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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중년 남자 6인의 한 방 쓰기, 그 기나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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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7,345회 작성일 2017-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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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여행으로 3천m 고봉을 오르다 3]
 
아! 에델바이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기억하는 분 많을 것이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캐다다 출신 명배우 크리스토퍼 플로머가 읊조리듯 중저음의 깊고 감미로운 호흡으로 부르는 노래 에델바이스를 기억할 것이다. 정든 집을 두고 가족을 데리고 몸을 피해야 하는 상황, 아이들이 출전한 음악회 무대에서 나치의 눈을 속이기 위해 부르던 에델바이스, 조국의 현실 때문에 목이 메어 마무리를 짓지 못하던 노래 에델바이스를 잊지 못할 것이다.
 
여주인공 줄리 앤드류스와는 사랑이 싹트고 약혼을 앞둔 엘레노 파커와는 이별의 노래가 된 바로 그 노래 에델바이스.
 
▲  아이들이 출전한 음악회 무대에서 크리스토퍼 플로머가 나치의 눈을 속이기 위해 부르던 에델바이스, 조국의 현실 때문에 목이 메어 마무리를 짓지 못하던 노래 에델바이스가 들리던 곳
 
▲  크리스토퍼 플로머가 가족과 손님 앞에서 읊조리듯 중저음의 깊고 감미로운 호흡으로 부르는 노래 에델바이스가 들리던 곳
 
브로드웨이 걸작 뮤지컬들의 작곡가로 알려진 로저스(Richard Rogers)의 에델바이스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소프라노 김순영의 매혹 넘치는 에델바이스를 감상했으리라. 가수 이미자가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부른 우아한 에델바이스를 들었으리라.
 
좀 더 호기심이 깊다면 바리톤 박용민의 느끼함이 가미된 에델바이스를, 박민선이나 이현지와 같은 어린이 실력자들의 순수하고 청량한 에델바이스를, 대중가수 김범수가 부른 연속극 <자이안트>의 OST 에델바이스를 과연 그답다는 생각으로 감상했으리라.
 
▲  여주인공 줄리 앤드류스와는 사랑이 싹트고 약혼을 앞둔 엘레노 파커와는 이별의 노래가 된 바로 그 노래 에델바이스가 들리던 곳
 
▲  소프라노 김순영의 매혹 넘치는 그 노래 에델바이스가 떠오르던 곳
 
▲  바리톤 박용민의 느끼함이 가미된 노래 에델바이스가 생각나던 에델바이스
 
▲  박민선이나 이현지와 같은 어린이들의 순수하고 청량한 노래 에델바이스가 흐르던 곳
 
나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잔비가 뿌리는 표고 2천 8백의 에델바이스 군락지. 거긴 물기 범벅인 구름이, 아니 산안개가 물결처럼 몰려왔다가는 흩어지고, 훅 다시 돌아오는 고지의 평원. 가사도 음도 별로 생각나지 않았다. 오직 영화 속 장면과 가수들의 표정 따위와 같은 짧은 조각 기억에 의존할 뿐이었다. 몸속 가득 스며드는 한기에 스스로를 팔며 나는 그렇게 한참을 에델바이스에 잡혀있었다. 
 
"소원을 빌며 이걸 분화구에 던지세요……."
 
한 뭉치 마른 에델바이스를 분화구 안으로 던졌다. 최대한 분화구 깊숙이 들어가도록 힘을 다해 던졌다. 지구의 숨소리가 쉭쉭 거칠게 터져 나오고 뭉텅이 연기가 유황냄새를 덩어리로 끌고 솟구치는 분화구, 내려다볼 마음만으로도 아찔한 지구의 구덩이를 향해 나는 내 소망을 던졌다.
 
그러니까 수년 전, 수라바야 지방의 부로모 화산을 갔을 때다. 나는 순전히 버리기 위해서, 내 소망을 분화구 안으로 던지겠다는 이유로 마른 에델바이스 한 뭉치를 샀다. 소망이 이루어진다고? 장사꾼의 꼬임이라는 것을 왜 짐작 못하겠는가.
 
마른 에델바이스 한 묶음, 생명력을 잃은 탓일까. 첫인상이 에델바이스란 이름값에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장사꾼의 윤기 없는 상술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기에 나는 이번 산행에서도 애초부터 에델바이스 군락지에 대해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에델바이스가 군락을 이뤘다 해도 오월 장미의 매혹을 따르겠는가? 동쪽 울타리에 흐드러진 시월 끝자락 국화의 치명적인 힘을 이기겠는가? 무시했다.
 
