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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여행의 반은 현지 음식 먹는 데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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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7,405회 작성일 2017-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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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부부의 인상파식 여행] 아! 이베리아반도 ⑱. 이베리아 반도의 보물, 올리브와 도토리
 
다섯 부부가 함께하는 길동무 여행은 문제점도 없지 않다. 그 첫째가 먹는 것이다. 열 명이라는 숫자부터 먹는 것 즐기기에 딱 알맞다. 먹는 것 앞에 두고 체면 따위 차릴 필요가 없는 사이가 된 건 이미 오래다. 그래서 어느 자리나 먹기에 자유가 넘친다.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으면 덩달아 먹고, 무엇이 좋다는 말만 나오면 찾아서 먹는다. 대체로 여행 일정도 길게 잡는 편이니 여행을 마칠 때쯤 되면 불어난 몸무게 때문에 걱정 하나를 떠안는다.
 
"거 봐, 여행은 오직 여행이야. 식사란 그저 금강산 구경 식후경 격이어야 해. 허기를 때우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니까. 여행을 갔으면 여행을 해야지 여행."
 
이건 내가 지어낸 말이다. 이렇게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있다면 나는 대거리를 하자고 대들 것이다. 여행 가서 먹는 것이나 밝히는 속물이라 손가락질받아도 하는 수 없다. 그러니까 여행의 반쯤은 산재한 현지 특산음식 즐기기로 계획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 내 주장이다. 
 
▲  입맛을 다시게 하는 올리브 전문점의 올리브로 만든 갖가지 음식. 벽에는 다양한 올리브유가 그득 진열되어 있다.
 
음식이 뭔가? 토질과 풍광의 결실이다. 거룩한 것이다. 이 거룩한 토질과 풍광으로 맺은 결실이 지역의 특성과 역사, 그리고 바로 거기 사람의 지혜와 궤를 함께하여 이루어진 성스러운 삶의 원천이다. 사람은 그 원천을 통해 몸을 기르고 마음을 가꾼다. 그러므로 음식은 곧 사람이다. 우리 모두 최초 세포를 형성시키기 위해 음식을 취한 곳 고향을 왜 '땅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하겠는가?
 
그러므로 어디를 여행하든 그곳의 특징을 지닌 음식을 즐겨야 하리. 이것이 여행자가 누릴 특권이리. 시대변화로 인해 사방의 타지로 퍼진 지역 특산 음식이 부지기수지만 역시 산지의 생생함과 고유의 맛이야말로 으뜸이지 않겠는가. 식재료가 풍부하고 맛과 솜씨의 나라 스페인 여행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페인의 음식을 즐겨 이야기할 것이다. 이번 길동무 여행 또한 예외가 아니다.
 
▲  올리브 나무
 
▲  올리브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올리브 나무
 
"제 평생 먹을 빵과 올리브유를 다 먹은 거 같아요. 처음엔 몸에 좋다는 현지의 싱싱한 올리브유를 먹기 위해 빵을 먹었어요. 근데 점점 올리브오일을 먹기 위해 빵을 먹은 거예요. 발사믹 식초와 섞어 먹었는데 나중에 올리브유와 빵만 조합해 먹으면서 오히려 순수한 맛이 좋았어요."
 
"난 발사믹 식초와 섞어 하드롤에 찍어먹을 때가 가장 맛나던데?"
 
▲  올리브 열매와 맛깔스럽게 어우러진 샐러드
 
유프카, 유니카 두 길동무의 소감이 아니래도 거두절미하고 밝히면 길동무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실감 나게 즐긴 것은 올리브다. 가장 많이 본 나무가 올리브 나무고, 가장 자주 먹은 것이 올리브유다. 올리브 열매로 만든 피클은 여행 시작 날에 몇 통을 사서 가지고 다니며 김치 대용으로 삼았다.
 
"올리브유는 노화 방지, 암과 고혈압 그리고 성인병 등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와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스페인의 올리브는 생산량도 세계 최고를 다투거니와 맛과 향 등 질도 뛰어납니다. 양질의 올리브 나무 한 그루에 한화 2백만 원을 호가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수령이 3천 5백 년 된 것도 있습니다. 예루살렘에는 예수님 시대에 열매를 맺었던 올리브 나무도 아직 성성이 살아 있습니다."
 
가이드 이 선생은 "올리브유는 엑스트라 버진일 경우 올리브 수확 후 4시간 이내에 압착을 해서 기름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 법률로 정해져 있다."고 했다. "제조 후 시간 내에 병에 담는 것이 향과 신선도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이유로 제조법이 법률로 제정되어 있다니 참 놀랍다.
 
