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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웃음 폭탄, “환영! 고국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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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194회 작성일 2017-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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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한국인 다섯 부부 여행 모임 <길동무> 고국 여행기 1
 
   “길동무 다음 여행지는 한국입니다.”
 
딱 1년 전이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국인 다섯 부부가 한국 여행을 결정했다. 16박 18일간 이베리아반도 여행 뒤 그 뒤풀이 자리에서다. 서두른 건 아니다. 여행을 목적으로 뭉친 <길동무> 아닌가. 여행 때마다 늘 그래왔었다. 내심 한국의 가을에 목말라 있던 것은 사실, 그리고 시간이 돌고 돌아 다다른 한 시점 지난 10월 20일 오전 8시. 길동무들이 속속 모였다. 집결지 지하철 양재역 2번 출구 밖으로.
  
▲ 중형 버스 전면과 후면 유리창에 ‘환영 고국 방문’이라 프린트한 표지가 선명하게 붙어있다. 우리를 태우고 갈 차량이다. 모두 빵 터졌다
 
“어머~ 이거 봐 환영 고국 방문이래.”
 
그랬다. 한 중형 버스 전면과 후면 유리창에 ‘환영 고국 방문’이라 프린트한 표지가 선명하게 붙어있다. 우리를 태우고 갈 차량이다. 모두 빵 터졌다.
 
“여기가 우리 고국이야? 이거 봐 환영한대~”
 
다투어 한마디씩 던지며 쏟아내는 웃음, 이 웃음 의미가 뭐지? 한마디로는 설명 곤란한 웃음, 분명 미묘한 이 웃음을 우선 짐작하자면 이렇다. ‘고국 방문’하면 얼핏 드는 생각이 수십 년 만에 고국을 찾은 사람이다.‘고국 방문’하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어려운 장벽을 뚫고 고국을 찾은 사람에게 쓰는 단어쯤으로 생각하기 쉽잖은가. 뭐 그런 판단들이 폭소로 터진 게다.
 
물론 웃음의 배경에는 짐작이 필요 없는 현실이 있다. 길동무들은 대부분 수시로 한국을 오간다. 일행 중엔 올해만 해도 벌써 다섯 번째 한국을 오간 이도 있다. 하니 고국이란 단어가 자신을 향해 쓰였다는 것이 영 생소했을 것이다. 타국에 살지만, 평소 한식으로 생활을 하고 한국말을 더 많이 쓰며 무엇보다 한국 소식을 너무 쉽게 접하고 살고 있으니 느끼기에 고국이 고국스럽지 않았던 게다.
 
사실 웃을 일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살다가 조상 대대로 살아온 나라에 왔으니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엄연한 고국 방문이다. 그래서 웃음이 더 연이었던 것이다. 이 표지는 7박 8일 여행 기간 내내 웃음의 샘이었다. ‘고국 방문’이란 단어가 그렇게 다양하게 그렇게 편리하게 쓰일 줄 길동무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웃는 상황을 뜨악해하는 얼굴이 있다. 연만한 연세를 무릅쓰고 여행 스케줄을 짜고 가이드를 자청한 여행사 김 대표, 그는 질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럼 뭐라 쓰란 말인가? 환영이란 단어를 붙인 것이 그의 발상, 그러니까 그의 발상은 옳았다. ‘환영 고국 방문’ 표지가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 이미 길동무들을 즐겁게 했으니.
 
그래 방문할 고국이 있다는 것 얼마나 행복인가. 타국에 산 덕에 고국 방문 여행을 계획하지 않았는가. 여행 시작부터 ‘환영’이니 이 아니 좋으랴. 환영해줄 누군가 있다는 것 큰 기쁨이다. 고국이란 단어가 언제 이런 느낌이었던가. 아 새롭고 따뜻한 단어를 얻었어라. 여행 시작부터 든든한 고국을 옹골지게 장만했어라. 귀한 발견이다. 역시 창조나 발견이나 위대하기는 동급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 전날 밤에도 고국 방문을 흠씬 체험했다. 서울에 사는 고향 친구들과 만남이다. 짜인 일정으로 따로따로 만날 수 없으니 한곳으로 모이자고 했다. 십 수 명 친구가 왔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다. 왁자지껄 떠들썩, 웃음 난무한 밤이었다. 간간이 육두문자도 걸쭉하게 오갔다. 욕인데 욕이 아니다. 어린 시절이 되돌아 왔을 뿐이다. 더도 덜도 아니고 딱 죽마고우들 만남이었다. 정 풀이는 1차로는 성에 안 차 2차 3차로 이어졌다.
 
“멀리서 오셨다면서요? 즐겁게 노시다 가세요~”
 
2차 때다. 노래방 주인이 기분 좋게 30분을 추가해주며 덕담도 보탠다. 화들짝~ 그러나 난 그때 고국 방문을 환기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1차 음식점에서도 서비스가 넘쳤었다. 사는 곳에서 막걸리 한 병 마시려면 2만 원 정도는 줘야 한다고 하자 짠한 표정을 짓던 주인, 선뜻 막걸리 두 병을 더 내왔다. 더불어 안주도 내왔다.
 
단감 25개와 바꾼 웃음 폭탄
 
▲ 둘러서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환영 고국 방문’ 표지를 단 버스를 배경으로. 그로부터 환영 고국 방문 표지 활용이 막이 올랐다. 아주 활발한 진행형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다 휴게소에 들렀다. 볼 일을 마치고 타고 갈 차를 찾다가 길동무가 발견한 것은 또 그 표지, 길 대장이 나섰다. 둘러서서 단체 사진을 찍잔다. 아니 찍어야 한단다. 꼭 ‘환영 고국 방문’ 표지를 단 버스를 배경으로. 그로부터 환영 고국 방문 표지 활용이 막이 올랐다. 아주 활발한 진행형으로.
   