근데 빗속 에델바이스에 푹 젖어서 이게 뭐람. 모냥 빠지게~고지에 오르자 와락 펼쳐진 비에 젖은 평원, 와락 안긴 비에 흔들리는 에델바이스, 물안개에 뿌옇게 젖는 '고귀한 흰 빛', '순수의 상징' 에델바이스라니. 군락지이기에 듬성듬성한 모습이 애처로웠다. 흔들거림은 더 추워 보이고 짠했다. 생김은 왜 하필 털북숭이에 별을 닮아 뭇 시인들에게 꿈을 노래하게 하는가. 서린 전설은 어찌 그리 애달프고, 왜 하필 곳마다 높은 곳에서만 자라고 꽃을 피우더란 말이냐?
 
그래 너는 빗속에 떨어도 하는 수 없다. 팔자다. 네 팔자야.
 
괜히 울컥해지는 심정, 때에 맞게 나를 부르는 소리. 산도 나무도 풀도 흠씬 젖은 공간에 울리는 내 이름이 에델바이스를 타고 넘는다. 막바지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른 일행들이 다 모였다. 커피를 파는 천막 안에 자리를 잡았단다. 그래 가자. 팔팔 끓는 뜨거운 물에 삼박자 커피 봉지 두어 개 주욱 찢어 넣고 휘휘 젓자. 좀 천박하면 어쩌랴. 뜨겁게 아주 뜨겁게 후루룩 소리를 내며 마시자.
 
비 오는 밤, 고지에서 이별 축제
 
오후 2시, 오전 8시 20분쯤 출발하여 천 4백m 높이를 굽이굽이 돌아 올랐다. 빠른 것도 아니지만 아주 느린 것도 아니다. 중간에서 해결하려던 점심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일까 처음 예상한 것보다 1시간이 빨랐다. 포터들이 문제였다. 샛길이 있어 그리로 갔을 거라더니 지름길은 없었다. 먼저 도착했을 거라는 오판 때문에 서두른 우리는 시간을 줄였다. 그러므로 포터들은 더욱 뒤처졌다. 서둘러 올라와 포터를 찾지 못한 김우주 회원은 걱정마저 포기다.
 
갤듯하면서도 그치지 않은 비, 갑작스러운 웅성거림. 체격이 제법 건장한 젊은이가 부축을 받으며 천막 안으로 들어온다. 어지럽다고 했다. 토하려고 구역질을 한다. 고산병 증세다. 등반가가 아닌 일반인이 무리해서 올랐다면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땀을 흘렸던 몸, 비를 맞아 아직 옷이 젖어있으니 스멀스멀 파고드는 한기에 이상 증상이 올 수 있는 상황이다. 연전에는 동사자가 생겼었다고 커피 장사가 전한다. 다행이다. 그 젊은이는 응급조처를 받고난 후 더 심해지지 않았다.
 
포터 3명이 도착했다. 우리 일행보다 무려 한 시간이 늦었다. 그나마 두 명은 뒤처져 온단다. 두 가지 일이 겹친다.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것 하나와 낼 새벽 정상 등정을 위해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가야 하는 또 다른 하나다. 대부분 텐트를 정상에 가까운 길목에 설치한다고 했다. 비 내리는 날 높은 산엔 어둠이 빨리 내린다. 텐트를 칠 장소를 물색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진다.
 
▲  어두워지기 전 부산한 움직임의 텐트치기 행렬
 
▲  고산의 비와 바람, 추위를 견디고 꿋꿋이 핀 꽃들
 
▲  텐트칠 장소 찾아 이리저리
 
▲  터덕터덕, 그러나 다시 없을 낭만의 순간
 
▲  포터와 고원에서
 
▲  다양하게 하룻밤 세울 집을 마련한 사람들
 
텐트와 천막이 완성될 때까지 어둠은 산을 덮치지 않았다. 포터들의 제안대로 숲 안쪽에 텐트와 천막을 설치했다. 모기는 좀 많았지만 바람에는 안전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에델바이스도 벌판보다 숲이 바람막이하는 쪽에 더 많이 군집해있다. 각자 준비한 헤드랜턴을 착용했다. 충전해온 LED 전등도 달았다. 짐을 꺼내 정리하고 만찬을 준비했다.
 
▲  비에 젖은 숲속의 텐트
 
▲  고원 숲속 천막 아래서 먹고 마시고, 떠들었다. 이별사를 하고 섭섭주도 마시며 서로를 위해 건배했다. 그리고 편곡 자유인 노래, 늘리고 줄이고 높이고 내지르기가 다 자유인 노래도 불렀다.
 
