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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2)| 성공 경영, 순위 없는 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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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의 경영 탐문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241회 작성일 2018-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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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의 경영 탐문 2
#세상에 경영 아닌 것 없습니다.
#중학생 차 정민 군의 자기 경영 이야깁니다.
 
 
성공 경영, 순위 없는 일등
 
 
 
3년 전이다. 그러니까 2015년 1월 25일 오전,
나는 인도네시아 서예동호회 자필묵연 단체 카톡방에 아래 내용을 올렸었다.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지금도 핸드폰을 쓰지 않는 12살 소년 차 정민, 영문과 한글로 시를 쓰고, 서투르지만 한문으로 작문을 하는 소년, 그 정민 군이 아침에 보내온 시 두 편입니다. 함께 감상하시죠.
 
<옛날>
 
수능 대신 과거
대통령보다는 왕
연필대신 붓과 먹
아저씨 대신 대감이 있었으면
재미가 넘치는 세상이겠다.
옛 시대의 땅을 걸어보지 못한 나
가고 싶은 세상
옛날
 
 
<술>
 
어른들께서
그리 많이 드시는 술
도대체
무슨 세상 속에 잠겨있을까
그 술 말이지
 
 
▲ 2015년의 차 정민 군
 
저는 요 며칠 고심의 연속이었습니다. 우리 자필묵연의 귀한 도반, 차 정민 군의 아호 때문입니다. 정민 군에게 어울리는 아호가 무엇일까? 참 많은 고려 끝에 취한 아호가 三而(삼이) 두 자입니다. 三而는 <삼(三)으로부터 그리고>, 또는 <삼으로부터 시작되다>, <삼으로부터 만들어 나가다> 등의 뜻으로 풀 수 있겠습니다. 완성이 아니라 시작, 무한한 과정을 통해 수많은 결과를 펼치라는 희망을 담았습니다.
 
三이 지닌 뜻이 참 광범위하다는 것이야 다들 아시는 바입니다. 三은 얼마 전 신년특강으로 <천부경>을 말할 때 대강 설명한 바 있습니다. 三은 무극(無極), 태극(太極), 황극(皇極) 삼극(三極)의 三이며 하늘, 땅, 사람 삼재(三才)의 삼입니다. 一積十, 일(一)이 많은 수(十)로 쌓여가는 과정 즉 우주 실체의 시작과 운행으로써 삼이며, 환웅 웅녀 단군 즉 한 사상의 중심인 三입니다. 성부, 성자, 성신 기독교 삼위일체의 三이며, 브라마, 쉬바, 디시뉴 즉 불가 삼신의 三입니다. 시작이자 과정, 조화의 三인 것입니다.
 
而는 말을 잇다, 같다, 너, 자네, 그대, 만약, 만일, 뿐, 따름, 그리고, ~로 ~하면서, 그러나, 그런데도, 재능, 능력 등의 뜻을 지닌 글자입니다.
 
三과 而, 두 글자 조합으로 이뤄진 아호는 과거 한국, 중국, 일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 과문함에 에누리를 두려는 게 아닙니다. 기실 있고 없음이 무슨 대수겠습니까? 저는 다만 정민 군의 개성에 가능성과 소망을 얹어 三而로 작호를 하고 나니 마음이 뿌듯합니다.
 
두 글자를 붓으로 썼을 때 어우러지는 조화도 썩 재밌습니다. 三자의 가로선 세 개와 而자의 세로선 네 개의 조합 말입니다. 둘을 합하면 七이 되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칠의 의미를 특별하게 새기는 것 또한 우리가 다 아는 바입니다.
 
三而, 이 아호를 정민 군이 잘 간수하고 아울러 지극히 三而다운 세계를 펼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2015년 12월 한 음악 발표회에서 가야금을 연주 중인 삼이 차정민
 
▲  서예 삼매에 빠진 삼이 차 정민
 
▲ 2016년 삼이 차 정민
 
▲  자카르타 한국 국제학교(JIKS)에서 수상 중인 삼이 차 정민
 
차 삼이 군은 이제 해가 바뀌어 나이 열여섯이다.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JIKS) 9학년 새 학기를 앞두고 있다.  삼이 군은 한국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인도네시아 땅을 밟았다. 한 때 뉴질랜드로 가 4년을 살기도 했다.
 
S(손인식). "지금 희망이 뭐지?"
 
C(차정민). 삼이 군에게 나는 대뜸 희망을 물었다. 전에도 그 전에도 던졌던 이유 있는 물음이다.  대통령에서 국회의원, 변호사, 철학가, 나를 처음 만났을 때는 서예가로서 미래를 꿈꾸기도(아주 잠시지만) 했었음을 알기 때문에 바로 ‘지금’의 장래 희망이 궁금했다.
 