▲ 내장산 관광 안내소 안에 설치된 모형도를 통한 해설사의 안내
 
여행사 김 대표 또한 고국 방문 활용 만점이다. 일정 두 번째 탐방지 내장산에서다. 관광시즌이라 배정받기 쉽지 않다는 해설사를 부탁하면서 고국 방문을 덤으로 활용한다. 달려온 해설사도 고국 방문을 환영한다는 말로 서두를 시작하더니, 마치 타국살이 애환을 다 녹여주겠다는 성의가 말과 몸짓에 잡힐 듯 드러난다.
 
저녁 식사가 예약된 장소 정읍시 중심가에 다다랐을 때다. 역시 버스를 세울 곳이 마뜩잖다. 고국의 주차난을 실감하는 현장이다. 길동무는 모두 가톨릭 교우, 서성거리는 사이 바로 옆 성당을 발견했다. 기웃거리다 빈 마당도 발견했다. 거기에 차를 세우기로 했다. 그러나 성당 또한 낯선 관광차를 쉽게 마당으로 들일 리 만무다. 차 앞머리 “환영 고국 방문” 표지가 고개를 내민다. 고국 방문한 교우들이라니 곧 통과다.
 
“건립 한지 100년이 넘은 성당입니다.”
 
길동무들의 귀가 번쩍 뜨인다. 성전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 충만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식사 예약 시간은 뒷전이다. 그런데 문이 잠겼다. 신부님도 수녀님도 모두 출타 중이시라 했다. 설명을 해주던 자매께서 오히려 안타까운가 보다. 자매께서 사무장을 찾아 사정을 해보겠다고 나섰다. 두드려라 그리하면 문이 열릴 것이니, 열쇠꾸러미를 쥔 사무장께서 웃으며 문을 열어줬다. 고국 방문이란 단어 위력이 또 쌓였다.
 
▲ 정읍 시기 성당 성전
 
성전은 수수하고 정갈했다. 유럽 여행 때 숱하게 살폈던 성당들과는 완전 차별화다. 꾸밈없는 꾸밈이 방문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보듬어 준다. 모두가 잠시 두 손을 모은다. 나도 해야 할 기도가 뇌리를 스쳤다. 아까 길에서 감을 판 그 노점상 가족을 미워한 우리 죄를 용서해달라는 기도다. 우리 일행에게 웃음 폭탄을 안긴 그들에게 복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느님이 인정하시든 안 하시든.
 
▲ 한옥이 밀집한 지역에 우뚝한 전주시 전동 성당
 
“단감 50개에 만원”
 
누구라도 흥미를 느낄 광고판이었다. 얼떨결에 흘러 지나갔다. 샀어야 한다고 안타까워하던 차 같은 광고판이 또 보였다. 차를 세웠다. 남자 넷이 차에서 내렸다. 길 대장은 감 값을 치르고, 류 포토, 복 나눔씨는 아마 구경삼아 내렸었나? 나는 맛보기로 주는 감을 받아먹는 둥 마는 둥 빨간 플라스틱 망태기에 담긴 감 자루를 들고 차에 올랐다. 탐스러운 단감 자루를 차에 들여놓은 길동무들 얼굴이 모두 감빛으로 흐뭇하다.
 
얼마를 달렸을까? 복 나눔씨 감 숫자가 아무래도 부족한 것 같단다. 자루에 담긴 감이 25개였다. 다시 헤아려도 25개, 그러니까 두 자루를 들고 왔어야 한다. 내가 덜렁 한 자루만 가져온 거다. 여성 길동무들의 구박이 시작됐다. 차에서 내린 남자 넷이 죄다 비난을 피할 길 없다.
 
복 나눔씨 다시 세겠다고 나선다. 모른 척 한 바퀴를 더 돌려 세더니 50개가 꼭 맞단다. 여성 길동무들 구박이 줄어들지 않는다. 한 재치 하는 남성 길동무들, 요리조리 변명이 화려하다. 말마다 터지는 폭소가 달리는 차 안을 마구 구른다. 암튼 감 한 자루만 들고 온 나는 감을 먹지 못하는 벌을 받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 달리는 차 안에서 깍이는 감. 빈 물병은 훌륭한 그릇이다
 
“역시 얼빵해. 고국 방문 온 사람들다워~”
 
아까까지 그리 좋았던 고국 방문 단어가 한순간에 추락이다. 코미디 프로에서 바보 역할은 늘 웃음보따리를 안긴다. 네 남자가 잠깐 바보가 된 덕에 웃음 보상이 컸다. 단감 25개와 웃음 폭탄을 바꾼 셈이다. 그들은 감 자루를 건네주지 않았다. 갓길에 차를 세운 우리가 너무 서두른 탓이다. 그들이 차에 붙은 표지를 보고 물정 모른 얼빵한 타국살이들로 판단할 틈도 없었다. 그러니 내 기도가 옳다. 잠시 그들을 미워한 우리의 죄를 그들에게 복을 내리는 것으로 반전시켜야 한다. 그러니까 하느님은 그들에게 돈 폭탄이라도 하사를 하셔야 한다.
 
▲ 감이 익을 무렵엔 여행 한 번 떠나볼 일이다. 혼자 말고 끼리끼리
 
고국 방문 표지가 그랬듯, 감으로 인한 에피소드도 그게 서막이었다. 감 또한 끝까지 길동무를 웃음으로 따라다녔다. 감 맛보다 더 달콤하게. 감빛보다 더 화안하게. 감이 익을 무렵엔 감 고장으로 여행 한 번 떠나볼 일이다. 혼자 말고 끼리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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