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인도네시아 한인들의 경영 이야기-1] 부자(父子) 동행, 부자(富者)의 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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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탐문, 경영이 예술이다〕
인도네시아 한인들의 경영 이야기(1)- PT. DONG SAN HOLDINGS 손한평 대표(67)의 경영 세계
세상의 아들들에게 아버지는 우뚝한 산일까? 아들이 아버지 마음 안으로 동쪽 산처럼 육중하게 파고들 때가 있다면 그 때가 언제일까?
기계소리 윙윙거리는 현장, 같은 제복 차림의 부자(父子)가 생산 현장에서 뭔가를 궁리 중이다. 참 아름다운 그림이다. 부자,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서면 말 그대로 부자(富者)로 느껴진다. 하물며 생산 현장에서 머리를 맞댄 부자의 모습, 이 얼마나 든든하고 흐뭇한 풍경인가.
▲ 생산 현장의 아버지와 아들
이
한 장면으로 필자의 상상력이 흥겨운 막춤을 춘다. 저 부자는 서로에게 어떤 산일까? 산과 산 우뚝한 곳엔 어김없이 골이 빚어지나니. 낮게 협력하여 깊은
골을 빚나니. 노자는 산과 산이 빚은 골은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하여 ‘곡신불사(谷神不死)’라
했다. 이 숭고한 계곡의 정신을 삶의 지침으로 삼으라 했다. 이
부자는 부자간 어떤 골을 빚어 결코 마르지 않고 늘 생동하는 활기를 분출해 낼까?
활기, 그 아름다운 접점에는 반드시 불꽃 튀는 충돌이 있게 마련, 그 현장을 발견한다면 이 탐방 키워드 멋진 완성이겠다. 하니 아버지와
아들의 도모로 긍정에너지 팍팍 솟을 것이란 보통 예상일랑 밀쳐두자. 거친 충돌로 깨지고 터지는 곳에
더 강한 역동적 에너지 맺힐 것 아닌가. 충돌할 때마다 따르는 조화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기에.
▲ 사무실 입구에 새겨진 PT. DONG SAN HOLDINGS 사규
“제조업은
협력의 산실입니다. 리더의 노력과 능력, 조력자들의 땀이
공존하는 현장이지요. 그간 공들여 함께 쌓아올린 것도 중요하지만, 앞
세대가 쌓은 것을 새 시대 물결에 발맞춰 변화에 박차를 가할 대상이 있다는 것 큰 행복 아닐까요?”
손한평 대표의 답은 간결했다. 현장을 둘러보고 난 다음 대담이 시작되자 툭툭 털어내고 부자
조화의 환희부터 드러낸다. 출발선의 임팩트가 신선하다. 경영
현장에서 아들(손창화 과장. 87년생)과 함께 머리를 맞댄 지 1년이라는데 말 몇 마디에 아들의 존재감이
두텁게 드러난다. 그렇다면 내 기대와는 달리 부자간 불꽃 튀는 충돌이란 없는 걸까?
“아들이 어렸을 적 함께 등산을 자주했어요. 산 정상에 올라 나란히 앉으면 싫은 기색 없이 따라온 아들에게 왜 이렇게 산에 오르는지, 그 이유를 아는지 묻곤 했지요. 초등학생 어린 아이가 산을 오르는 의미까지 새길 턱이 없지요. 답도 제가 했어요.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한 것이라고요.”
아들 생각은 어떨까? "M&A 전문 변호사가 어릴 적 꿈"이었다는 아들, 대학을 마치고 직장을 통해 사회를 경험했으며 이제 선대가 일군 현장에 선 아들, “아버지가 역설한 말들, 못 다한 실천까지 아들이 두 몫을 해주기를 바란다.”는 아버지를 잇기로 한 아들, 아들의 생각은 아버지와 어디가 닮았고 어디가 다를까?
“아버지께서는 제가 어렸을 때도 지금도 사업가십니다. 제가 중학생이 됐을 무렵 인도네시아로 사업을 확장하시는 단계였지요. 덕분에 저는 인도네시아 소재 미국계 국제학교(JIS)에서 중 ·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미국 대학(Pennsylvania State University)에 진학했고요. 대학 졸업 후 미국 회계법인(Pricewaterhouse Coopers)에 취직 사회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연이어 한국에서도 회계법인(삼정KPMG)에서 근무했고요. 그때 대기업부터 중견기업까지 여러 회사들을 방문하고 인터뷰할 기회를 가졌는데요. 아버지가 일구신 동산홀딩스 현재가 어떤 상태인지에 관해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요 공부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다. 이심전심이었던 거다. 비즈니스 현장을 누비는 아버지 땀내를 통해 사업과 경영이 알게 모르게 아들에게 체화되었으리라. 이래서 부자(父子)가 나란히 서면 부자(富者)로 느껴지겠지. 하니 이 부자에게서 드러나는 든든한 느낌 애써 인지상정이랄 것까지 뭐 있겠는가. 그냥 도도한 흐름이려니.
