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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자바에서 시를 읽다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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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숙의 독서노트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5,803회 작성일 2018-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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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시. 오장환
 
 
나의 노래가 끝나는 날은
내 가슴에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
 
새로운 묘에는
옛 흙이 향그러
 
단 한 번
나는 울지도 않았다.
 
새야 새 중에서도 종다리야
화살같이 날아가거라
 
나의 슬픔은
오직 님을 향하여
 
나의 과녁은
오직 님을 향하여
 
단 한 번
기꺼운 적도 없었더란다.
 
슬퍼 바래는 마음만이
그를 좇아
내 노래는 벗과 함께 느끼었노라.
 
나의 노래가 끝나는 날은
내 무덤에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
 
(출처: 도종환의 오장환 시 깊이 읽기)
 
 
NOTE***************
나는 2015년에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주위의 반응이 다양했다. 주변에 문학하는 친구들이 많으니 대부분은 “오… 오장환이라니, 멋지다!!” 하였고, 가끔은 “오장환이 누구야?” 하고 되물었다. 오장환 시인은 1930년대 백석, 이용악과 더불어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이었다. 휘문고보를 다닐 때 정지용 시인에게 시를 배웠다. 일본에서 유학하였고, 서정주, 김광규, 이육사와 어울려 시를 썼다. 일제 시대에 단 한 편의 친일시도 쓰지 않으며 고난과 궁핍의 시절을 견뎠다. 신장병을 앓아 병상에서 해방을 맞았지만, 문화공작단 활동을 하던 중에 테러를 당해 남포 적십자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때문에 오장환은 월북 시인이 되었고, 한국 문학사에서 매몰되고 지워졌다. 이후 모스크바 볼킨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지만, 한국전쟁 중에 세상을 떠난다. 그의 나이 34세였다. 1988년 월북 작가들에 대한 해금 조치로 비로소 오장환의 시가 조명되기 시작했고, 여러 출판사에서 앞다투어 그의 시전집을 출간하였다.
 
작년 가을에 열린 오장환 문학상 시상식에서 오장환의 시 “나의 노래”가 적힌 작은 보자기를 선물로 받았다. 오늘 그 보자기 위에 소국이 든 화병을 놓으면서 문득 그의 시를 여러분에게 소개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의 마지막 구절 때문이었다. 시인은 ‘나의 노래가 끝나는 날에 내 무덤에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고 노래했다. 그가 노래했던 것처럼 그의 시는 죽음을 딛고 다시 피어났다. 삶의 온갖 부조리와 억압에 짓눌리며 살아가는 나와 당신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도 그런 부활이 아닐까 생각했다. 날마다 다시 꽃을 피우는 삶 말이다.
 
채인숙/ 시인.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라디오와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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