먹고 마시고, 떠들었다. 이별사를 하고 섭섭주도 마시며 서로를 위해 건배했다. 노래도 불렀다. 박치인 내겐 노래방 기기도 마이크도 없으니 좋다. 이때다. 편곡 자유다. 늘리고 줄이고 높이고 내지르기가 다 자유다. 그래 노래란 이런 거야. 이렇게 제멋대로 부르는 것이 얼마나 재밌는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김이제 회원이 고통을 호소한다. 고지대에 비 오는 밤, 한데에 너무 오래 있었다. 살갗에 닿는 느낌이 크게 시리지 않다고 만심한 탓이다. 김이제 회원이 온몸을 심하게 떨고 말도 바로 하지 못한다. 그런데 일어서던 나도 푹 주저앉았다. 허벅지 근육이 굳는다. 오한도 몰려왔다. 미리 두꺼운 옷을 입고 있었어야 했다. 서둘러 파카를 껴입고 침낭을 둘러썼다. 핫팩을 등과 배에 붙였다.
 
중년 남자 6인의 한 방 쓰기, 그 기나긴 밤
 
만찬은 그렇게 허둥지둥 끝났다. 스틱이며 신발까지 모든 짐을 텐트 안으로 들여놓았다. 분실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 서둘러 자리에 누웠다. 예상했던 대로 자리가 불편하다. 두꺼운 옷을 입고 침낭 속에 몸을 묻었어도 고르지 않은 땅이 몸을 밀친다. 머리맡에도 발치에도 짐이다. 몸을 뒤채면 부스럭 소리가 들린다. 내 집의 잠자리가 얼마나 안락했는지 참 새롭다.
 
"비를 피해 뱀이 들어오지는 않겠지요?"
 
잠든 것은 아닌데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모두가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는다. 가만히 들으니 빗소리에 운율이 있다. 텐트에 바로 떨어지는 소리와 나뭇잎에 뭉쳤다가 떨어지는 소리가 다르다. 바람이 스치면 후두두둑 포인트를 준다. 빗소리를 느끼는 정취가 제법이다. 그렇더라도 비로 인해 별바다를 보는 낭만을 빼앗긴 것은 아무래도 아쉽다. 따져보니 석양도 기대했었다. 만회할 것이 아직 몇 가지 남아 있어 다행이다.
 
낼 새벽 일출은 볼 수 있겠지….
 
표고 2천 8백 고도의 숲속의 밤, 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연과 내가 함께 지내는 밤이다. 문명이 까마득히 멀리 있는 느낌이다. 내일이면 다시 돌아갈 곳인데. 텐트 방수포 밑으로 물이 흐르는 느낌이 전해온다. 때에 맞게 몸에 붙인 핫팩이 기능을 발휘한다. 앞뒤로 따뜻한 기운이 흐른다. 따져보면 다행으로 느낄 일이 세상엔 너무 많다.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깨어있음에서 완전 휴식의 경계로 넘어섰다. 누군가 또 뒤따라 코를 곤다. 그리고 또. 모두 피곤한 상태다. 많이 걷고 많이 먹고 마셨으며 흥겹게 즐긴 뒤다. 깊은 잠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코 고는 소리가 각자 다르다. 박자도 다르다. 별게 다 개성 발휘다.
 
드르렁 크 푸하아~누군가 절정에 올랐다가 푹 꺼진다. 소리에 놀란 옆 사람이 깬다. 자기도 자기 소리에 놀랐나 보다. 두 사람이 다 부스럭 몸을 뒤챈다. 소리 크다고 다 이기는 게 아니다. 적은 소리로도 자기를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코 고는 소리로 증명되는 밤이다.
 
아야앗~.
 
내가 나를 꼬집었다. 이런 바보 같으니. 도대체 써먹을 데가 없는 이 덜렁거림, 아무것도 대비를 안 했다. 평소 잠자리에 예민하다고 스스로 떠벌리면서 아무 대책도 안 세우다니. 산이 울리게 코를 심하게 골든가 아니면 인사불성 마실 술을 준비했어야 한다. 아니 어찌 수면제 생각도 안 했단 말인가. 시간을 보니 이제 초경이다. 허 허 이 밤 벌 좀 받게 생겼다.
 
그래 하룻밤쯤 뜬눈으로 세자. 스스로 견딜 수 없으면 잠들게 되어 있다. 이미 몇 차례 경험한 바다. 억지로 궁지에 빠질 필요는 없겠지만, 때에 따라 인체가 지닌 뛰어난 효율성을 이미 체험한 바다. 그래 가끔은 밤도 세워봐야 세운 밤이 어떤 맛인지 안다. 포기하니 편하다. 잘 됐다. 오늘 기록할 것도 많다. 핸드폰을 켜 에버노트를 연다.
 
그런데 옆에서도 잠 못 드는 이가 있다. 호기심 많고 실천력 강한 김우주 회원이다. 맞다 그도 평소 참 예민하다. 느닷없이 텐트 천장에 별이 뜬다. 김우주 회원 레이저 장난감으로 별을 연출한다. 기대 만발, 고원에서 별 사진 좀 제대로 찍겠다고 무거운 삼각대까지 준비해온 그이고 보면 별의별 별 장난(?)하는 심정 알만하다.
 
