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8)| 인도네시아인들 한식을 보약으로 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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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의 경영 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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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의 경영 탐문 8
# 거리에 음식점이 없다면 여행자는?
# 외국의 한국음식점 공이야? 사야?
# 먹을 거 풍부하면 거기가 낙원이라고?
# 인도네시아인들 한식을 보약으로 여겨
# 음식을 하늘 삼다
<토박> 경영, 먹는 것으로 하늘 삼다
“오늘 저녁 대통령 가족 20여 분이 우리 레스토랑에 오신답니다.”
출근을 하자마다 그에게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경호실 직원과 홀 매니저는 미팅이 한창이었다. 대통령이 우리 식당에 오시다니, 순간 그의 머리가 아찔해졌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침 운동 나간 남편에게 상황을 알렸다. “아침부터 웬 농담이야?” 남편이야말로 믿기지 않은 듯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로부터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주재국 대통령(Susilo Bambang Yudhoyono)의 한국 식당 거동 소식 보고를 받았나 보다. “한국 음식으로 외교관 역할 하시는 겁니다^^ 잘 부탁합니다.”
대사 부인께서도 레시피 하나를 알려왔다. “영부인 크리스티아니 헤라와티(Kristiani Herrawati)여사께서 고등학생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한국 음식 두루 좋아합니다. 특별히 고추장에 볶은 멸치를 아주 좋아하시거든요.”
2012년 11월 15일, 그는 그 하루가 설레면서도 담담했다고 한다. “저희 음식점을 찾는 분은 저희에게 모두 손님이지요. 한 사람도 또 단체도 다 귀한 손님입니다. 그간 한국에서 오신 국무위원을 비롯한 명사들도 더러 모셨었고, 다국적 귀빈들도 참 많이 다녀가셨습니다. 음식점이니 일국의 최고지도자도 손님으로 오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통령 부부와 그 가족은 너무 뜻밖이었어요.”
“제약이 많지 않았나요?”
“일부 음식 테스트 정도였어요.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었어요. 아 멸치 볶음은 한국에서 가져온 멸치와 고추장으로 정성을 다해 손수 만들었어요^~^ 놀랐던 것은 입구에서 저희 부부더러 영접하라는 겁니다. 2층 가장 큰 방으로 모셨지요. 일부 수행원들은 홀에 자리를 잡았고요. 크게 제약이 없었어요. 큰방을 예약하셨던 분들은 대통령이 오시는 상황이니 저희가 양해를 구했지요. 2층의 다른 방에 예약된 한국 손님들은 식사하시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현 대통령과 그 가족의 방문, 국가 간 방문이라면 온 나라가 그 뉴스로 뒤덮일 일이다. 의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일이다. 하긴 대통령이지만 가족 간 식사 나들이니 그냥 일상으로 쳐야 할까? 어쨌든 주변 길은 부분 통제가 이뤄졌었다. 종업원들이 정말 침착하게 잘 해줬다고 했다. 그들은 자국의 대통령 방문에 자부심을 품고 놀랄 정도로 스스럼없이 맞이했다고 했다.
“저는 그날 한국분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한국에서 본사 회장이 오셔서 분위기 띄워 즐겨야 할 팀들도 있었거든요.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건배 소리도 낮춰서 조용히 해주시는 거예요^~^아래층 홀에 계신 분들도 대부분 분위기로 감을 잡고 서로 조심해주셨죠. 식사가 끝나고 대통령 부부께서 우리 부부에게 먼저 사진을 찍자고 하셔서 참 좋았어요. 스치는 한국분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한국말 인사도 하시니 그것도 좋았고요. 대통령 일행이 돌아가시자 자리에 계시던 분들이 박수를 치며 축하해주셨죠.”
