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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자바에서 시를 읽다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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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숙의 독서노트
작성자 편집부 댓글 1건 조회 7,041회 작성일 2018-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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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것은 지상의 일들
 
                          시. 프랑시스 잠
 
 
위대한 것은 지상의 일들이다.
우유를 짜서 나무 병에 담는 것,
뾰족하게 살을 찌르는 밀밭에서 이삭을 거두는 것,
신선한 오리나무 밑에서 암소를 지키는 것,
숲에서 자작나무를 베는 것,
빠르게 흘러가는 냇가에서 버들가지를 엮는 것,
검은 벽난로, 옴 오른 늙은 고양이,
잠든 티티새, 뛰어노는 아이들 옆에서
오래된 구두를 고치는 것,
한밤중 귀뚜라미가 시끄럽게 울 때
소리 나는 베틀에서 천천히 옷감을 짜는 것,
빵을 굽고 포도주를 익히는 것,
뜰에 양배추와 마늘 씨앗을 뿌리는 것,
그리고 온기가 남아 있는 달걀들을 거두어들이는 것.
 
(출처: 길이 보이면 떠나는 것을 생각한다 – 홍익출판사)
 
NOTE*******************
위대한 것은 지상의 일들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곧 일상의 일을 의미하는 것일 테다. 날마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사는 것의 위대함. 같은 시간에 출근을 하고, 같은 업무를 반복하고, 같은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같은 시간에 같은 사람들과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다시 책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바로 위대한 일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밥벌이의 신성함이라 여긴다. 세상을 바꿀 만한 위대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그 인생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와 누군가의 입에 들어 갈 밥을 벌기 위해 날마다 같은 일을 반복하며 사는 모든 이들은 위대하다. 그 일이 세상의 잣대로 어떤 평가를 받건, 남을 해치거나 악을 통과하는 일이 아니라면 이미 위대한 지상의 일이 된다. 하여, 오늘을 살아낸 당신과 나는 충분히 위대한 사람이다.  
 
채인숙: 시인.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라디오와 TV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 1999년 인도네시아로 이주하였고, 인도네시아 문화 예술에 관한 칼럼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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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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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전설님의 댓글

가을의전설 작성일

오호 고럼 나도 위대한 일을 하는 사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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