▲  하몬이 탐스럽게 걸린 하몬 전문점
 
길동무에게 올리브유는 식사 때마다 화제 만발이었다. 각기 다른 맛과 향을 선별해내는 길대장 부부의 뛰어난 감각도 그렇거니와 먹는 취향 또한 모두가 달랐기 때문이다. 올리브유 다음으로 이번 길동무의 여행 음식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 하몬(Jamon)이다.
 
"하몬(Jamon)은 스페인에서 특화된 스페인의 전통 음식입니다. 돼지 다리를 적당한 온도 및 습도에서 천연 소금으로 덮어 염장 과정을 거친 후 일정 기간 창고에 매달아 수분을 제거합니다. 이때 건조 및 숙성이 동시에 진행이 됩니다. 이런 제조과정을 거쳐 하몬으로 완성되기까지 약 15개월에서 30개월 정도 걸립니다. 기간 차이가 나는 것은 원재료의 무게나 품질, 종류에 따른 것입니다."
 
▲  맛을 보여주기 위해 하몬을 떠내는 중. 하몬을 어떻게 떠내느냐에 따라 향과 맛이 다르므로 다년간 숙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이드 이 선생은 하몬에 관해서도 식견이 높았다. 그 덕분에 길동무는 마드리드에서부터 몇 곳의 하몬 전문점을 방문했다. 하몬은 전문점뿐만 아니라 마트와 시장, 고속도로 휴게소 등까지도 한 코너를 장식하고 있었다. 하몬을 파는 곳에서는 대부분 아주 능숙한 솜씨로 맛보기 하몬을 얇게 떠주며 향과 맛을 음미해보도록 했다.
 
"꼭 하몬 이베리코(Jamon iberico)를 좀 사다 주세요. 항상 눈에 선하거든요."
 
일정 기간 스페인에서 살았던 이웃은 내가 스페인에 여행 간다고 하자 다짜고짜 하몬을 부탁했다. 하몬은 먹기 전엔 비주얼로 압도한다. 정말 듬직하고 먹음직하다. 껍질을 벗기고 속살이 드러나면 아! 그때는 색이다. 완전 탈 돼지다. 매혹적인 붉은색 살에 미색 숄을 나풀나풀 둘렀다. 그 조화가 입맛 끄는 소고기 마블링을 넘어선다. 얇게 떠낸 속살, 아! 아! 그건 향 덩이다. 향이 참 깊다.
 
▲  하몬 모듬. 이런 모듬은 값이 저렴한 편이었다.
 
하몬은 적절히 얇게 떠내야만 제맛과 향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자 이젠 먹을 차례다. 그래 이거다. 먹고 나면 맛이다. 비주얼과 색, 그리고 향은 맛을 위한 준비였던 거다. 익히지 않고 먹는 돼지고기 하몬, 부디 샐러드나 샌드위치에 끼워 먹지 마시라. 술안주로 드시는 것도 좋다. 다만 술을 털어 넣은 다음엔 입안에서 술맛 다 사라지도록 기다린 다음 하몬을 드시라. 그것이 하몬에 대한 예우리라.
 
하몬은 존재감이 분명했다. 특히 일정 기간 도토리 숲에 방목하여 도토리를 먹여 키운 검은 돼지 다리로 만든 하몬 이베리코의 맛은 특별함 그 자체였다.
 
"와~ 이 맛이야. 하몬의 마리아쥬는 역시 멜론이 확실해."
"난 아니야 멜론도 최고고 하몬도 최곤데 이 둘의 조합은 좀 별로야."
 
맛있는 것에서 맛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미각이 뛰어난 유니카, 통찰력이 남다른 장마마 두 여성 길동무의 주장, 바로 그 엇갈림이 오히려 묘미다. 그때마다 길동무는 다투어 맛 분석에 나선다. 그 이유로 먹었던 것을 또 먹는다. 각론의 당사자들도 더 먹고, 청중 길동무들도 덩달아 더 먹는다.
 
▲  소금으로 덮어 숙성한 대구 요리.
 
▲  염장한 대구를 파는 상점. 스페인은 소금을 덮어 숙성을 하는 기술이 매우 발달해 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여성 길동무 누구도 비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살찐다고 피하는 빵을 놀라울 정도로 해치우는 빵순이 길동무도 호리호리하다. 이건 여성 길동무 자랑이 아니다. 솔직하지 못한 데 대한 흉보기다. 그 정도 드셨으면 뭔가 표가 나야지 않는가? 그리 먹고도 살과의 전쟁을 벌이지 않는 비결은 뭘까?
 