2012년 11월, 당시 인도네시아 Susilo Bambang Yudhoyono 대통령 가족 토박 방문 시 대통령 부부와 함께
“한동안 대통령께서 주문했던 메뉴에 관해 관심들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지금도 인도네시아인들은 그때 대통령 가족의 메뉴를 묻고 그것을 시킵니다^~^ 그때 주문메뉴는 불고기, 해물 순두부, 잡채, 파전, 소고기 넣은 김치찌개였습니다. 알고 보니 대통령의 둘째 며느리가 몇 번 저희 음식점을 다녀갔었더군요. 그날이 이슬람력으로 새해 첫날이었습니다. 임신 중이던 둘째 며느리가 맛있는 집 안내하겠다고 시아버지를 졸라 오게 된 거랍니다. 대통령의 무릎에 앉은 손녀는 대통령의 얼굴에 음식을 묻히는 등 그야말로 일반 가족의 저녁 식사 모습과 조금도 다를 바 없었어요.”
타국의 한국음식점 공(公)일까? 사(私)일까?
150여 개, 자카르타와 인근 도시에서 영업 중인 한국음식점 숫자다. 이 모두는 공(公)일까? 사(私)일까? 망설일 것도 없다. 사적인 거다. 시중의 음식점 모두 사적인 영업이다. 영리를 위해 음식점을 열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자 노력을 한다. 그런데 왜 ‘사사롭다’라고 단정하고 끝내기엔 뭔가 미련이 남을까?
위와 같이 귀빈의 느닷없는 방문 가능성 때문일까? 아니다. 대중성 때문이다. 남녀노소, 지위고하, 국적 불문하고 대중이 문턱 없이 사용하는 음식점이기 때문이다. 사회학적 거시 담론이 아니더라도 그 사용가치를 볼 때 사사롭다고 단정하고 물리치기엔 그 숨결이 우리 모두에게 너무 가까운 것이다.
한식 세계화는 대한민국 정부 시책이다. 관장 부서가 농림수산부다. 그 산하에 한식 진흥원(구 한식재단)이 있다. 농수산 유통공사나, 관광공사 또한 상황에 따라 상시로 공조한다. 한류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한식, 한식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는 또 얼마일까. 인도네시아 또한 한인 외식업 협의회가 있다. 때로 정부 시책에 부응하고 필요에 따라 회원사의 권익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의 나날, 생동하는 현장에 한인들에 의한 한국음식점이 있다는 의미다.
각설, 이 글이 다루려는 팩트는 인도네시아에 자리한 한국음식점의 존재가치요 사용가치다. 인도네시아에서 알 수 있듯 타국의 한국음식점은 당장 한국인들이 자국의 음식을 먹고 즐기며 만족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문화 채널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각인된 한식의 가치를 현실로 드러내는 것이다. 한식이 비즈니스 무기로 쓰이는 것 또한 한두 사례가 아니다.
“먹을 거 없는 곳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그 절실함을 몰라요. 자카르타는 한국인들 살기에 낙원입니다 낙원. 먹고 싶은 한식 다 있잖아요…….”
인도에서 2년여 주재했던 지인의 말이다. 해외에서 한식을 종류별로 선택해 즐길 수 있음이 낙원의 기준일까만, 한마디로 그는 발길 닿는 곳에 한식점이 있는 자카르타가 살맛 난다는 것이었다. 하긴 멀리 인도까지 갈 것도 없다. 인도네시아 오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도 마땅한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워 얼마나 곤란을 당하는가.
“정말 놀랐어요. 타국인데 어떻게 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맛을 유지할까요?”
얼마 전 찾아온 손님의 말이다. 그는 인도네시아 음식 체험은 딱 한 끼로 족했다. 오직 그가 찾는 것은 한식이었다. 마치 맛집 순례라도 나온 양 두루 즐겼다. 유난스럽게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그가 충분히 즐겼기 때문일까? 그는 인도네시아 방문을 매우 만족해했다. 손님 대접 공의 반은 한국음식점인 셈이다.