▲  김우주 회원 레이저 장난감으로 연출한 텐트 천장의 별. 고지대에서 별 좀 제대로 찍겠다고 무거운 삼각대까지 준비해온 그이고 보면 별의별 별 장난(?)하는 심정 알만하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이 밤 이 높은 산 숲에 버려져 있는가?"
 
한 참 별놀이를 하던 김우주 회원 이젠 시를 읊는다.
 
그래 시를 읊으시오. 우린 늘 스스로 기대하고 스스로 그 기대에 속고 살잖오. 뻔히 알고 속을 때도 잦지 않오. 그래서 이 밤 우선 견뎌 보자고 시를 읊는 그대. 편하디편한 집을 두고 떠나와서. 우린 산위 텐트 속 저녁이 집보다 편할 것이라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지요. 그걸 알면서도 오르기 힘들 길을 꾸역꾸역 걸어왔다 이겁니다.
 
앞으로 우린 살면서도 많은 시간 그럴 것이다. 편하고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고집부리며 갈 것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 길을 사서 고생하며 갈 것이다. 그게 살아있는 자의 몫이라던가?
 
열대 나라에서 한겨울을 만나다
 
시간은 간다. 벌써 삼경을 끝을 달린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거세진다. 휘이익 휙 슈웅~ 텐트 안에서 듣는 바람 소리가 한 겨울강의 얼음장 갈라지는 소리보다 더 차다. 숲에 텐트를 친 영리한 포터가 정말 고맙다. 근데 걱정이 솟는다. 저쪽 벌판에 텐트를 친 한 무리의 젊은이들, 텐트가 바람을 견딘다 해도 스며드는 추위가 북극일 것 같다. 더워서 어찌 사냐는 소리 흔히 듣는 열대 나라에서 이게 뭐람.
 
남자 중년 6인의 한 방 쓰기, 정말 긴 밤이다. 6인의 첫 밤이기에 다행이다. 아니 마지막 밤이기에 다행이다. 문벳남 회원이 곧 베트남 사람이 될 것이니 마지막임이 틀림없다. 편한 잠자리를 위해 부부간에서 각방을 쓴다는 시기의 남자 여섯, 곱씹어보니 참 이런 인연도 드물겠다.
 
새벽 4시, 떠날 바람은 떠나고 남을 잔바람만 남았다. 더듬더듬 신발을 찾아 신고 텐트 밖으로 나왔다. 납작 잠든 포터들의 텐트가 저만치 희미하게 보인다. 밤을 지샐 것처럼 시끄럽게 떠들던 그 옆 인도네시아 젊은이들 텐트도 조용하다. 나뭇잎에 맺혔던 굵은 물방울이 내게로 낙하한다. 비는 완전히 멈췄다. 기다렸다는 듯 뒤 따라 나온 이가 있다. 랜턴을 든 그가 성큼 멀리 간다. 보아하니 그는 큰 거다.
 
작은 거에 호르르 몸을 떨고 일을 마친 나는 텐트에 들어갈 마음이 별로 없다. 고지의 숲속. 맑은 새벽바람, 에델바이스가 자생하는 이 귀한 기운 언제 또 맛보랴.
 
텐트 안에 불이 켜졌다. 깬 사람도 자던 사람도 모두 둘러앉았다. 일출은 보지 못할 것이란 결론이 났다. 그렇다면 새벽 추위에 떨며 정상을 다녀올 일이 아니다. 하산길이 정상을 거쳐서 가는 것이니 아예 아침을 빨리 해결하고 짐을 꾸려 일거에 떠나기로 했다. 
 
그대산(Gunung Gede) 에델바이스 군락지 야영 안내
 
그대산 에델바이스 군락지에 오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 2800 고지 에델바이스 군락지 야영장에서 야영을 하려면 많은 고려와 준비를 해야 한다. 음식과 옷을 꼭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대개 체감하는 온도가 더 낮다. 그런데 거긴 체감 온도보다 더 심하게 추위가 몸속으로 파고든다. 그러므로 땀을 많이 흘리고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도 조심을 해야 한다. 어느 한순간 고산병 증상에 시달릴 수 있다. 힘들게 올라 피로가 누적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텐트를 설치할 장소를 잘 물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고원 가운데로 흐르는 물이 맑아 그 근처에 자리를 잡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우리 일행도 처음엔 그곳을 낙점했었다. 만약 뒤쫓아온 포터가 없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이건 꼭 피하는 것이 좋다. 한밤중에 불어 닥치는 바람이 거세거니와 기온 저하도 상상 이상이다. 에델바이스가 숲에 의지하고 바람에 맞서지 않는 것처럼 그 지혜를 따르는 것이 좋다. 
 
천막은 꼭 있어야 한다. 텐트를 덮거나 음식을 조리하고 불을 피울 여유 공간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 햇빛과 비를 피하고 오가다 만나는 폭우를 피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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