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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6)| 좋은 이웃, 천 냥 주고라도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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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의 경영 탐문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171회 작성일 2018-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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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의 경영 탐문 6
 
# 1인 한 가구 시대의 이런 이웃
# 아름다운 마니아의 전형
# 일상과 평범함을 고집하는 각별함
# 놀기를 만끽하는 마음 부자
 
 
마음 부자 김도영 사장의 이웃 경영
 
바야흐로 일인 한 가구 시대. 혼밥, 혼술뿐만 아니라 혼자 영화 보기 혼자 여행하기 등 개인주의를 당연시하는 시대다. 이웃과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간다. 한편에서는 이런 시류에 관해 담론이 인다. 그때마다 대안도 제시된다. 이웃이 필요하다는 거다. 이웃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도 ‘혼자’ 문화가 더욱 짙어질 태세다. 사람 혼자 못 산다는 것 누구나 아는데도. “이웃이 사촌보다 낫다”와“세 닢 주고 집 사고 천 냥 주고 이웃 산다.”라는 속담에 고개 끄덕일 일 많은데도 말이다. 인도네시아 교포 사회에서 실감하는 말 또한 어찌‘이웃’아니랴.
 
“어떻게든 인도네시아에 와서 사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여행 온 손님이 한 말이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저녁 식사 자리에서다. 이번 여행이 놀랍고 흥미롭고 즐거웠을까? 그렇더라도 이게 뭔 뜻이지? 하고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소감 예상했었다.
 
김도영(64) 사장, 늘 바쁜 그가 최근엔 더 바빴다. 위 손님 때문이었다. 손님은 김도영 사장 부인의 고등학교와 대학 동기. 인도네시아행 비행기 표가 확정됐다는 그들의 연락을 받은 그 날부터 김도영 사장은 일정 짜기에 돌입했다. 체류 기간에 알맞은 여행지 선정, 국내선 비행기와 호텔 그리고 렌터카 예약으로 분주했다. 인도네시아에서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식을 제공할 궁리와 코피 루왁과 같은 귀한 선물 준비까지. 그리고 손님이 도착한 뒤로는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풀코스 밀착 가이드까지.
 
“까칠하기는……”
 
김도영 사장을 향한 한 지인의 말이다. 한 개성 하는 그의 성격 때문이다. 열심히 살기로 쳐 이만한 인물 참 찾기 드물 김도영 사장, 그를 향해 엄지 척할 게 하나 있다. “참 좋은 이웃”이란 이웃들의 평가다. 그는 늘 이웃 좋은 쪽으로 튄다. 그에게 이웃과 어울려 사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이웃 경영이요? 미안합니다. 저는 자격도 안 되고 그런 거 잘 몰라요.”
 
딱 잘라 말을 막는다. 아니나 다를까 까칠하다. 나는 그의 이웃 축에 못 끼는 갑다. 내 좋은 쪽으로는 안 튄다. 하긴 그렇다. 호불호를 망설임 없이 드러내는 그가 마음 가는 데로 즐긴 것이지 뭔 계산하고 이웃을 경영하랴.
 
김도영 사장은 자기감정 표현에 거침이 없다. 애써 감정을 꾸미지 않는다. 그런 언행 때문에 그는 더러 지인들로부터 애정어린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그와 가까이 사귀어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진심을 알지 못하기에 사실과 다르게 오해를 한다. 물론 그건 상관할 바 아니다. 모든 평가 잣대는 두 말 필요 없이 평가자의 잣대일 뿐이니 말이다. 잘 알지 못하는 곳에서 터져 나오는 세상에 만연한 비아냥거림 얼마나 많은가. 안타까울 때는 또 얼마나 많은가. 김도영 사장, 그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가 더불어 사는 이야기를 쓰는 이유다.
 
 
아름다운 마니아의 전형
뭔가 한 가지에 깊이 빠져들어 그것에 열중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마니아’라 칭한다. 마니아의 특별한 점은 대개 즐기는 대상에 관해 충동적이지 않다. 은근하고 지속적이다. 단순한 욕구, 외적 화려함이나 일회성으로 즐기는 따위와는 분명히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김도영 사장은 마니아다운 기질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그는 정말 상식을 훨씬 웃도는 소양을 가진 마니아다. 선천적인 집중력과 후천적인 노력이 조화된 놀라운 마니아다.
 