한국음식점을 대표할만한 명소들은 또 곳곳에 많다. 지역마다 한류의 큰 자락 한국음식으로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흔한 말로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 식단은 또 얼마나 다양한가. 가정식 백반 한 상부터, 회나 육류가 고루 있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불고기나 푹 고아 차려내는 한국의 전통 탕류도 종류와 맛이 다양하고 깊다. 면 종류 음식들 또한 한국 맛의 진수를 뽐낸다.
맛과 운영에서 아직 부족한 곳인들 왜 없으랴. 소비자가 매우 적은 지역 특성에 따른 것이리라. 그러므로 이 글은 명소는 더욱 활발한 역할을 기대하고,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한식점은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도 들어있다.
밥 한 끼의 위력
서두의 이야기는 자카르타 남부 세노파티 지역의 한국음식점 <토박> 이야기다. 토박은 자카르타에서 정통 한정식 전문점으로 소문 자자한 곳이다. 토박을 경영하는 김평수 사장은 토박 이야기에 관해 거듭 사양이었다. 유도요노 대통령 가족의 방문 같은 이미 다수가 아는 사실도 드러내기를 꺼렸다. 한국인이면 모두 자랑하는 한식 이야기 아닌가? 벼르고 윽박질러 겨우 토박의 안주인의 이야기를 끌어낸 것이 위의 대통령 방문 내용이다.
“토박으로 가면 무난합니다. 최소한 실패하지는 않는다는 믿음이 있지요. 국내에서 온 손님도 그렇지만, 특히 다국적 손님을 모시고 갈 때는 레스토랑 선정에 고심하게 돼요. 손님이 취향을 밝히지 않을 때가 참 곤란합니다. 그럴 때는 그냥 한국 음식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토박으로 갑니다. “괜찮았다”는 평가를 받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서 토박의 존재에 감사합니다.”
토박을 이끌어가는 인도네시아 스텝들
글을 쓰기 전 두루 물었다. 공사 간 주재원들의 토박에 대한 느낌은 대략 비슷했다. 밥 한 끼의 비즈니스, 얼마나 중요한가? 유명한 경영 컨설턴트이자 저술가인 톰 피터스는 그의 저서 『리틀 빅 씽』의 <교류> 부분에서 ‘다른 영역의 사람과 나누는 식사’의 중요성을 진지하게 역설한다. 우리는 이해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식사 한 끼 함께 하기까지 그 과정을. 그리고 그날 식사의 질이 그 만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토박의 음식은 너무 전통을 지향해요. 퓨전이 부족하죠. 무겁고 중후한 느낌은 좋은데 팔딱거리는 뜀박질로 문을 박차고 들어가 떡볶이를 사 먹는 그런 편안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서 좀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흥미로운 의견이다. 토박의 김평수 사장께서는 그 다운 입장 왜 없으랴. 칭찬해주는 손님이 고맙다고 했다. 그러나 꾸중하는 손님에게서 더 배운다고 했다. “모든 사람 맘에 다 마땅하긴 어렵지요. 맘에 안 들면 아무 말 없이 안 오는 손님이 가장 겁나요” 한다.
토박 운영의 중점은 직원들에 대한 후한 급여와 교육, 그리고 소통이라 했다. 다수 직원들이 오픈 때부터 지금까지 십 수 년을 함께 한다고 했다. 손님 오실 시간에 가급적 부부가 자리를 지키는 것 또한 운영의 묘라 했다.
인도네시아 미디어 또한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다. 신문에 소개된 한국음식점 <토박>
“토박은 그냥 토박 다운 모습을 유지하며 꾸려가려고 합니다. 몇 번이나 분점 유혹을 떨쳐낸 것도 토박 다운 것이 뭘까 하고 늘 생각한 때문입니다. 저희도 끊임없이 새로운 메뉴를 생각합니다. 다만 한식의 범주 안에서 찾으려 하지요. 그리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합니다. 다른 음식점에서 잘하고 있는 메뉴를 흉내 낼 필요 없거니와 메뉴 부족으로 손님이 안 오시는 것은 아니거든요.”
