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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자바에서 시를 읽다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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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숙의 독서노트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502회 작성일 2017-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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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금산
 
                   시.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시 출처 / 남해 금산 (문학과지성사, 1986)
 
NOTE***********
이성복은 나에게 어떤 한 시절의 상징적인 이름이다. 그의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스무 살을 갓 넘긴 문학도였다. <남해 금산>과 <그 여름의 끝>이라는 두 권의 시집을 읽고난 뒤,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전율을 느꼈고 완전히 새로운 시의 세계를 보았다고 확신했다. 그전에 본 적 없는 낯선 풍경 속에 치밀하고 아름다운 시가 놓여있었다. 특히나 ‘남해 금산’이라는 시에 등장하는 환상적이고 신화적인 이미지, 그 이미지를 남해 금산이라는 실제적 공간 속에 풀어놓은 시인의 시적 상상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시 속에서 남자는 변하지 않는 사랑의 원형을 꿈 꾸며 여자가 묻혀있는 돌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사랑했던 여자는 떠나고 남자는 홀로 남아 바닷물 속에 잠긴다. 몇 십 년 만에 저 짧은 시를 다시 읽으며, 나는 이제서야 떠나간 여자를 그리워하며 남은 생을 살아가는 남자의 눈물을 본다. 언젠가 모두 사라져 갈 것들이기에 사랑과 생과 죽음과 이별이 모두 가엾고 가엾다.
 
채인숙/ 시인.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카피라이터, 라디오 작가, 방송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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