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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자바에서 시를 읽다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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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숙의 독서노트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5,704회 작성일 2017-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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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균열의 끝
                             시. 이덕규
 
 
얼음이 녹기 시작한
저수지 위를 걷는다 쩌렁- 쩡
금이 간다, 이건
늘 있는 사소한 균열이다
 
초경량급
슬픔조차 견디지 못한
실금 몇 가닥이
네 가슴
한복판에 먼저 가 닿는다
 
그 긴 울음소리 끝난
네 마음 가장 깊은 근처까지
나도 따라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거기 아주 큰 슬픔의
경계가 녹고 있는
 
 
갈수록 넓어지는
너의 싯푸른 중심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
문득, 내가 딛고 선
발 밑이 맑고 투명해진다
여기쯤이다……..꺼져라, 슬픔!
 
(출처: 다국적 구름 공장 안을 엿보다-문학동네)
 
 
NOTE**********************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과 사소한 오해가 쌓이거나 혹은 상대가 결코 원하지 않는 도에 넘치는 이해로, 관계에 실금이 가기 시작하는 일은 너무나 흔하다. 우리 사이에 이쯤이야 어떠랴 싶은 일들이 상대에게 상처가 되고 서로가 서서히 어긋나기 시작한다. 상처를 받은 사람은 늘 자신을 피해자라고 여기게 마련이고, 말할 여지없이 불행해 진다. 그리고 쩌렁-쩡 사소한 균열이 깨지고 나서야 서로의 관계가 끝났음을 통렬히 깨닫는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사랑한다고 여기는 사람을 가장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게 상처 주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 시를 읽으면서 문득 생각했다. 그의 마음 깊은 근처까지 걸어들어가 서 있는 것. 싯푸른 그의 중심을 오래 들여다 보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 그리하여 발 밑의 슬픔들이 맑고 투명해질 때까지 함께 딛고 일어서는 것. 그리고 함께 소리치는 것.
 
“여기쯤이다……..꺼져라, 슬픔!”
 
온 세상에 사랑을 전하러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복하며 우리가 사랑하는 이에게 내밀 수 있는 작은 크리스마스 카드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채인숙/ 시인.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라디오와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
 
시인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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