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21| 사소한 일에 과도하게 화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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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장 화를 못 참고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아이
<사례 1 > 사소한 일에 과도하게 화를 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한 달 전쯤 저희 공부방에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새로 다니게 되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아주 얌전하고 듬직하게 생겼는데 엄마가 ‘아이가 조금 거친 면이 있는데…어쨌든 잘 부탁합니다 ‘ 하고 가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얌전히 앉아서 공부를 하는 것 같았는데 옆에 있던 다른 아이가 문제 틀린 것을 이야기하며 장난을 걸자 엄청한 화를 보였습니다. 공부방에 있던 의자, 책상, 심지어 화분과 소파까지 방에 있던 모든 집기를 던지거나 부수어 버렸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제어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정작 그 아이는 ‘ 내가 언제 그랬냐’ 싶을 정도로 아까 하던 공부를 마저 하고 있었습니다. 옆에 아이가 심하게 장난한 것도 아니고, 화가 나더라도 소리를 지르는 정도가 아니라 말없이 순식간에 그런 행동을 했습니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니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를 건드리지 않고 말도 걸지 않고 있습니다. 고민 끝에 아이 어머니에게 말씀드렸더니 더 기가 막히게도 ‘그럴 땐 그래도 안 그럴 땐 얌전해요. 그냥 두세요. 저도 심각성은 알지만 뭐 어쩔 수 없어서..직장일도 바쁘고..죄송합니다. ‘ 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 아이 엄마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두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보호자에게 어떻게 조언을 해주어야 할지, 그리고 교사로서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 건지 꼭 도움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이를 공부방에 맡길 때와 선생님께서 과격한 행동을 알린 이후 보호자의 반응을 보았을 때 아이의 어머니는 이미 아이 행동의 심각성을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아마 공부방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나 가족 관계와 같이 다른 상황에서도 비슷한 문제 행동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공부방에서도 또래들이 그 아이에게 말 거는 것 조차 꺼릴 정도라니 아이는 어느 곳에서든 다른 사람과 편안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 어머니의 태도를 보면 가장 가까운 부모님조차 아이의 어려움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아이의 마음 속에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고 마음 속에 화나 분노가 쌓이면 사소한 일에도 쉽게 혹은 과도하게 그 감정을 표현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더욱 불편해지고, 또 다시 아이는 이해받지 못하게 되어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관찰하신 아이의 어려움과 염려되는 부분을 아이의 어머니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권유해 보십시오. 혹여 어머니께서 아이 행동의 심각성은 알고 있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신다면, 그러한 어머니의 마음을 헤어려 주시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아이가 아플 때 병원에 가서 진단과 처방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임을 알려주십시오. 감기 같은 가벼운 질환도 방치하면 악화될 수 있는 것 처럼, 지금 아이가 힘들어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는 것이 최선임을 알려주십시오.
또한 학년이 올라갈 수록 아이 본인과 주변 사람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사춘기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될 수 도 있으니 예방차원에서라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시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해 보십시오. 인근 상담전문기관을 방문하시면 심리평가를 통해, 아이의 특성이나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아이에게 필요한 지도 지침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문제행동을 보이든 간에 그 행동 이면에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심리적 배경이나 원인이 있답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 행동만을 지적하고 교정하려고 하면 아이는 불만을 가지기 쉽고, 그렇게 되면 더욱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아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알 수 없지만, 평소에는 얌전하다가 갑작스럽게 자기 감정을 폭발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보아, 아이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적절하게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고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수용받고 공감 받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화가 나서 과격한 행동을 보였을 때는 , 우선 그렇게 행동한 아이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주시고,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 주십시오. 그런 다음 아이의 과격한 행동이 아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그 행동을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십시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보다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함께 고민하고, 아이가 그렇게 했을 때 아낌없이 칭찬하고 격려해 주십시오.
그리고 아이의 과격한 행동을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화분을 던지려고 하면, ‘안돼, 화분이 깨지면 00와 다른 친구들도 다칠 수 있다’라고 단호히 이야기해 주십시오. ‘네가~때문에 화가 난 건 알겠어. 그렇지만 너와 친구들을 다치게 하는 행동은 안돼. 네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같이 찾아보자.’ 라고 이야기 하면서 아이가 보다 적절한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아이가 사소한 것에 폭발적으로 화를 낼 때, 그렇게 하고 나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할 때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 충분히 짐작됩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일 수 있으나, 속으로는 친구나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도 들 수 있고 당신의 행동에 대해 속상한 마음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속내를 누군가 이해하고 알아준다면 아이는 그 동안 닫아 두었던 마음이 문을 조금씩 열어갈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감정을 보다 적절하게 표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의 태도가 달라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고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신다면 분명 아이에게도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아이의 행동에 대해 걱정하고 도움을 주려는 선생님의 따듯한 마음이 아이와 부모님께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 가톨릭대학교 아동∙청소년∙가족상담센터 http://www.catholic.ac.kr/~childf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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