C. "중등교사입니다."
 
교사? 흥미롭다. 역시 기대한 대로 희망이 바뀌었다. 교사를 희망하는 것은 지금 학교에 존경하는 선생님이 계시다는 의미리라. 대학생이 되면 교수가 되겠다고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참 다행스럽게도 삼이 군은 희망이 바뀔 때마다 이유가 분명하다. 그리고 그 희망에 흠뻑 빠진다. 그러므로 바로 지금의 장래 희망이 왜 교사인가를 되묻게 된다.
 
C. "저는 늘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이 즐겁습니다. 이것을 지금 제 시기를 겪을 미래의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싶습니다. 또 방황하는 사춘기, 자아 형성은 아직 미진하고 미지에 관한 두려움도 절정인 시기의 학생들을 저만의 철학으로 도와주고 싶습니다."
 
S. "지금 잘 하는 것은 뭐지? 장래에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뭐야?"
 
C. "저는 지금 힙합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2년여 동안 푹 빠져있습니다. 힙합 음악을 계속하면서 래퍼의 삶을 살고 싶은 것이 지금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힙합은 생각만 해도 피가 끓고 마음이 두근거리거든요. 제가 교사가 되더라도 힙합 아티스트를 향한 제 열정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S. “힙합을 통해서 드러내고 싶은 것이 뭐지?”
 
C. “(힙합은) 저의 여러 감정들과 제가 겉으로는 숨기고 싶으나 도저히 끝까지는 감출 수 없을 것 같은 생각, 느낌을 그때 그때 가사로 표현할 수 있어 좋습니다. 랩이라는 아름다운 수단으로 다시 생각을 꺼내는 그 활동, 이것이 저한테의 랩의 의미입니다. 관중인 남들 또한 쾌감을 느끼는 것 같아서 함께 공감하는 순간이 몹시 즐겁습니다. 저는 힙합을 통해서 우리 민족의 감칠맛 나는 정서를 드러내고 또 널리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제가 좋아하는 서예나 시와 산문 등 모든 것에서 대한민국 고유문화와 기질, 즉 우리다운 것을 저 다운 방식과 또 흥미롭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삼이 군은 한때 놀랍게도 한복 두루마기를 즐겨 입었다. 생활 한복도 좋아했다. 튀는 행동? 수근 거림? 나는 이것을 군의 멋진 용기라 생각한다. 스스로 하고자 하는 바를 망설이지 않고 정직하게 실행하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용기 아니겠는가. 삼이 군의 용기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군은 가야금을 배우고 싶을 때 가야금을 안았고, 태권도를 배우고 싶을 때는 태권도장을 찾아 단전에 기합을 넣었으며. 피아노를 배우고 싶을 때는 피아노 건반을 주물렀다.
 
얼마 전 6년째 하루 한권의 책을 읽는 여성 독서 마니아에 관한 기사가 모 포털 사이트의 메인을 장식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나는 그 기사를 여기저기 퍼 올렸다. 받는 사람 대부분이 묵묵부답이었다. 그런데 삼이 군이 빠르게 반응했다.
 
C. “저도 실천해보고 싶어요.”
 
삼이 군은 현재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학생이다. 몇 가지 취미 활동도 그치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 하루 한 권 독서를 하기엔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그럼에도 군은 진리 탐구에 관한 열정을 툭 그렇게 드러냈다. 내 짧은 답 이랬다."
 
S. "넌 더러 멋진 말을 잘 하는데 오늘 이 말은 그 중에 가장 멋지구나."
 
군의 집중력은 참 놀랍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말의 주인공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학생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삼이 군의 1등 소식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는 드러내놓고 칭찬하지 않는다. 현재 삼이 군에게 1등이 최선이 아니라는 내 생각 때문이다. 한정된 범위 안에서 치르는 시험이나 평가에서 집중력 뛰어난 삼이 군이 좋은 점수를 얻기란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학교마다, 반마다, 때마다, 각종 이벤트마다 의례적으로 누군가가 차지하게 되는 그 일등을 했다고 그에 도취하지 말라고 들이댄다.
 
S. “난 네가 지금 현실이 아닌 역사 속 일등들과 어깨를 겨뤘으면 좋겠어. 예를 들면 예수님이나 공자님, 부처님처럼 수천 년이 지나도 시들지 않는 그런 일등을 꿈꾸기 바래. 그건 도달하지 못할 성인의 영역이라고? 그럼 그 수많은 역사 속 훌륭한 분들을 떠 올려봐. 자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네가 학생들의 고뇌를 함께 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면 꼭 직업으로 교사를 선택하지 않아도 돼. 여러가지 방법으로 세계 도처 수 많은 학생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선생이 될 수 있거든. 어떻게? 네가 만약 영화감독이 된다면 영화로 좋은 가르침을 전달할 수 있겠지. 음악가라면 한 곡 음악으로 가능할 것이고, 시인이나 소설가라면 책 한 권으로도 가능하지 않겠니?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훌륭한 선생이 될 수 있지? 넌 분명 참 좋은 세상의 선생이 될 수 있을 거다. 믿는다.”
 
