에 아이들을 보모에게 맡기고 동창 파티에 갈 때 필요한 두 번째 승용차”.
 
미국 시장의 빈 공간을 확인한 후 이러한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자동차의 컨셉을 정한다. 그리고 컨셉의 형상화에 들어간다. 차체는 중형 이하이며, 외부 과시와 실속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어려서 실내공간은 크지 않아도 되고,등등.
 
컨셉의 형상화와 함께 결정하는 것이 해당 차량의 가격이다. 자동차의 도면이 나오기도 전에 가격이 결정된다. 미국 30대 중산층 가족의 경제적 능력을 감안하여 이 두 번째 차를 위해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은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물론 예상치이지만 원가기획실이 이 가격을 결정하고 나면 이제는 변할 수 없는 매직넘버 (magic number)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제품 개발부서, 공정부서, 생산부서와 함께 이가격에 맞추어서 원가를 결정하는 길고 지루한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원가기획부서는 각 부품을 담당하는 부서를 소집하여서 원가기획 회의를 반복적으로 시행한다. 결국 이 매직넘버에서 마진을 빼고 난 후 결정된 총원가는 전 부품부서에 할당된다. 그 후 수 년 이내에 미국 시장에 이와 같은 가치를 가진 신차가 출시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원가 가산 가격결정 (cost-plus-margin pricing)에 익숙한 미국 학자들은 도요타, 혼다에서 원가기획 하는 과정을 발견(?)한 후 경악하였다. 그리고 곧 바로 자기들이 관찰한 과정을 목표원가/목표가격 (target cost/target price)이라는 제목으로 경영학 잡지에 논문을 실었다. 일본 경영의 핵심이 밝혀지면서 ‘일본을 배우자’라는 열풍이 불기 시작하였다. 이 열풍은 한 동안 이어졌지만 미국과 일본의 산업 환경의 차이를 인식하고 나서 곧 수그러들었다.
 
두 번째 반성의 조류는 ‘미국식을 더 발전시키자’ 이다.
미국식이란 무엇인가? 미국 경영의 특성은 숫자 경영이다. 숫자의 분석을 통한 의사결정 과정이다. 고객, 생산, 물류 데이터를 집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려는데 본사와 공장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이러한 지리적 괴리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볼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20세기가 들어오면서 인터넷이 나타나고 네트워크가 사방에 깔리면서 실시간 정보 욕구가 해소되고, 이에 따라 미국식이 다시 한번 각광을 받는 역사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두 가지 방향 이외에 또 하나의 반성의 조류가 있다. 그것이 전략경영이라는 조류이다. 첫 번째의 ‘일본을 배우자’, 두 번째의 ‘미국식으로 가자’와 같은 명확한 트렌드는 아니지만 이 세 번째 트렌드는1990년도의 미국 산업계에서 탄생하여 지금까지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캐치프레이즈는 ‘미국식 경영은 잘못 되었지만, 전략을 수정하면 다시 살릴 수 있다’ 이다. 즉 미국 경영의 기초체력에는 문제가 없다. 단지 최고 경영층의 리더십, 경영철학, 경영전략이 잘못 되었다. 특히 단기적인 주식시세에 움직임에 너무 민감하여서 경영을 근시안적으로 본다. 그리고 회계 이익에 집착하다 보니 실물 생산의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다. 예를들면 불량률, 싸이클 타임, 이직률, 고객불만 등 근원적인 신호를 챙기지 않아서 문제가 곪아 터져야만 문제를 인식한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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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대 미국 산업을 살리기 위하여 드디어 미국의 컨설팅 기업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세계적인 3대 전략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 BCG, 베인앤컴퍼니가 각기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전략경영의 움직임은 미국이 자랑하는 컨설턴트들을 세계무대에 올린 계기가 되었다. 1926년에 설립되어 컨설팅업계의 대부격인 맥킨지(McKinsey)컨설팅이 가장 빨리 움직이었다. 맥킨지의 컨설턴트의 톰 피터스가 공저한 <초우량 기업의 조건> (1982년 발간) 이 미국 산업계를 흔들어 놓았다. 이책의 중심내용은 ‘오늘날 좋은 경영의 원칙은 일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도 있다’라는 복음이었다. 저자들은 미국의 43개초 우량기업들의 특징을 소개하였다.
 
이책의 타이밍은 완벽했다. 미국 경제는 완전히 폭락했고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더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당시에 미국 기업들은 전략이나 거시적인 변화를 백안시한 채 기업 활동을 계량화하는데 몰두했다. 정보를 엄밀히 분석해서 객관화시키는데 치중하기 때문에 수치화된 정보가 없으면 의사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 발생한 두 번의 석유 파동과 이에 따른 미국 경제의 불황, 그리고 일본 기업의 승승장구는 더 이상 분석적이고 계량적인 모델만으로는 경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경영자들의 문제의식에 새로운 지평을 제공했던 셈이다.
 
보스톤컨설팅그룹 (BCG)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유명한 ‘BCG 매트릭스’를 들고 나왔고 ‘경험곡선’, ‘타임베이스 경쟁’ 등의 이론을 산업계에 선 보였다.  BCG매트릭스는 기업의 다양한 사업 중 버릴 부분과 살릴 부분을 구분하여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을 일목요연하게 보여 준다.
 
BCG매스릭스의 가정은 기업이 사업에 대한 전략을 결정할 때 '시장점유율'과 '사업의 성장률'의 두 축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BCG 는 이 두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사업을 '스타(star)', '현금젖소(cash cow)', '물음표(question marks)', '개(dog)'으로 나누었다. 성장률과 시장점유율이 높아서 계속 투자를 하게되는 유망한 사업을 Star로 표시하고, 점유율이 높아서 이윤이나 현금흐름은 양호하지만 앞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사업을 Cash Cow로, 상대적으로 낮은 시장 점유율과 높은 성장률을 가진 신규사업을 ?로, 마지막으로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고 이윤과 현금흐름이 좋지 못해서 버려야 할 사업을 Dog로 상징화 하였다.
 
