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경영학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 전문가 칼럼

본문 바로가기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사이트 내 전체검색

전문가 칼럼 (2) 경영학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기업경영 속의 IT 기술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705회 작성일 2018-07-16 00:00

본문

< 기업경영 속의 IT 기술 2 >
 
경영학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남영호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경영학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경영학을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로부터 종종 받는 질문 중의 하나이다. 학문에 아버지, 어머니가 있으랴마는 그래도 경영학을 최초로 연구하고 토대를 마련한 분은 누구일까? 자본주의 경제학의 아버지 하면 바로 아담 스미스가 떠오르는데 경영학에는 이런 분이 떠오르지가 않는다. 물론 주식회사 제도를 가장 먼저 적용한 기업은 1602년에 설립된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이다. 17세기 초에 네덜란드에서 멀리 떨어진 아시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 주주를 모집하고 근대 주식회사와 유사한 형태의 기업이 운영되었다. 그렇지만 동인도회사가 경영을 하였다기 보다는 식민지 지배를 통한 착취의 방편으로 사용되었을 뿐이므로 경영학의 역사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경영학의 특성 중의 하나는 경영 환경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발전한 학문이라는 점이다. 경제학처럼 천재적인 소수의 학자가 학문을 이끌어 가는 방식이 아니라 환경 변화에 적응하면서 경영기법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학문적 체계가 완성되기 때문에 누구 한 명을 지적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비록 경영학에 아버지는 없어도 현대 경영학을 만드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분이 누구인가로 질문을 바꾼다면 이에 대한 대답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헨리 포드 (Henry Ford)와 알프레드 슬론 (Alfred Sloan)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Ford 자동차사를 창업한 헨리 포드와 GM사의 위대한 경영자인 알프레드 슬론이다. 이 두 분은 20세기 초에 자동차산업의 패권 경쟁을 하면서 현대 경영에서 사용되는 많은 기법들을 개발하고 현실에 사용하였다.
 
* * *
1893년 영국의 엘리스경은 석 달간 프랑스로 여행을 떠났다. 정확히는 자동차를 주문하려고 3개월 동안 프랑스에 머문 것이었다. 당시에는 마스터(master) 라는 장인의 손에서 자동차가 만들어졌다. 고객은 장인과 토의를 하면서 자동차의 스팩을 결정하였다. 차 앞쪽에 트렁크를 놓을지 뒤쪽에 놓을
지, 마차처럼 운전사가 가운데 앉을지 아니면 왼쪽 또는 오른쪽에 앉을지 등을 하나하나 결정하면서 만드는 완전한 주문생산 체제이었다. 만드는 방식도 고정작업대 방식이었다. 마스터와 직공이 의논해 가면서 작업대 위에 차체가 올라가고 엔진이 얹히면서 차근차근 차가 완성되는 것이다. 엘리스경이 3개월에 걸쳐서 자동차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당시의 현실이었다.
 
1890년대의 세계 산업계의 무게 중심은 유럽이었다. 2번에 걸친 산업혁명 이후 영국은 산업계의 일인자의 자리에 있었으며, 프랑스, 독일 등이 기계산업을 주도하고 있었다. 그 당시 미국에서는 자동차라는 것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충분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로부터 딱 30년이 흘러간 1920년대의 미국에서는 경악할 만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포드사에서는 1925년 한해 동안 23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였던 것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Model T 라는 자동차이다. 1890년대에 3개월 걸리던 생산주기를 30년만에 대당 3분으로 단축한 것이다. 하루에 거의 1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모델 T는 1928년에 단종되기 전까지 20년동안 1,600만 대를 생산하였다.
* * *
 
포드가 이룩한 이 혁명적인 사실 앞에서 어안이 벙벙할 수 밖에 없다. 무엇이 이러한 생산방식의 혁명을 일으킨 것인가? 학계와 언론들은 앞다투어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 과학적 관리법, 공정 표준화 등 근대적 생산방식을 소개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칭하여 ‘Fordism’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을 하였다. 즉 “튼튼한 품질의 차를 대중이 향유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으로 생산한다” 라는 포드의 철학이 생산방식을 탄생시킨 원동력이었다. 1909년대에 대당 약 2천 불에 팔리던 자동차를 1925년에 대당 440 불까지 떨어뜨려서 미국의 수송을 혁신하였다. 급기야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Fordism을 사전에 명기하기 위하여 포드에게 설명을 의뢰하였다. 포드는 고집스러웠지만 어떤 면에서 매우 겸손한 분이었다. 자기 이름 뒤에 ism이 붙는 영광을 포기하면서 (이름 뒤에 ism이 붙어 보통명사가 된 것은 Marxism, Darwinism등 몇 안 된다) 자신의 독창적인 생산방식에 새로운 명칭을 제시하였다. Fordism 대신 ‘Mass Production (대량생산방식)’을 사용하자고 제안하였고 현재까지 이 단어를 보통명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1920년대의 헨리 포드의 관심사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포드 자신이 생산 엔지니어이었기에 “튼튼한 차를 대량으로 만들자” 라는 과제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대중이 향유할 수 있는 적절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과연 차의 가격을 얼마로 해야만 회사도 유지되면서 많은 대중이 수송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까? 결국 많은 학자들이 포드 자동차의 생산방식을 연구한 끝에 나온 것이 현재 원가회계 교과서에 나오는 노무비, 재료비, 제조간접비의 분류 및 간접비 배부라는 방식이다.
 
