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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37| 갑자기 말을 더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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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고민상담실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8,614회 작성일 2018-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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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장 불안한  아이
 
<사례 1 >  갑자기 말을 더듬어요
 
저희 조카가 요사이 갑자기 이상증세를 보여 답답한 마음에 문의를 드립니다. 곧 있으면 세 돌이 되는 여자아이로 올 초에 남동생을 봤어요. 조카아이는 내성적인 성격이 있기는 했지만 애기 때부터 음악을 들으면 흥얼거리고, 두 돌부터는 자주 듣는 노래는 음정박자 하나 놓치지 않고 따라 부를 정도였습니다. 또한 동화책을 볼 때도 혼자 구연동화 재연도 하고 하루종일 엄마와 함께 지내며 재잘재잘 얘기해서 “엄마도 말 좀 하자 “ 라고 몇 번을 부탁해야 엄마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아주 귀엽고 똘똘한 아이였답니다. 애교는 말 할 필요도 없이 만점이었구요.
그런데 한 3주 전 엄마가 혼을 한번 크게 냈었나봅니다. 엄마가 종종 OO가 잘못할 때마다 혼을 내긴 했었지만, 이번에는 좀 크게 화를 냈었나 봐요. 그것이 충격이었는지 그때부터 어떤 단어를 내뱉을 때 첫 발음을 아주 힘들게 표현합니다. 심하면 주먹을 꼭 쥐고 얼굴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온몸에 힘을 주어 말을 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마음이 편하고, 아빠가 저녁에 한 두 시간 쯤 놀아주고 나면 그 전처럼은 아니지만 말을 잘 하기는 하는데 아주 잠깐 뿐이라 엄마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배꼽이란 단어를 말하려다 본인도 말이 안 나와  속상한지 너무나 서럽게 울더라구요.
그리고 성격이 많이 내성적이라 “ OO야 너 말을 왜 그렇게 더듬니” 라거나 엄마가 말 더듬는 걸 눈치 채면 말을 안 하고 손짓으로만 의사표현을 한답니다. 그러다 며칠 전에는 갑자기 호전되어 3일 정도는 더듬는 걸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말을 잘 하더니 그제부터는 처음처럼 심하진 않지만 또 더듬는답니다.
 
 
언어발달에 문제가 없었고 어머님께 크게 혼이 난 이후로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는 말로 보아, 아이가 그 일로 인해 심리적인 상처를 받은 듯 합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조카의 경우처럼 예기치 않은 일(부모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어른의 입장에선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 아이에게 심리적인 충격을 주기도 하고, 부모님 입장에선 자녀를 올바로 지도하기 위해 야단을 쳤던 것이 아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무슨 일로 아이를 혼내셨고, 어떤 방법으로 야단을 치셨는지 궁금하네요.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아이의 그릇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야단을 치실 때는 아이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상황(혹은 이유)을 설명하면서 야단을 치시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가 갑자기 화를 내면, 아이는 부모의 환나 모습에 압도되어 자신이 왜 야단맞는지를 미처 살펴볼 수 없답니다. 마음이 여리고 내성적이 성품을 가진 아이들은 더  쉽게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감정이 상하여 화를 내셨더라도, 그 이후에 왜 화를 냈는지를 설명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부모님께 왜 꾸중을 들었는지를 이해하면, 쓸데없는 오해 (예; 엄마가 나를 미워하나봐)를 하지 않게 되고 마음이 상처도 덜 받게 되지요. 만약 이런 과정이 생략되었다면, 지금이라도 그 때 일을 돌이켜 아이에게 설명해 주십시오. 아이를 엄마의 따뜻한 품에 안고 다정한 말투로 그 때의 상황이나 엄마가 야단친 이유를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해 주고, 야단맞을 당시 놀라고 속상했을 아이의 마음을 위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동생을 본 이후 아이를 대하는 부모님의 태도에 변화가 있었는지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대체로 동생이 태어나면, 부모님들은 맏이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나이보다 훨씬 더 조숙하게 행동하기를 바라게 됩니다. 특히 어머님의 경우, 양육에 대한 스트레스가 곱절 이상으로 증폭되기 때문에 맏이의 행동에 더 민감해지고, 맏이가 더 잘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이를 예전보다 더 크게 (혹은 더 많이) 혼내실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미묘하게 달라진 부모님의 태도는 동생의 출생으로 인해 민감해진 아이들에게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동생의 출생은 아이들에게 심리적인 충격을 주는 사건이랍니다. 동생이 생겼다는 기쁨도 있지만, 지금까지 혼자서 독차지 했던 부모님의 사랑을 나누어 가져야 하고 (그로인해 동생에게 부모님의 사랑을 뺏긴다는 느낌도 받지요) 사랑을 받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부모님이 자신과 동생을 대하는 태도에 민감해지고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끌기 위해 일시적으로 애기 짓을 하거나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경우는 흔히 나타납니다. 이런 시기에는 부모님의 꾸중마저 자신이 미워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오해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동생이 태어나서 불편할 수 있는 맏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독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단, 조카가 말을 더듬기 시작한 기간이 최근이고 말 더듬기 이전에는 잘 적응했던 것으로 보아 크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성장하는 과정 중에 심리적으로 긴장하거나 마음이 불편할 때 여러가지 문제 행동을 보일 수 있는데, 말더듬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이며 아주 흔히 나타나는 현상 중에 하나입니다. 말더듬는 증상이 나타났던  시점에 그 증상을 유발했던 원인을 알고 적절히 대처해주면 감기를 앓고 낫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라지곤 합니다.
 
당분간은 아이의 말더듬 행동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이 스스로도 말을 더듬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말을 할 때 말을 더듬을까봐 걱정하고 더듬지 않기 위해 긴장할 것입니다. 긴장한 상태에서 겨우 말을 했는데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적을 받는다면, 아이는 더욱 위축되어 말을 꺼내는 것조차 피하려 할 것입니다. 또한 아이의 말더듬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이가 말을 꺼낼 때마다 아이의 입을 보면 아이가 말을 더듬나 더듬지 않나에 온 신경을 쏟기 때문에, 아이는 말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말을 더듬는 것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오인하고 말을 더 더듬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리적인 긴장은 아이의 말더듬기를 더 부추길 수 있으므로, 본인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주변에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조카가 주변 사람으로부터 지적을 받으면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손짓으로 의사표현을 한다는 점으로 보아, 이런 방법으로 접근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말을 더듬으면서 말을 하더라도, 더듬는 행동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아이가 말하려는 내용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주의깊게 들어주십시오. 편안하게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말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십시오. 말하는 도중에 아이의 말을 끊고 교정해주려는 시도는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이 편할 때나 아빠와 즐겁게 놀고 나면 말을 더듬지 않는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스럽게 느껴지네요. 아이의 말더듬기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 정서적으로 안정되면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하니까요. 부모님도 놀라고 속상하신 마음을 가라앉히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예전처럼 아이와 즐겁게 놀아주십시오. 부모님이 걱정하고 불안해하면 아이의 마음도 같이 불편해집니다. 이런 방법으로 접근하셔도 당분간은 말더듬기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점차 빈도나 강도가 감소해 나갈 것으로 인내를 가지고 지켜보십시오.
 
* 가톨릭대학교 아동∙청소년∙가족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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