 
컨설팅 회사만이 아니었다. 26세에 하버드 대학의 종신교수가 된 천재 교수인 마이클 포터도 전략 군단에 합류하였다. 그는 지금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SWOT (Strength-Weakness-Opportunity-Threat) 분석’을 제시하였고, 그 유명한 모델, ‘5가지 힘의 프레임워크 (5 forces framework)’를 제시하였다. 그의 모델의 철학에 따르면 기업은 자신이외에 주위도 보아야 한다. 주위의 5가지의 경쟁력의 원천을 확인하면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구매자, 공급자, 기존 경쟁자, 새로운 경쟁자 그리고 대체품의 위협 등이 있다. 이러한 경쟁관계를 모두 고려하여서 제품 차별화 전략, 저렴한 가격 전략 그리고 니치마켓 (niche market) 전략 중의 하나를 선택하여 나아가야 한다.
 
그 당시에 미국은 산업계를 다시 일으킬 수 있다는 확신만 있으면 어떤 전략 방향도, 어떤 새로운 기법도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 대낮의 안개처럼 사라져버린 경영 전략/기법들이 많이 있다. 특히 일견 그럴듯하여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적용하고자 하면 문제에 봉착하는 그런 유형의 컨설턴트의 주장도 많이 있었다. 이런 유형의 대표적인 사례가 리엔지니어링, 정확히는 비지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 BPR (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이다.
 
리엔지니어링의 철학은 그럴 듯 하였다. 기업의 핵심역량을 밝혀내고 이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조직을 가능한 가볍고 효율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핵심역량의 주변과정은 과감하게 해체되어야 한다. 물론 주변과정에서 일하고 있는 주변조직과 주변 인간도 제거해야 한다. 즉각 전세계 경영자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1990년부터 수년간 전세계에 리엔지니어링 열풍이 불었다.
 
‘비즈니스 과정 (business process)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고 재설계 하라(reengineering)’.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맞는 말이다. 그러나 쉽게 실제 적용을 할 수 없는 기법이다. 제거될 주변 인간에 놓인 경영자들의 이기적 보수주의에 부딪혔다. 조직 재구성의 BPR 컨설팅은 용두사미 식으로 끝났으며, 더 이상 다시 보고싶지 않는 고물 기법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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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의 백가쟁명 (百家爭鳴)시대가 끝나가면서 여러가지 경영 전략이 나타났지만 이들 중에서 아직까지 굳건히 살아남은 전략경영 기법이 몇 개 있다. 그 중의 하나가 균형잡힌 성과기록표, 일반적으로 BSC (balanced scorecard)라고 칭하는 경영전략 기법이다. 하버드 대학의 캐플란 교수와 컨설턴트인 노톤이1992년부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 잡지에 연재한 세 편의 논문과 수권의 저서를 통해 BSC의 철학과 그 적용 사례를 소개 하였다.
 
많은 전략가, 컨설턴트들이 이구동성으로 미국 경영자들이 재무지표에 매달려 있어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므로 비재무지표, 특히 생산, 활동지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을 때이다. 그러나 BSC는 다른 주장을 하였다. 비재무지표는 선행지표로서 중요하다. 그렇지만 모든 지표 중에서 재무지표는 가장 중요하며, 이를 포기하는 순간 기업의 존재가치가 없어진다. 또한 주식시장의 주가 변화는 기업의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지표이므로 무시할 수 없다. 단지 재무지표는 비재무지표 또는 실물지표를 요약하여서 일정 시간 후에 나타나는 후행지표이므로 균형감각을 가지고 지표를 점검해야 한다. 백미러만 보고 운전을 할 수 없지만 백미러를 안 보는 것도 문제가 된다라는 논리이다.
 
BSC의 균형에 대한 이론은 1990년대 나온 많은 전략 이론 가운데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차근 차근 실천 방안을 내어놓은 이론 중의 하나이다. 이들은 기업의 비전과 전략을 구현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네 가지 관점으로 나누었고, 이들을 연결하여서 일목요연한 체계를 만들었다. 재무 관점, 고객 관점, 내부프로세스 관점, 그리고 학습과 성장 관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상호 연계되어 있어서 하나의 전략 프레임워크를 만들어낸다.
 
재무관점의 선행지표는 고객 관점의 지표이다. 예컨대 고객만족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매출이 늘어나고 수익성이 증대되는 것이다. 고객 관점은 내부 프로세스 관점에 후행한다. 종업원이 고객만족을 위하여 노력하고, 프로세스가 고객 위주로 설계되어 있다면 고객의 만족도는 당연히 올라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부프로세스는 학습과 성장관점에 영향을 받는다. 혁신적인 프로젝트가 수행되고 성장성이 높아진다면 내부 프로세스의 선진화가 달성될 것이다.
 
따라서 4가지 관점은 서로 연계되어 있으며 이 중에서 가장 상위의 관점은 재무 관점이다. 그리고 캐플란은 이러한 관점의 성과측정 수단으로 측정 지표를 제시하였다. 이 지표들은 기업의 전략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지표들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시간적으로 장기지표와 단기지표, 선후 관계에서 선행지표와 후행지표, 재무지표와 비재무지표, 그리고 기업 내부지표와 외부지표 등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측정하고 사용하여야 한다. 균형잡힌 성과만이 장기적인 기업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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