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16| 밖에서는 모범생인데 집에서는 뭐든지 싫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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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장 고집세고 짜증이 많은 아이
<사례 1 > 밖에서는 모범생인데 집에서는 뭐든지 싫다고 해요
저희 큰아들은 초등학교 1학년인데, 요즘 집에서 학교 숙제이며 학원 숙제들을 하려고 하면 무조건 싫다고 하며 하려고 하지 않아요. 워낙 어려서부터 고집이 세서 한번 싫다고 하면 혼나기 전까지는 절대로 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러던 것이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는 점점 더 심해져서 저녁에 이 닦고 자는 것 조차 싫다고 말하며 하지 않아요. 매일 혼내기도 뭐하고 해서 그냥 넘어갈 때도 있지만 학습에 대한 흥미도 점점 떨어지고 성실하게 하려고 하는 마음가짐도 사라져가고 그냥 대충하고 말려는 태도가 생겨 걱정입니다. 하루는 숙제를 먼저 하고 나면 네가 원하는 컴퓨터 게임을 1시간 동안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날은 열심히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 다음날부터는 숙제는 조금 있다가 하고 게임부터 하겠다고 고집을 피워요. 날이 지나면서 1시간 하기로 한 약속도 지키지 않고 제가 혼을 내고 끄기 전에는 절대 게임을 멈추지 않아요. 숙제를 건성으로 해놓고 게임만 하려고 들고 아니면 아예 게임부터 한다고 고집을 부리네요. 매일 혼낼 수도 없고 힘이 듭니다. 혹시 제가 이이를 잘못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러다가 사춘기때 반항아로 삐뚤어지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학교나 학원에서의 태도는 너무도 바르고, 열심히 하고 선생님의 지시도 잘 따른느 모법 학생이라고 하네요. 집에서 엄마가 하자고 하면 너무나 심하게 반박을 하며 하지 않으려고 하니 참 걱정입니다. 이런 아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들은 스스로 걷고 말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을 독립된 인격체로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려고 하고 자기 뜻대로 해달라고 하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고집이나 떼를 부리기도 합니다. 이럴 때 대부분의 어머니는 엄마의 듯을 거스르면서 자신의 뜻대로만 하려는 아이를 마냥 받아줄 수 만은 없어 갈등하게 되고요. 자기 뜻대로 하고 싶은 아이의 욕구와 세상 살아가는 법 (자신의 뜻대로만 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므로)을 가르쳐 주어야 하는 엄마의 바람 사이에 마찰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 이 때 어덯게 이 갈등을 해결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답니다.
아이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고집을 부리거나 떼를 쓸 때 그 행동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아이가 요구하는 바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다음, 들어줄 수 있는 요구는 흔쾌히 들어주시되 들어줄 수 없는 요구는 왜 그런지를 충분히 설명해 주시고 엄마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서 화나고 속상한 아이의 마음을 진심으로 공감해 주셔야 합니다. 아이는 어리다 보니 어른만큼 하고 싶은 욕구를 참는 것이 어렵고 자기중심성이 강해 부모님의 설명이나 설득에도 쉽게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서 여유를 가지고 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말 들어줄 수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절충하고 타협해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고집이 세었다고 했는데 아이가 어떤 일로 고집을 부렸는지, 아이가 고집을 부릴 때 어머니께서 어떻게 대처했는지 찬찬히 되짚어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아이가 밖에서의 태도와 집에서 엄마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으로 보아 모-자 관계를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아이의 고집스런 행동으로 인하여 갈등이 있었으나 문제가 될 만큼 커지게 된 시기가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즈음, 즉 엄마가 아이의 학습에 관심을 갖고 지도하게 되면서가 아닌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느긋한 마음을 가졌던 어머니들도 아이가 취학을 앞두고서는 조급한 마음이 들어 아이의 학습에 관여하게 되시는데 어머니는 어떠셨는지요?
학습을 가르치다 보면, 물론 완벽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글씨도 잘 썼으면 좋겠고 딴짓하지 않고 꾸준히 책상에 앉아서 하면 좋겠고 이왕이면 실수없이 잘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다보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고 아이와 감정이 상하는 일도 생기게 되지요. 그렇게 상한 감정들이 해결되지 않아 학교 숙제에 대한 거부감으로 더 나아가 이 닦고 자는 것조차 거부하는 것으로 발전된 것은 아닌가 합니다.
아이가 학교나 학원에서 성실한 모습을 보인다고 하니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조절하거나 타인과 타협하는 능력 발달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 걱정하지 마히고 숙제는 아이 스스로 해결하고 책임지도록 두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선생님과 또래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면 안하던 숙제도 하는 것이 아이들의 마음입니다. 먼저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 00야, 왜 숙제를 하기 싫은 마음이 드는지 엄마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니?” 하고 물어보세요. 아이가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다고 한다면
“ 그랬구나. 00가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 엄마가 자꾸 이렇게 했으면 저렇게 했으면 하고 얘기해서 힘들었나 보구나. 엄마는 00가 혼자 하는 것이 힘들까봐 도와주고 싶어서 그랬어. 그런데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니 미안해. 그럼, 이제부터라고 네 혼자 힘으로 숙제를 해보고 싶니? 혼자 하다가 엄마의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지 얘기해 줄래?” 라고 이야기해 주세요. 그리고 스스로 숙제를 하면 얼마나 잘 했는지를 엄마의 기준으로 평가하시지 말고 아이 혼자 한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를 알려주시면서 격려해주세요. 실수나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이를 경험해 보아야 스스로 고치려는 의지도 가지게 됩니다. 학교 숙제 이외의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동안 아이와의 관계회복을 위하여 어머니께서 여러모로 애쓰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머니가 노력하여도 아이와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나아지지 않고 매일 같이 비슷한 양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부모-자녀관계는 다른 관계보다 정서적으로 깊이 관여하기 때문에 ( 다른 관계라면 안보면 그만이지만 자식은 그렇지 않죠) 갈등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갈등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갈등을 해결하고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와 씨름하느라 감정이 상하고 에너지가 소진되면 아이와 편한 관계를 맺기가 어렵습니다. 심리적으로 불편한 상태에선 어머니가 아무리 아이의 입장과 욕구를 헤아리려 해도 아이쪽에서 진심으로 엄마가 나를 이해했다고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럼 어머니가 힘들여 노력하는데도 아이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 때문에 관계가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의 노력과 고민들이 더 큰 어려움을 막아주는 좋은 밑거름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 가톨릭대학교 아동∙청소년∙가족상담센터 http://www.catholic.ac.kr/~childf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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