그는 미식가다. 음식을 알고 즐긴다. 횟감이나 육류의 부위별 특징을 비롯해 다양한 음식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가 진정 즐기는 것은 값비싼 음식들이 아니다. 어떤 음식이라도 특별하게 즐기는 데 있다. 그 특별함 중 하나가 이웃과 함께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그가 때마다 벌이는 홍어 파티도 그중 하나다. 그는 한국의 흑산도에서 양질의 홍어를 직접 구매해 인도네시아까지 운송해 온다. 그리고 폭 삭힌 묵은김치와 맛깔나게 삶은 돼지고기를 조합한 자리를 마련해 이웃을 초청한다.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애주가다. 그런데 아무리 귀한 술이라 해도 절대 혼자서 마시지 않는다. 그가 출장길에 사 오거나 선물 받아 보관하는 술은 오직 이웃과 함께할 시간을 기다린다. 청탁불문 애주가인 그는 각종 술이 지닌 향과 맛을 음미하고 그것을 이야기하기를 즐긴다. 물론 흥이 나면 출중한 노래 솜씨로 좌중을 흥겹게 한다.
 
그는 수준급 사진 실력을 지녔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그는 늘 틈을 만든다. 그리고 부지런히 인도네시아 오지와 고산을 누빈다. 이때는 그냥 혼자다. 그가 보유한 좋은 사진 작품 상당수가 밤잠 줄이고 숨 헐떡이며 발로 뛰어 얻은 하나뿐인 작품들이다. 그가 특별한 것은 그의 오지나 명소 체험을 단순히 혼자만 묻어두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두루 소개한다. 그리고 그곳을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몇 번이고 안내하기를 서슴거리지 않는다. 최근 손님과 강행한 스케줄도 그와 같다. 이미 체험한 곳들이 본인에겐 실증 날 법 한데 그게 아니다. 상대에게 좋을 것 같으면 가고 또 간다.
 
▲ 수마트라섬 빠당지역의 전통 축제인 PACU JAWI. 매년 추수를 마치고 물이 가득한 논에서 2마리 소를 타고 달려 승부를 가리는 경기/ 사진 일우 김도영 사장
 
▲ 인도네시아에서 최고로 꼽을 수 있는 표고 약 2300m 디엥(DIENG)고원의 일출 광경/사진 일우 김도영 사장
 
▲ 인도네시아 롬복섬 꾸따 해변에서 사진 촬영 삼매에 빠진 김도영 사장
 
▲ 서예동호회 회원전이 열릴 때면 땡볕을 마다 않고 작품 촬영 봉사를 하는 일우 김도영 사장
 
사진전을 벼르고 있는 그는 일필휘지 서예 창작능력도 지녔다. 동호회를 이끄는 중추로서 연습실을 제공하고 분위기를 선도한다. 회원전이 있을 때면 작품사진 촬영도 그의 봉사 몫이다. 좋은 작품 사진을 얻기 위해 땡볕에서 오랜 시간 땀을 흘린다. 그는 이미 한국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서예대전과 서울서예대전에 몇 번 연이어 입상함으로써 실력을 인정받았다.
 
▲ 색소폰 동호회 2017년 송년 행복 나눔 음악회에서 연주 중인 일우 김도영 사장
 
그는 음악을 매우 즐긴다. 그의 집 거실에는 양질의 진공관 앰프와 특별 주문한 성능 좋은 스피커가 갖춰져 있다. 그는 한 곡의 음악 속에서 낱낱의 악기 소리를 찾아 듣기를 즐기는데, 듣기뿐만이 아니다. 그는 색소폰 연주도 즐긴다. 이웃들이 부러워하는 실력에 벌써 몇 년 합동 연주회를 이끌었다.
 
