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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자바에서 시를 읽다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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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숙의 독서노트
작성자 편집부 댓글 1건 조회 6,627회 작성일 2018-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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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섬 바나나
 
                    시. 최준
 
 
어디에나 그 여자가 서 있다
 
하늘과 땅의 중간쯤에서
하늘을 조금 끌어내리고, 땅을
조금 들어올리고
 
눈높이에 키를 맞추고
 
남편 없는 아이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세상 건널목 다 건너온 여자의 아이들이
양말을 신지 않았다
 
강이든 바다든 들판이든 집이든
슬프게 흔들리는
 
청파라솔 쓴 여자의 발치엔 늘 그림자가 있다
 
(출처: 뿔라부안라뚜 해안의 고양이 –문학의 전당)
 
 
NOTE***********
 
최준 시인은 오래 전 자카르타에서 5년여 머문 적이 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 <뿔라부안라뚜 해안의 고양이>라는 제목으로 인도네시아를 노래한 한 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자바섬 바나나’는 그 시집의 첫 장에 등장한다. 시인은 거리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던 바나나 나무에서 인도네시아 여인들의 삶을 발견했다. 
 
- 시인 최 준의 시선은 자바섬 도처에 널려 있는 바나나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상상력 혹은 문명의 그늘. 바나나는 인도네시아 여인들의 지난한 삶을 의미하는데, 그것은 시인의 시적 상상력에 투영되어 인간학적 음영으로 재현된다. 다시 말해서 시인에게 바나나는 문화적 코드이자 문명의 기호인데, 그것은 주렁주렁 매달린 남편 없는 아이들이다. (시집 해설 중에서) -
 
줄기마다 수십 개씩 붙어있는 무거운 과일 열매를 매달고 선바나나 나무를 보며, 아버지 없는 아이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사는 인도네시아 여인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 과연 시인답다. 그 바나나 열매는 여인의 아이들이고, 줄기는 그저 묵묵히 서서 자신의 운명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여인일 것이다. 우리가 무수히 보아 온 인도네시아 여인들의 삶이 대체로 저러하였다. 때론 안타깝고, 때론 답답하고, 때론 분노하면서, 신이 주신 삶에 순종한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뿐이다.
 
어디에선가 바나나 나무는 한번 열매를 맺고 나면 더 이상 열매가 생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커다란 바나나 나무 칼로 밑동을 뭉툭 잘라내고 이제 새로운 바나나 나무 열매를 맺어야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 설득하고 싶지만, 그것이 과연 저 여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일지는 나도 알 수가 없다. 
 
* 채인숙 / 시인.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라디오와 TV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 1999년 인도네시아로 이주하였고, 인도네시아 문화 예술에 관한 칼럼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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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전설님의 댓글

가을의전설 작성일

다시 보겠습니다. 바나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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