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14| 우리 아이가 대답은 안하고 울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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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장 위축되고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
<사례 2 > 우리 아이가 대답은 안하고 울기만 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 큰 아이가 누가 뭘 물어보면 한번에 대답을 안합니다.특히 자기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아무리 좋게 어르고 달래며 물어봐도 절대 말을 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기만 하거나 눈물만 글썽인답니다. 인내에 한계를 느껴 매를 들면 그때서야 ‘알았어요, 말하면 되잖아요’ 하고 웁니다. 그 다음 ‘ 그럼 왜 그랬니?’ 물으면 또 말을 안 합니다.
언제 한번은 기분이 좋아 보일 때 ‘너는 왜 어른이 말을 하거나 물으면 한 번에 대답을 안하니?’ 라고 물으니 ‘혼날까봐서요’ 라고 합니다. 그래서 ‘너는 대답을 해서 혼난 적이 많니, 대답을 안해서 혼난 적이 많니?’ 그랬더니 ‘대답을 안해서 혼나요’ 라고 하더군요. 일부러 말을 안하는 건지 자기가 조금 불리하다 싶으면 울어서 해결하려는 습관이 있는 건지 정말 답답합니다. 그나마 엄마 말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들어요. 물론 매를 들면 확실하게 말을 듣지만 그런 방법은 쓰고 싶지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대답을 하지않고 빤히 쳐다보며 우는 버릇을 고칠 수 있을까요? 자꾸 반복되니까 아이에게 대답을 요하는 질문은 저도 모르게 피하게 되고 그로 인해 대화의 단절이 오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묻는 말에 쉽게 말문을 열지 못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아이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잘 모르거나 대답 이후의 결과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신의 입장이 불리하거나 잘못한 일이 있을 때는 거짓말이나 변명을 할 수도 있고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대답을 하지 않으면 그로 인해 더 혼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엄마가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막상 대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답니다. 입을 다물고 있는 동안에는 대답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대답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겠지요. 대답을 했어도 혼이 났던 경험이 있거나 혼이 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 사실을 믿는 경우에는 입을 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것은 아니랍니다. 자신의 입장을 어떻게든 변명도 하고 싶고 그냥 자신을 이해 (혹은 용서) 해달라고 말하고 싶어도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울음으로 자신의 의사나 감정을 대신하는 것이지요.
어머니 말씀처럼 매를 들면 억지로라도 엄마 말을 듣겠지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될 수는 없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아서 혼이 나고, 혼이 났던 경험때문에 자신의 의사가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지고, 자신감이 부족하다보니 더욱 말을 안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있습니다. 대답을 하지 않는 행동 자체를 문제삼기 보다는 아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무엇때문에 말을 못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으면 말의 내용보다는 아이의 울음소리와 아이의 표정과 눈빛을 마음을 열고 눈여겨 살펴보십시오. 우는 상황과 우는 모습만 관심있게 잘 지켜보아도 슬퍼서 우는 것인지 억울해서 우는 것인지 뉘우쳐서 우는 것인지 두려워서 우는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대답을 주저하는 아이에게 입을 열지 않는다고 나무라거나 말하라고 다그친다면 아이의 입은 억지로라도 열릴지라도 아이의 마음은 굳게 닫힐 수 있습니다.
아이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는 경우에는 일단 울도록 두시면서 감정을 공감해 주시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네가 ~때문에 울고 싶은가 보다 “ 하고 아이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생각을 알아주고 표현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말을 하지 않고 울기만 하면 네 마음을 알 수 없으니 엄마가 네 마음을 잘 알 수 있도록 말로 얘기해 주면 좋겠다고 얘기해 보십시오.
이렇게 해도 입을 열지 않고 울면 울지 않고 얘기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시고, 스스로 울음을 그칠 때까지 우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아이가 말을 하면 아이가 말을 해준 것에 대해서는 격려해 주시되 옳지 않은 부분은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식으로 대안을 알려주십시오. 이러한 경험이 쌓이다 보면, 아이는 혼나는 결과를 감내하면서라도 솔직히 자신의 얘기를 전하려고 할 것입니다.
다만, 그동안 아이가 어떻게 자라왔고 부모-자녀간의 마음의 소통이 어땠는지 왜 이렇게 소통하기가 어려워졌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아이가 부모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하고 그런 면이 한편 염려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가까운 상담전문기관을 찾으셔서 아이의 심리상태와 부모-자녀관계에서의 어려움에 대한 진단과 평가를 받으시고 아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의논해 보시기 바랍니다.
* 가톨릭대학교 아동∙청소년∙가족상담센터 http://www.catholic.ac.kr/~childf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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