그는 꽃과 식물을 좋아한다. 그가 아는 꽃과 식물의 이름과 그 특징들을 듣자면 밤을 새워도 모자란다. 한때 그의 정원은 작은 식물원이었다. 희귀종 난 80여 종을 비롯해 150여 종의 나무와 식물을 길렀다. 놀라운 사실은 그 모두 구한 장소와 시기, 이름과 특성을 줄줄이 꿴다는 사실이다. 산행할 때도 그의 꽃 사랑은 남다르다. 그가 멈칫거리는 곳엔 사람들은 관심도 두지 않는 작은 들꽃이 있다.  
 
그런 그가 싫어하는 것이 있다. 감투다. 그는 사회적인 감투를 매우 싫어한다. 그러나 해야 할 자기 역할까지 피하지는 않는다. 그건 그야말로 솔선수범이다. 자기가 할 것이라면 개인이나 그룹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몸으로 뛰기까지 망설임이 없다. 옳다 싶으면 지갑 열기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그러니까 내가 느끼기인 그가 아무래도 채근담 한 구절, 矜名 不若逃名趣, 練事 何如省事閑(이름을 자랑하는 것은 이름을 숨기는 취미만 못하며, 일에 익숙한 것이 어찌 일을 덜고 한가롭게 지냄만 같겠는가?) 이 구절을 지나치게 금과옥조로 여기지 싶은 거다.
 
▲ 逃名趣 省事閑(도명취 생사한)/ 명성을 감추고 일을 덜어 한가롭게 살다./ 채근담 구/ 2018 인재 손인식
矜名 不若逃名趣, 練事 何如省事閑(긍명 불약도명취, 연사 하여생사한)
이름을 자랑하는 것은 이름을 숨기는 취미만 못하며,
일에 익숙한 것이 어찌 일을 덜고 한가롭게 지냄만 같겠는가?
 
사과 타임, 나누는 즐거움
김도영 사장은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약 32km 지점 리뽀찌까랑 한적한 주택 단지에서 살고 있다. 그의 집을 방문하면 놀라운 사실이 선뜻 다가온다. 그의 집은 대문과 울타리가 없다. 그가 직접 우량종 씨앗을 구해다 심었다는 아름드리 야자수가 대문처럼 우뚝 서 있을 뿐이다. 정원에는 희귀한 정원수와 꽃, 정원석이 늘어서 있다. 키우기 까다로운 연꽃이 화려한 꽃을 자랑한다. 때로 산책을 하는 동네 이웃들이 정원으로 들어와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그가 기르는 앵무새와 대화를 나누고 가는 개방형 집이다.
 
▲ 일명 일우 정원
 
▲ ▼ 일우 김도영 사장의 집 거실. 서예실, 색소폰 연습실이다가 때론 다양한 파티가 열리는 다용도 룸이다.
 
 
그는 커피를 썩 즐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아는 커피 상식은 여느 바리스타와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이다. 커피 종류와 산지, 로스팅이나 냉 드립 방법까지 일목요연하다. 특히 그의 루왁 커피 나눔은 놀랍다. 그의 집처럼 울타리가 없다. 가까운 이웃은 물론 멀리 고국까지 커피를 좋아하는 이웃들과 아낌없이 나눈다. 최근에는 제법 큰 로스팅 기계를 새로 들이고 별도로 커피 전용 방도 하나 꾸몄다. 그 방 이름을 어떻게 붙일지 숙고 중이다.
 
그가 루왁 커피를 나누기까지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그는 루왁 커피를 산지 마을 사람들을 통해 직접 구한다. 커피 루왁은 가짜가 많으므로 잘 살펴야 한다. 수량이 적으므로 그것을 취하기 위해서는 악착같아야 한다. 값을 먼지 치러야 할 때도 잦다. 먼 길을 직접 지고 내려올 때도 많다. 잘 말려서 껍질을 벗기고, 10여 차례 씻기를 반복한 다음 다시 충분히 말리는 과정에서 일부분 도우미의 손을 빌리기도 하지만, 꼭 관여해야 한다. 양질의 커피 원두만을 고르는 일이나 로스팅과 믹서는 반드시 손수 한다. 어지간한 정성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 일우 김도영표 사과 타임
 
고교와 대학 시절 모두 산악부원이었다는 그는 매주 일요일이면 산을 즐긴다. 산을 오를 때 그의 등산 백은 늘 무겁다. 일행과 나눠 먹을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해오기 때문이다. 김도영 사장으로 인해 사과 타임도 생겼다. 늘 쉬는 산길 외딴집에 다다르면 그는 배낭에서 무겁게 지고 온 한 보따리 사과를 툭 펼쳐 나눈다. 그의 백은 대부분 하산할 때가 더 두툼하다. 철 따라 생산되는 먹거리들 때문이다.
 