인도네시아의 한식당, 어쩌면 한인 모두가 경영자 아닐까? 서로가 서로의 경영자 아닐까? 집안 행사까지도 밖에서 치르는 것이 대세인 요즘이고 보면 구미에 맞춰 찾아갈 다양한 음식점이 주변에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랴. 한식점으로서는 찾아올 확실한 손님이 있음이 또한 얼마나 즐거움이랴. 다만 이 관계는 언제라도 틈이 생길 수 있다. 역지사지로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가꿔야 한다.
한국 음식은 보약
토박의 김평수 사장은 한인 외식업 협의회 상임 고문이다. 드러나지 않게 역할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으로 양으로 그침 없이 행하는 자선 또한 손이 크다. 그런 저간의 공로로 년 전에는 농림수산부 장관 표창을 받았고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로부터 표창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가 소중히 여기는 것은 변함없이 찾아와주시는 고객들이다. 그리고 “잘 먹었다”는 진심 담긴 한 마디다.
2014년 인도네시아 오픈 골프대회가 열렸을 때 토박을 방문한 양용은 프로, 그리고 참가한 선수들 함께
“인도네시아인들은 한국 음식을 거의 약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요. 일본인들도 좀 그런 성향입니다. 조리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숙성한 발효 음식이나 오래 끓여 깊은 맛을 우려내는 음식들 때문에 그렇게 느끼나 봅니다. 비빔밥을 시켜 비벼서 먹지 않고 재료 하나하나 따로 음미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음식을 약으로 여긴다니 정말 맞는 말이다. ‘밥이 보약’이란 말도 있잖은가? 밥이 보약이라면 밥맛을 돋우는 반찬 또한 보약이다. 하여튼 왜 한국 음식을 보약 수준으로 여길까? 궁금했다. 한국 음식을 매우 좋아해서 한국음식점을 자주 찾는다는 인도네시아인 Hendra 씨에게 물었다.
"한국인을 보면 알 수 있어요. 항상 다이내믹한 느낌입니다. 뭐든 잘하고, 대부분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데요 그 비결이 늘 먹는 음식에 있지 않을까요?”
‘食仕與天(식사여천), 음식을 하늘처럼 여기다’는 말이다. ‘먹는 것으로 하늘 삼는다’는 옛말과 한뜻이다. 사람 살아가는 데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 누구라서 부정하랴.
‘食仕與天(식사여천)/ 음식을 하늘처럼 여기다/ 2018년 인재 손인식
‘먹는 것으로 하늘 삼는다(以食爲天)’는 옛말과 한뜻이다.
食飮을 하늘처럼 여기라 모름지기 道樂이 그에 있나니
세계 어디나 같은 현상이리라. 인도네시아 한식당 상당수가 현지화를 지향한다. <인도네시아 한인 외식업 협의회> 정재익 회장은 “외국인 손님 숫자가 50%를 웃도는 한국음식점도 상당수”라고 밝힌다.
끝으로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 하나 덧붙이며 맺을까 한다. 이능화의 책 『조선해어화사』의 이야기다. “고려 숙종 9년(1104)에 주식점을 열어 화폐의 유통을 꾀하였으나 실패하고, 조선시대에 접어들어서도 역시 화폐가 쓰이지 않으니 여행하는 사람은 양식을 가지고 다녀야 할 지경이었다.” 선조 때의 『문소만록』 기록도 있다. “호남과 영남의 큰 길 가에 주점이 있기는 하나 술이나 장작이 있을 뿐이다. 여행자는 식량과 여행필수품을 말에 싣거나 등에 지고 다닌다.”
음식 순례를 여행 테마로 삼기도 하는 요즘이고 보면 한바탕 웃을 일이다. 날마다 보약을 누리는 한인들의 식복과, 더불어 한식을 즐기는 세계인들이여 다 함께 “잘 먹고 건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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