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자바에서 시를 읽다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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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숙의 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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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기타 1
시. 서정민
난 망가진 기타
빛나는 노래의
오래 울리는 배음이 되고 싶었네
빛나는 노래의
오래 울리는 배음이 되고 싶었네
머릿속의 완벽한 선율을 따라
속주로 이륙하고 싶었네
운명의 코드를 바꾸고 싶었네
속주로 이륙하고 싶었네
운명의 코드를 바꾸고 싶었네
남은 현들을 힘껏 조여보는 거야
먼지를 잠 깨워 춤추게 하고
통쾌한 달을 쏘아 올려서
밤하늘 가득
별들의 박수소리를 들어보는 거야
먼지를 잠 깨워 춤추게 하고
통쾌한 달을 쏘아 올려서
밤하늘 가득
별들의 박수소리를 들어보는 거야
난 망가진 기타
고요가 나를 삼키기 전에
내가 지닌 모든 불협화음으로
징징 울어보는 거야
고요가 나를 삼키기 전에
내가 지닌 모든 불협화음으로
징징 울어보는 거야
(출처: 망가진 기타- 삶이 보이는 창)
NOTE**********
시작부터 시인은 스스로를 망가진 기타라고 말한다. 망가져 버렸으니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도 없고 남들 앞에서 멋진 연주를 할 수도 없다. 누군가 빛나는 노래를 부를 때 아름다운 반주가 되고 싶었던 기타의 꿈은 애당초 끝난 것이나 진배없다. 그러나 시인은 그 절망을 노래하는 것으로 시를 마무리하지 않았다. 망가진 기타에도 남은 현이 있다는 것이다. 그 현을 힘껏 조여서 연주를 하겠다고 말한다. 불협화음을 낼 것이 뻔하지만 징징거리는 소리라도 질러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먼지를 춤추게 하고 밤하늘 별들의 박수를 들을 것이라고 말한다. 눈물나게 아름다운 결심이다.
이 시집은 서정민 시인의 유고시집이다. 평생 뇌성마비를 앓았고, 대학을 다니며 풍물을 치고 시를 썼다고 한다. 바다가 아름다운 남해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으나 서른 살이 채 되기 전에 세상을 떴다고 시집에 기록되어 있다. 시집에 함께 실려있는 그의 사진을 한참 펼쳐보았다. 선하고 맑은 얼굴이다. 온전하지 못한 자신의 몸은 망가진 기타에 비유했지만, 징징 우는 소리를 내더라도 끝내 시를 쓰고 싶었던 젊은 청년의 결기가 눈물겨웠다. 온몸 멀쩡하면서도 한번도 제대로 아름다워 보지 못한 나의 시가 새삼 부끄러웠다.
*채인숙 / 시인.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라디오와 TV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 1999년 인도네시아로 이주하였고, 인도네시아 문화 예술에 관한 칼럼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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