 
“산골 청정지역에서 생산한 싱싱한 농산물을 보면 욕심이 나요. 산골 농사꾼들도 직접 사가니 좋을 겁니다. 운동도 할 겸 가져와 더러 이웃과도 나누는 데 다들 좋아하죠.”
 
 
일과 놀기를 만끽하는 마음 부자
모 지식인이‘현대 사회에 필요한 이상적인 인간상’을 제시한 적이 있다. 어떤 분야에 대한 전문성, 각기 다른 분야에 대한 상식이 서로 기대어 꼭지를 이루고, 그 둘이 서로 소통하는 모양의‘A형 인간’이란 이론으로 다수의 긍정을 끌어냈었다.
 
A형 인간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존재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 하나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그가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것은 세상이 두루 아는 바다. 그는 미술뿐만 아니라 과학, 의학, 수학에서 운동, 요리까지 갖가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다빈치에게는 다양한 관심만큼이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웃이 많았다고 한다. 물론 그들은 다빈치로 인해 삶이 즐거웠고, 다빈치로 인해 행복한 순간이 많았으리라.
 
 
▲ 부인 이은희 여사와
 
하여 그에게 안긴 아호가 一宇(일우)다. 一始成宇(일시성우)의 줄임으로 천부경에서 취한 아호다. 포괄한 의미가 워낙 큰 말이니 생략하고 <一宇> 두 자 의미만 살펴보자. 一宇는 하나의 집이다. 만물이 하나인 우주다. 전하여 일가를 이루기를 지향하는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두 자다. 일우, 그에게서 드러나는 강하고 긍정적인 아우라, 때로 성급하게 드러나는 단호함까지, 바로 오늘에 절대 가치를 두고 그것을 실천하는 그를 대변하기에 이만한 두 글자가 있을까?
 
그는 처음 이 아호를 거부했다. 자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뜻이 거대하다고 했다. 그래서 또 하나 취한 것이 始六軒(시육헌)이다. 나이 육십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거기에는 한 갑(甲)을 지나는 동안 항상 오늘을 실천했던 새롭게 다가오는 모든 날을 시작하는 의미로 맞이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숨어있다.
 
“제가 즐기는 것은 늘 평범한 일상 범주예요. 다만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하는 성격이죠.”
 
그는 일상에서 늘 평범함을 고집한다. 그리고 아주 단호하게 지금을 강조한다. 자기 경영을 일상의 외딴곳에 밀쳐두지 않는다. 바로 지금을 소홀히 하면서 특별함을 찾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중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기에 그의 일상은 일상이 아니다. 특별함이고 이벤트다. 그가 지향하는 평상이 곧 각별이다.
 
 
“독립군 양성소입니다.”
 
그를 잘 아는 지인이 한 말이다. 그동안 그의 회사에서 근무했던 한국인 셋이 독립했는데, 그 세 분이 모두 알차고 놀라운 성취를 이룬 것을 빗댄 말이다. 
 
일우 김도영 사장은 1997년 정밀사출 금형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 회사를 궤도에 올려놓은 지 이미 오래다. 그는 사장 티를 안 낸다. 사회적 지위도 가까이 않는다. 일 더부러 놀기를 만끽하는 마음 부자, 그러므로 그의 일상은 늘 운치(日常得韻)다. 자신의 현재를 척도로 그만의 까칠함으로 구축한 자기 경영에 존경을 표한다. 운치 넘치는 그의 일상을 위하여 건배!
 
 
※ 이글은 필자가 2009년 발행한 산문집
『해외 한인들의 이야기 도처고향』에 수록된 내용을 일부 참고함.
 
※ 이 프로젝트는 <자카르타 경제신문>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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