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자바에서 시를 읽다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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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숙의 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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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시.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출처: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세계사)
NOTE*******************
나는 자주 후회한다. 그때 그 사람, 그때 그 물건, 그때 그 일, 그때 그 시간이 나에게 엄청난 기회는 아니었을까. 큰 이익을 남기는 일은 아니었을까. 멋진 관계를 이루는 계기는 아니었을까.
후회하고 후회하는 일들이 어디 한두 가지겠는가… 그때 그 사람을 놓치지 않았어야 해. 그때 그 물건을 사 두었어야 해. 그때 그 일을 맡았어야 해. 그때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았어야 해.
다만 시인의 말처럼 그 모든 순간들이 꽃봉오리라는 걸,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내 열심에 따라 꽃봉오리가 더 튼실하고 아름답게 필 수 있음을 알았으니 고맙다. 이제 더 열심히 사랑하고, 마주 보고, 파고들고, 귀를 기울일 일만 남았다. 내게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채인숙 / 시인.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라디오와 TV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 1999년 인도네시아로 이주하였고, 인도네시아 문화 예술에 관한 칼럼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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