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참 좋았던 벗과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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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좋은 벗이던 야자수가 잘린다
이럴 수가...
참 좋은 벗이던 야자수가 잘린다. 인도네시아 보고르 지역 산마을 주민으로 산 지 5년여, 테라스에서 잡힐 듯이 바라보이던 야자수, 이웃집 마당 가에 우뚝 서 있던 야자수가 그만 잘린다.
나무 꼭대기까지 원숭이처럼 성큼성큼 올랐다. 잎을 자른다. 열매를 잘라 떨어뜨린다. 보는 사람은 아찔한데 마치 지상에서와같이 익숙한 몸놀림이다. 안전 장비도 없이 곡예사처럼 나무에 매달렸다. 도구는 오직 허리에 찬 정글 칼 하나다. 나무 중간을 찍고 또 찍기를 그 얼마, 꼭대기에 묶은 밧줄을 잡아당기는 순간 야자수는 그만 우지끈 허리를 꺾는다.
▲ 테라스에서 잡힐 듯이 바라보이던 야자수, 이웃집 마당 가에 우뚝 서 있던 야자수가 그만 잘린다
▲ 안전 장비도 없이 곡예사처럼 나무에 매달렸다. 도구는 오직 허리에 찬 정글 칼 하나다
▲ 나무 중간을 찍고 또 찍기를 그 얼마, 꼭대기에 묶은 밧줄을 잡아당기는 순간 야자수는 그만 우지끈 허리를 꺾는다
야자수가 사라졌다. 그 자리에 하늘만 휑하다. 새벽이나 석양, 밤 중 할 것 없이 언제나 정겨운 벗이던 야자수, 이 야자수는 내게 그냥 열대 나무 한 그루가 아니었다. 우리 집 테라스를 풍광 좋은 곳이게 하는 멋쟁이였다. 수없이 사진의 배경이던 야자수, 시계 좋은 날이면 멀리 살락산(Gunung Salak, 해발 2,211m))을 창인 듯 보여주고, 마을 풍경을 함께 굽어 즐기던 야자수.
테라스에서 차 한 잔 마실 때면 야자수는 향기였다. 찾아온 시인과 대화를 나눌 때는 감칠맛 나는 관객이었다. 시시로 그냥 시가 되던 야자수였다. 지인들과 왁자하게 한 잔 술을 마실 때는 바람 따라 스쳐 가는 술 도둑이었다. 훠이훠이 어둠을 쫓는 흔들림만으로도 푸짐한 안주였다. 서울에서 설날을 맞아 다니러 온 아이들과 떡국을 나눌 때는 참 정겹고 따뜻한 가족 밥상의 배경이었다.
▲ 테라스에서 차 한 잔 마실 때면 야자수는 향기였다
▲ 시계 좋은 날이면 멀리 살락산(Gunung Salak, 해발 2,211m))을 창인 듯 보여주고, 마을 풍경을 함께 굽어 즐기던 야자수
▲ 새벽이나 석양, 밤 중 할 것 없이 언제나 정겨운 벗이던 야자수, 이 야자수는 내게 그냥 열대 나무 한 그루가 아니었다. 우리 집 테라스를 풍광 좋은 곳이게 하는 멋쟁이였다
▲ 설날을 맞아 서울에서 다니러 온 아이들과 떡국을 나눌 때는 참 정겹고 따뜻한 가족 밥상의 배경이었다
자르지 못하도록 말릴 수가 없었다. 소유가 다르거니와 이미 조금 기울어져 있어 바람이 불 때면 혹여 쓰러질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그래 그렇다면 잘라야지. 부지불식간에 일어날지 모를 사고를 미리 방지해야지 않겠나?
...아냐 그래도 그냥 좀 놔두라고 했어야 하나? 몇 푼 쥐여 주고 나중에 자르자고 했어야 하나?
간절한 내 속내를 이들은 모른다. 뭔 구경거리라고 나무 한 그루 잘리는 것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이 서운함을 어찌 알리. 이들로서는 흔하디흔한 야자수 하나 자르는 일인 것을. 전기톱으로 위잉∼ 뚝딱 잘라버리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이나 삼는 이 부질없음이라니.
▲ 나는 오늘 참 좋았던 벗 하나와 이별을 했다
나는 오늘 참 좋았던 벗 하나와 이별을 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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