1등이란 뭔가? 반드시 누구와 어떤 것과 함께 경쟁하거나 구분했을 때 생기는 결과다. 그러므로 나는 삼이 군이 아니 세상의 모든 학생이 3등과 2등 앞에 선 1등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순위가 없는 곳에서 일등이기를 바란다. 세상과 함께 하는 일등이 되기를 바란다. 그 일등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일등으로서 겸손하기를 바란다. 바로 그런 일등이 삼이 군과 모든 학생의 꿈과 현실이기를 바란다.
 
▲  2015년 삼이 차 정민 군이 독학으로 지은 한문 문장과 독학으로 쓴 붓글씨 
 
열두 살 삼이 군이 나를 찾아 서예를 배우러 왔을 때다. 그가 가져온 습작을 일별하고 난 다음 나는 정중히 지도를 거부했다. 삼이 군의 서예를 통한 창의성 발휘를 기본이나 기법이라는 미명하에 제약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섰기 때문이다. 그때 삼이 군의 서예 놀이는 그야말로 꾸밈없는 순정함 그 자체였다. 삼이 군의 서예는 지금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창의성을 실험하고 정서를 다지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거기다 대고 이건 이렇게 해라, 저건 틀렸어라고 말한다면 그야말로 군더더기일 것이다.
 
요즘 삼이 군이 청소년 시기의 갈증을 가사를 쓰고 랩으로 풀듯 그때는 붓과 먹이 해소 수단이었다. 그러므로 방법 지향의 지도 거부는 지금 생각해도 맞다. 일부 주변에서 내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내 결론은 그랬다. 1주일에 한 번 만나기로 했다. 삼이 군이 창작한 작품을 감상하고 느낌만 밝히기로 했다. 그 결과 2015년, 자필묵연 10회 기념전 <적도의 묵향, 서울 나들이>에 출품한 삼이 군의 작품은 성공이었다. 안목을 갖춘이라면 스스로 글을 짓고 스스로 그에 알맞게 구성하는 이 원석의 맛을 다 알 것이다.
 
▲ 2015년 삼이 차 정민 군이 스스로 짓고 쓴 작품. 이 작품은 <적도의 묵향, 서울 나들이>전 출품작이다.
 
▲ 2015년 삼이 차 정민 군이 스스로 짓고 쓴 작품. 이 작품 또한 <적도의 묵향, 서울 나들이>전 출품작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가르치지 않기로 했던 처음의 약속이 무너졌다. 그리고 삼이 군의 서예창작은 흔히 볼 수 있는 세상의 서예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2016년 대한민국 서예대전에 입선하고, 서울서예대전에 2016, 2017 연 2회 입선하는 등 소년으로서는 과분한 외적 성과를 거뒀지만, 내가 느끼는 감동은 처음의 그것들과 달랐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내가 지금 얼마나 크게 후회하고 있는지 누구에게 하소연 하랴.
 
미안한 마음으로 삼이 군에서 길 하나 제시한다. 책 소개다. 우리 민족의 힘찬 정신사를 밝힌 책, 한길사에서 발행한 『함석헌 선집』 5권이다. 물론 이 책을 읽고 함석헌 선생을 무조건 배우고 따르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느끼는 선생은 근현대 우리 민족 최고 석학이요 어른이시다. 누구보다 학식이 폭넓고 글을 잘 썼으며 세상을 향해 옳은 말을 바르게 전했다. 무엇보다 선생은 일생을 올곧게 자기 신념을 실천한 분이다. 그런 선생께서 제시하는 길들이 그 책 안에 수두룩하다. 삼이 군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분명한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으리라 믿는다. 
 
일적십(一積十), 내가 차 정민 삼이 군을 위해 선택한 단어는 一積十이다. 여기서 一은 ‘한’으로써 큼이며 하늘이다. 하나(一)로부터 한 생각 쌓이면(積) 헤아릴 수 없는 무한함(十)에 이른다. 작은 것으로부터 출발해서 우주 삼라만상(眞理)의 무궁함과 거대한 힘을 표현한 말이 一積十이므로, 군의 창창한 장도에 내 거는 바다. 
 
一積十(일적십)/ 하나가 쌓여 열이 되다.
一은 큼이며 하늘을, 十은 단순한 열이 아니라 무한한 수를 의미한다.
하늘(一)로부터 한 생각 쌓여(積) 한계 없는 수(十),
즉 삼라만상(眞理)으로 드러나는 그 무궁함과 힘을 표현한 말이
一積十이라 하겠다.
 
2018년 인재 손인식 작
 
일시(一時)는 일적(一積)이라 했다. 한순간은 곧 하나의 쌓음이다. 与時俱進(여시구진), 군이 장도에 방법론의 하나로 삼기 바라며 한 점 휘호를 더한다. 군이여! 시간과 더불어 자신을 갖추고 꾸준히 전진하라!
 
時俱進(여시구진)/ 시간과 더불어 갖추어 나아가다. / 2018년 인재 손인식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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