▲2019년 8월 생산 공장 신축 이전 시 부자
부자간에도 세대 간 차이가 있다는 것 누구라서 인정하지 않으랴. 그러나 부자간에는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끈끈한 밸런스가 엄연하게 존재하는 것 또한 누가 부정하랴. 하여 부자간이라면 세대차이쯤이야 포용으로 넘어서기 쉬우리라. 서로 다른 견해쯤이야 발전적 에너지로 뒤바뀌리. 부자(父子)라는 단어 속에 존재하는 이 신비를 또 새롭게 발견한다. 역시 경영엔 예술이 존재하고 발견은 늘 예술이다.
“세상엔 아들이 아버지와 아주 다른 길을 가는 경우 많을 겁니다. 우리 손
과장의 경우 대물림에 관한 제 생각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다만 시간이 필요했지요. 미국과 한국에서 사회 경험을 하고 결혼으로 성가도 이뤘으니 이제 진정한 자기 역할을 할 때가 된 셈입니다. 동산홀딩스에 오기 전까지는 생각이 많았다는 것을 잘 아는데요. 이제
왔고 몸담았으니 꿈을 키우고 또 실현하리라 믿습니다.”
모름지기 누구에게나 ‘때’가 그냥
이르는 법 없다. 쉼 없는 시간 흐름 속에서도 때는 그냥 오지 않는다.
아버지 손 대표의 소회와 아들 손 과장의 각오 속에서도 노력하여 쟁취한 ‘때’가 낭중지추처럼 드러난다.
“기업
경영, 그 자체만으로도 어렵겠지요. 하물며 여긴 해외잖아요. 문화, 사회 제도 및 법률 등 어떤 곳에서 어려움이 닥칠지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동산홀딩스가 이 궤도에 이르기까지 쏟아 부었을 노력과 헌신을 저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한 세대를 관통한 아버지의 시간과 이십 수년을 아버지와 함께 하신 당숙(손한두 전무)의 땀 또한 진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소중하게 제 앞에 다가온 동산홀딩스, 그래서 새로운 성장 동력도
지금의 동산홀딩스 안에 튼튼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의 현장 1년, 치열했으리라. 부여된 역할에 관한 공부 많이 쌓였으리라.
▲임원회의
“제조업마다 특성이 다를 것인데요. 동산홀딩스의 주력인 원단 생산 및 염색 공정은 분명 장치 산업이면서 자동화가 쉽지 않습니다. 생산 과정에서 변수들이 많기 때문이죠. 동산홀딩스는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 시스템을 보완해야 하지요. 공정 별로 다양한 변수들을 통제할 내부 역량 향상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런 기틀을 다지고 나면, 자연스럽게 외형 확장과 맞닿을 것이고요. 다만 저는 아직 듣고 보고 체험하며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동산홀딩스의 새로운 변화와 도약이 제 과제이고 역할이니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손 과장이 현장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과목 폭이 매우 넓었다. 그 중에 인도네시아
인들의 정서 이해가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음은 참 흐뭇했다. 그는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중 · 고등학교 청소년기를 인도네시아서 보냈다. 미국에서 대학생활과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다시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거쳤다. 다양한 체험과 공부가 단단한 자양분으로 자리 잡았으리라. 인도네시아의 국책 “다양성 속의 통일”이 동산홀딩스에서도 꽃피겠다는 기대감이 부푼다.
아! 인도네시아
“제 인생 터닝 포인트요? 딱 한마디로 인도네시아입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것이지요. 누가 제게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해도 인도네시아를 선택하겠는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네’ 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경험과 일군 것을 다 원점으로 돌린다 해도 또 인도네시아를 선택할 겁니다.”
운명의 손짓일까? 기왕이면 행운을 향해 기우는 것이 인간의 잠재의식이리라. 그래서 자기의식에 충실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어떤 기점으로 되돌아간다 해도 손 대표처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으랴...
▲2019년 8월 생산 공장 신축 이전 행사
※ 이 글은 <인니 한인 성공 경영 기록하기> 첫 번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재인니한인회가 주최하고, 재인니 한인상공회의소(KOCHAM)가 주관하며 자카르타경제신문이 후원합니다.
필자는 경영인을 만나고 경영 현장에 갈 때마다 놀랍니다. 인터뷰 때마다 창의성과 실천력 출중한 명가들에게 감탄합니다. 더불어 기록자로서 보람과 즐거움을 누립니다. 다음 경영탐문을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경영탐문 내용은 You Tube 채널 <손작가
TV> 경영탐문 섹션에 업로드 됩니다. 많은 시청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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