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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자바에서 시를 읽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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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숙의 독서노트
작성자 편집부 댓글 1건 조회 7,182회 작성일 2017-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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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힘
 
                           시. 신현림
 
 
나를 바꿀 기회, 복권을 사 본 적도 없다
 
사내 냄새는 맡고 살아야지 하고는 일하다 잊었다
해를 담은 밥 한 그릇이 얼마나 눈물겨운지
쌀 한 줌은 눈송이처럼 얼마나 금세 사라지는지
살아가는 일은 매일 힘내는 일이었다
 
생각을 많이 한다고 생각이 깊어지지 않지만
내일은 힘들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일한다
 
온 힘을 다해 일하는 모습은 주변 풍경을 바꾼다
온 힘을 다해 노을이 지고 밤이 내리듯
온 힘을 다해 살아도 가난은 반복된다
가난의 힘은
그래도 살아가는 것이다
 
 
출처: 반지하 엘리스 (민음사)
 
 
NOTE****************
가난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지금은 축복이라 여긴다. 그래서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하는 어리석음에서 멀찌감치 떨어질 수도 있었고, 부족하지 않을 만큼 가졌을 때는 남보다 더 감사할 줄 아는 마음도 배웠다. 내 가난은 견딜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는 생각을 하면 젊은 날의 궁핍했던 시간들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그러나 아직도 세상엔 온 힘을 다해 살지만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시인의 삶도 녹록치 않다. 가난은 언제나 가장 처절한 현실이다. 더구나 글을 쓰는 일로 밥벌이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하고 고난한 일인지,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눈송이처럼 금세 사라지는 쌀 한 줌을 벌기 위해 눈물나게 노동을 하지만 가난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래도 시인은 오히려 살아갈 힘을 가난을 통해 얻는다고 말한다. 얼마나 강하고 아름다운 역설인가.
 
신현림 시인의 <반지하 엘리스>는 시인이고, 사진작가이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고,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의 고된 하루하루가 눈물겹고 뜨거운 시로 바뀌어 있다. 젊은 시절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는 도발적인 그녀의 시집을 읽고 일찌감치 열렬한 독자였던 나는,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온 힘을 다해 글 노동하며 살아가는 시인을 지켜보며 같이 마음을 졸이고 애가 끓는다. 그래서 내게는 가을을 건너 적도까지 온 이 시집이, 오늘 귀하고 귀하다.
 
* 채인숙/ 시인.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라디오와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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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에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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