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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그대 이름, 이 가을에 어떤 의미로 새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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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011회 작성일 2017-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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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양주 수동 계곡의 늦가을
 
시린 가을 사진 몇 장, 오늘 내게로 날아왔다.
경기도 남양주 수동 계곡 사진이다. 가을이 더 깊어졌다는 편지다.
화려한 단풍이 무대 뒤로 사라진 자리, 아 계곡물과 산마루 너머 하늘 더욱 맑아라.
그래 반갑다. 월여 전 마음에 담고 온 곳, 계곡 그새 더 과묵해진 느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그렇다. 시인의 탁월한 깨달음 이렇게 시가 된다.
덕분에 오늘도 세상의 많은 이름이 그 존재를 빛낸다.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를 호소하는 수취인 불명의 가을 편지는 여전히 유행가 가사일 뿐.
내게 날아온 수취인 분명한 사진 몇 장, 그래서 나는 시방 내승재(內勝齋)를 가만히 마음으로 달싹인다.
떠올리면 아늑한 그 이름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쓴다.
  
내승재, 경기도 남양주 수동 계곡 풍광 좋은 곳에 그림처럼 지은 목조주택 이름이다.
나와 서예로 교분을 나누는 김 사장(아호 이담以湛)께서 마련한 별저 내승재.
세상에 이름 없는 집은 없다. 국가가 붙고 시 · 도, 읍 · 면이 붙는다. 마지막엔 숫자가 붙어 이름이 된다.
밀집 아파트도 하나하나 이름이 있고, 외딴 초가집도 그 나름의 구분이 엄연하다.
별도의 이름을 가진 집들도 많다. 유물이나 기관, 기업, 상업하는 모든 집에 이름이 있다.
 
내승재, 그만의 고유한 이름, 집에 대한 주인의 특별한 애정이 이렇게 드러났다.
강아지도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것이 우리내 정서, 이름은 존재 부여.
멋을 누리고 즐기는 주인에 의해 풍류로 대변될 아름다운 이름을 처마에 붙인 집.
이담 김 사장께서 이 별저를 마련한 것은 지난 6월, 초여름 기운이 수동 계곡으로 다가들 즈음이다.
그는 내게 별저의 당호(堂號) 작명을 청했고, 몇 주 후 나는 그에게 <內勝齋> 석 자를 내밀었다.
 
▲ 내승재 휘호 원본
 
내승재란 당호가 탄생하기까지 참 많은 것들이 고려 대상이었다.
처음 집 사진을 살핀 뒤 나는 주소지의 내력을 고대까지 거슬러 살폈다.
남양주의 역사와 인물, 수동면의 수려함, 내방리의 안온한 아름다움을 차례로 더듬었다.
아울러 함께 서예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이담의 성품과 그가 이룬 나름의 성공도 헤아렸다.
그래서 뽑은 딱 하나의 글자 勝.
 
勝, 의미가 다양한 글자다. 이기다, 뛰어나다, 훌륭하다, 경치가 좋다, 온통, 죄다 등의 뜻 외에도 몇 가지 더 있다.
이 勝을 중앙에 두고 이와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글자 內자를 전면에 장착했다.
內는 안, 속, 대궐이나 궁중, 아내, 은밀히, 중히 여기다, 받아들이다 등의 뜻이 있다.
별저가 위치한 곳 마을 이름 내방리(內坊里)의 內자이기도 하다.
 
집을 의미하는 글자야 이미 齋(재)로 정한 바였다. 堂은 썩 어울리는 글자겠으나
내당이 연상되어 제외였고, 軒은 사랑채의 의미가 짙어 밀렸다. 樓와 閣, 室, 房 등이 상황에서 밀렸다.
 재는 엄숙하다, 재계하다, 공손하고 삼가다, 서재, 스스로 공부하고 더불어 연구하는 곳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울러 매우 중요하게 고려한 것이 있다.
내승재를 한글과 한문으로 쓸 때 음양의 조화와 호칭 시 발음의 명확성, 그리고 독자성이다.
 
 
▲ 지난 10월 18일 드디어 內勝齋를 새긴 현판이 청명한 가을빛을 받으며 제 자리에 걸렸다
 
그리고 지난 10월 18일 드디어 내승재를 새긴 현판이 청명한 가을빛을 받으며 제 자리에 걸렸다.
자띠로 불리는 인도네시아산 티크 나무로 인도네시아에서 제작된 현판, 20kg을 웃도는 무게의 현판이
비행기로 옮겨져 한국의 내방리 한 주택에 걸렸다. 그날 모인 지인들 조촐했다.
하지만 박수 소리 웃음소리 두터웠다. 청정한 수동 계곡을 휘돌아 내승재가 벗하는
수려한 앞산 주금, 좌의 철마, 우의 축령산 능선을 오르내렸다.
 
 
▲ 내승재 현판 앞에서 기념 사진. 뒷 줄 왼쪽 첫 번째가 내승재 주인 김 이담 사장
 
현판을 새긴 나무, 싹이 터 나무로 산 세월 그 얼마였을까?
튼실하고 두터웠나 보다. 인도네시아 농부의 눈에 들어 그의 가족을 위한 절구통 감으로 선택을 받았으니.
벼를 빻고 마늘과 고추를 갈 때는 제 몸 더불어 갈아내며 복을 지었으리.
음식물 찌꺼기를 찾아 모여드는 벌레들 견디기 어려웠겠지. 구멍이 나도록 낡고 헌 뒤 한 구석 방치로
잃어진 년 월 어찌 견뎠는고. 다시 골동품상 뒤뜰에 처박혀 비바람 맞으며 세월 더 두텁게 껴입었었네.
 
▲ 도톰하고 자연미 넘쳐 내승재 현판 소재로 찾아낸 나무. 탁자로 쓰던 중이었다. 나무로 싹이 튼 뒤 족히 100년은 넘겼을 티크목
 
인연이 있어 호기심 많은 타국살이 서예가를 만났지. 덕지덕지 내려앉은 춘추,
넘치는 자연미로 몇 년을 탁자가 되어 한 자리를 누렸지. 마침내 내승재 현판으로 유전을 매조지,
나무로 싹이 튼 뒤 족히 100년은 넘겼을 티크목, 아 그런데 이것이 마침표가 아니라네.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네.
   
 
머물러야 할 때를 안 후에 결정할 수 있고 결정하고 나면 안정이 되며 안정된 후에 평안할 수 있고
평안한 후에는 잘 생각할 수 있으며 잘 생각한 후에는 (바라는 바를) 얻을 수 있다
(知止以後有定 定以後能靜 靜以後能安 安以後能慮 慮以後能得).
대학 경1장의 말이다. 이담께 잘 어울리는 말이다.
 
이에 내승재 주인 이담을 향한 내 느낌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자신을 사랑하여 자신을 아낀다. 나아갈 때를 아는 용기를 가졌다.
그는 멈출 때와 물러설 때를 놀랍도록 꿰뚫는다. 그의 겸손 덕이라고 나는 판단한다.
나는 그의 겸손을 존경한다. 그는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오늘 가진 것에 만족한다.
자신의 능력만큼 검소하게 오늘을 즐긴다. 마치 위 대학구절의 의미를 잘 실천하는 사람 같다.
그가 암시하는 메시지 의미가 참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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