* * *
 
“포드를 물리쳐라.” GM (General Motors) 이사진이 MIT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듀퐁사에서 두각은나타내던 슬론 (Sloan)을 영입하면서 주어진 미션이었다. 하지만 슬론이 포드 자동차를 이길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특히 가격이나 내구성 면에서 포드 자동차 만한 경쟁력을 가질 방법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포드 자동차사도 약점이 있었다. 고객은 다양성을 원하였고 고객의 눈은 점점
고급화 되었는데 포드는 한 차종, 모델 T만을 고집하였다. 시장에는 농장용, 트럭용으로 개조된 모델 T가 팔리고 있었다. 슬론은 고객의 마음을 읽었다. 그는 고객의 소득수준과 소비 성향에 맞추어 여러 가지 모델의 자동차를 개발하였다. 시장의 요구에 맞추어 사업부를 만들고 본사와 사업부의 계층 체제를 갖추었다. 각 사업부 별로 유능한 사업부장을 뽑고 전권을 위임하였다.
사업부장은 자금조달 및 투자결정 이외에 거의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대신 수익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었다. 이러한 독립채산제는 당시의 산업계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 한 발상이었다.

이렇게 하여 탄생한 사업부들이 역사적으로 유명한 GM의 5대 사업부이다. 즉 부유층을 위한 캐딜락 (Cadilla), 풍요롭고 안정적인 중산층을 위한 올즈모빌 (Oldsmobile), 신흥 중산층을 위한 뷰익 (Buick), 신세대를 겨냥한 폰티액 (Pontiac) 그리고 농촌 환경에 적합한 쉐보레 (Chevrolet) 사업부이다. 슬론은 재무 및 회계와 관련된 원칙을 세우고 투자수익율 (ROI; return on investment) 같은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였다. 그는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제품 생산에 반영하기 위해 시장조사와 소비자연구 등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였다. 각각의 사업부는 본사로부터 더 많은 투자를 받기 위해서 경쟁을 하였고, 본사는 재무기법을 개발하여서 매년 사업부를 평가하고 평가에 따라 인사고과를 하였다. 사업부의 완전한 독립채산제를 위하여 사업부 간의 이전가격(transfer price) 결정, 간접비 배부 등이 연구되었다. 슬론의 경영방식은 우리의 현대 경영에 기여한 바도 많지만, 문제점도 많이 노출시켰다. 본사의 화이트 칼라 (white collar)들이 사업부 공장의 블루 칼라 (blue collar) 등을 평가하면서 계층 차별화가 명확히 되었다. GM의 사업부제는 양 계층간의 대립을 극렬화시켰고 급기야 최강성 자동차노조가 형성되는데 일조를 하였다.
 
요사이 대부분의 기업이 대량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사업부를 가지고 있다. 사업부별 독립채산제를 근간으로 하며 수많은 재무기법을 통하여 투자안을 평가하고, 간접비 배부를 통하여 제품 원가계산을 한다. 이러한 기법들은 현대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그 다지 새로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경영학적으로 분석하여 보면 포드는 규모의 경제 (economy of scale)를 달성하고자 노력했으며, 슬론의 구색의 경제 (economy of scope)에 최초로 눈을 돌린 분이다.
대단한 발견, 분석은 아니지만 이렇게 탄생한 철학, 기법, 방식 등은 고스란히 경영학 교과서에 담기게 되었고 경영학을 배우는 학도들에게 전수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필자는 감히 경영학의 실천적 바탕을 만들어 준 이 두 분을 경영학의 아버지로 선정하고 싶다.
 
헨리 포드  Henry Ford (이미지 출처= Wikipedia)
 
알프레드 슬론 Alfred P. Sloan (이미지 출처=Wikipedia)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PT. Inko Sinar Medi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