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15| 어른들 앞에서 수줍어하며 이야기를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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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장 위축되고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
<사례 3 >어른들 앞에서 수줍어하며 이야기를 못해요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 때문에 고민입니다. 친구들과 활동적으로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 면에선 매우 적극적인 편입니다. 하지만, 자신감도 없고 수줍음이 많아 수업시간에 손을 들고 발표하는 것은 거의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선생님이 한번 시키셨다가 아이가 울음을 터뜨려 버려서 당황하셨다고 합니다. 얘기를 나눠보니 ‘틀릴 거 같아서 ‘ 손을 못 들겠다고 합니다. 그림도 그리려고 하면 늘 ‘못 그린다 ‘ ‘어렵다’고 하고 무용시간에도 평소에는 잘하다가 엄마들만 있으면 쭈뼛거리고 울음을 터뜨려 버립니다. 인형놀이, 소꿉놀이 등 노는 것은 너무 좋아하지만 숙제는 늘 엄마의 잔소리가 있어야 겨우 합니다. 피아노, 미술, 컴퓨터도 길어야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걸 보면 아이가 끈기도 없고 싫증도 잘 내는 것 같습니다. 엄마인 저 역시 내성적이고 조용한 편이며 동생도 언니와 비슷합니다.
어떡하면 우리 아이가 친구 엄마에게도 ‘물 좀 주세요’하고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아이가 무대체질로 좀 바뀔 수 는 없는 걸까요?
어떡하면 우리 아이가 친구 엄마에게도 ‘물 좀 주세요’하고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아이가 무대체질로 좀 바뀔 수 는 없는 걸까요?
누구에게나 남 앞에 서는 것은 불편하고 긴장될 수 있지만 기질적으로 내향 성향이 강하면 그런 상황에서 더 큰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켜보는 시선을 감당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끄럽고 지켜보는 사람들의 말이나 사소한 행동까지 신경이 쓰이기도 하며 대처를 잘 못하거나 능숙하게 해내지 못했다는 수치심이나 좌절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감당하는 것도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에겐 남보다 더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족과 같은 안전한 대상이나 소수의 친구들에게는 의외로 허물없이 잘 지내기도 합니다. 아이의 경우에도 이에 해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아이가 발표를 잘 못하는 것에 대해 ‘틀릴 것 같아서 ‘라고 말했다는 점입니다.아이에게는 ‘사람들은 내가 잘 하나 못하나 지켜보는 거야. 틀리거나 실수하면 너무나 부끄러울 거야’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아이가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학원을 오래 다니지 못하는 것도 배우는 즐거움보다는 평가받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서 금방 흥미를 잃은 게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혹시, 알게 모르게 가족 내에 뭔가 성취나 성과에 대해 민감한 분위기가 있는지요? 부모님 스스로도 ‘무엇이든 잘 해야 한다. 못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내재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한 혹시나 자라면서 아이가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했을 때 부정적인 경험을 한 적이 있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작은 실수임에도 지적을 받았거나 우연히 친구들의 놀림을 받거나 비웃음거리가 되었던 적은 없었는지요. 부정적 경험은 마음에 상처를 남겨 오래도록 비슷한 상황만 되면 연상이 되어 아이 마음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한두번 울음을 터뜨렸던 경험도 아이로서는 다시는 접하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일을 겪고 난 뒤의 사람들의 당혹스런 시선, 부모의 실망감 등이 아이의 마음을 더욱 움츠러들게 할 수도 있거든요.
발표를 시켰는데 울어버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엄마들 앞에서 잘 하던 무용동작을 못하겠다면서 울었을 때, 틀릴까봐 손을 못 들고, 못 그리겠다며 그림 그리기를 주저할 때, 부모님은 어떻게 하셨는지요? 실망스럽고 답답한 마음에 야단을 치거나 다그친다거나 장점보다는 기대에 못 미친 것에 대해 부족한 점만을 지적하거나 나무라게 되면 아이는 점차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잃어갈 수 있습니다. 드러내놓고 그러지는 않더라도 그럴 때 마다 부모가 느끼는 못마땅함이나 실망, 화난 마음, 답답함, 속상함 등 부정적인 감정이 아이에게 전달되어 자신을 매우 부적절하고 부끄러운 존재로 여기게 될 수도 있습니다.
부모입장에서 내 아이가 당당하게 잘 해내기 바라는 만큼 아이도 남들 앞에서도 잘 해내고 인정받고 싶어 할 것입니다. 어머니의 속상하고 안타까운 심정만큼이나 아이 또한 속상하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런 아이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용기를 복돋아 주신다면 아이는 다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개인의 고유한 기질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환경을 경험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발현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성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시고 아이가 가진 장점을 알아주고 키워줌으로써 아이가 자신을 좀 더 긍정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보아 적응 상 큰 어려움이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무리하게 남 앞에 서기를 재촉하기 보다는 스스로 당당하고 책임감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먼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른 엄마에게 물을 달라고 말하는 것이 어려울 때 스스로 물을 떠 먹을 수 있게 말이지요.
학원문제나 학습과 관련된 문제에서도 아이가 왜 공부나 숙제를 해야 하고 학원을 다녀야 하는 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엄마가 필요하다고 하니 마지못해 선택했고 특별한 동기나 목적이 없이 다니는 것이라면 금방 싫증을 낼 수 밖에 없을 테니까요. 공부나 학습을 스스로 하는 것이고 그 과정은 아이가 주도하는 과정이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과제나 학원이나 아이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엄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함께 얘기하며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학원에 다녀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을 이러한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키워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학원을 다니든지 아니면 문제집을 끝까지 풀든지 한번은 완성하고 해내는 성취의 과정을 경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쉽게 싫증내는 이유가 앞에서 설명한대로 평가 상황에 민감해서라면 성취수준을 고려해 시간과 난이도를 조절해 주어야 합니다. 틀리거나 숙제를 못 해가거나 해서 쌓이는 반복되는 실패 경험은 흥미나 동기를 더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좌충우돌하더라도 완성하는 경험, 하기 싫더라도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경험, 그리고 잘 못하더라도 이해받고 따뜻하게 지지받는 경험이 쌓일 때 아이는 좀 더 스스로를 당당하게 여길 수 있을 것입니다. 부모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 가톨릭대학교 아동∙청소년∙가족상담센터 http://www.catholic.ac.kr/~childf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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