▲  즐기고 또 즐겼던 빵과 와인 그리고 샐러드
 
살펴보니 여성 길동무들은 각자 몇 가지씩 특기 요리가 있다. 길동무 정기모임은 늘 다섯 집 순회인데, 그때마다 맛에 취해 많이 먹는다. 식사 후 후회막급일 정도로 많이 먹게 하는 장기를 각기 가졌다. 밝히거니와 집집을 순회하며 모임을 하는 것은 전적으로 여성 길동무들이 정한 결론이다. 요즘 세상에 어느 남자가 감히 집으로 손님을 초대할 것인가. 겨룰만한 솜씨로 무장한 여성 길동무들은 언제든지 올 테면 오라다. 아마 그 자신감이 중년인 여성 길동무들의 살 퇴치 무기일까?
 
▲  참 별미였던 리스본의 닭고기 구이
 
각설하고 이베리아 반도의 음식 맛은 특별했다. 그에 관한한 길동무 모두 이의가 없었다. 발렌시아의 밤 바닷가 먹거리 촌을 배회하며 찾고 찾아서 먹은 먹물 빠에야와, 포르투갈 옛 수도 포르토의 자존심을 이해하게 했던 염장 대구요리에 대해서도 이구동성 굿이었다. 산티아고 콤포 데 스텔라의 먹거리 골목 문어요리 뽈뽀(pulpo)와 일명 거북이발(Percebes)로 불리는 해물 요리는 그리움의 대상이다. 리스본의 저녁 시간을 황홀하게 했던 닭구이와 여기저기서 맛본 따빠스 몇 종류도 오랫동안 생각날 음식들이다. 쫄깃하면서 부드러웠던 새우 요리, 다시 맛보고 싶은 스테이크 등 다 열거하기도 어렵다.
 
▲  스페인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빠에야. 길동무는 오징어 먹물을 활용한 먹물 빠에야 맛을 오래 잊지 못할 것이다.
 
▲  별미의 재료 거북이발(Percebes)로 불리는 해물
 
그라나다에서 확인한 샹그리아(와인 이야기는 열두 번째 여행기에서 충분히 했으므로 제외)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모두를 넘어서 길동무가 가장 환호했던 것은 과일과 채소다. 푸짐하게 사서 차에 싣고 다니며 시도 때도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값도 싸고 싱싱했다. 보드랍고 달콤하고 향기로운 멜론과 탐스러운 감, 호도, 밤, 무화과, 그리고 각종 채소 등 이 모두가 이베리아 반도 여행을 흥겹게 한 공신들이다.
 
▲  주렁주렁 달린 도토리
 
이번 여행 음식 이야기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될 존재가 하나 있다. 도토리다. 뜬금없이 도토리 타령이니 혹자는 이베리아반도 도토리묵 맛이 하몬 맛보다 더 특별했나 할 것이다. 그게 아니다. 도토리나무는 이베리아 반도의 보물이었다. 정말 국가 보호수다웠다. 돌산이나 자갈이 많은 척박한 땅을 도토리나무는 그 비싼 올리브나무와 함께 나보란 듯 푸르게 덮고 있었다. 척박한 땅을 즐기는 생명력도 존중받을 만한데, 어느 나무도 따를 수 없는 공기청정 능력까지 지녔다니 과연 보물이 아니고 무엇이랴.
 
▲  끝이 안보이게 펼쳐진 도토리나무 단지
 
그런데 주렁주렁 열매까지 잘 맺어 그 덕에 맛있는 하몬이 생산된다. 도토리는 소에게도 아주 좋은 먹이라 했다. 도토리, 옛날 우리나라 흉년이 들 때면 기근을 이길 열매였다. 오늘날 도토리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이름값이 높다. 도토리는 참나무 종류의 열매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도토리는 나무의 종류에 따라 크기나 모양이 다르다. 문헌에 따르면 "굴참나무 도토리는 좀 둥글고 졸병 참나무인 졸참나무 도토리는 열매가 다소 길쭉한 편"이다.
 
▲  코르크, 즉 껍질이 벗겨진 굴참나무. 2016년에 벗겼다는 뜻의 글씨가 선명하다. 대부분 나무가 껍질이 벗겨지면 죽는다. 다만 굴참나무만 괜찮다고 한다.
 
▲  땅에 수북이 떨어진 도토리
 
도토리나무는 와인과도 뗄 수 없는 관계다. 그 껍질 코르크가 와인이 병 속에서 잘 숙성될 수 있도록 천연 공기조절기 역할을 하는 병마개로 제조되기 때문이다. 코르크가 쓰이는 곳은 다양하다. 단열이나 방음 재료로 쓰이고 전기절연성과 탄력성이 뛰어나 그 부분에도 활용된다. 코르크를 활용한 벽지도 있다. 내가 아는 한 민화 화가는 코르크 벽지의 마티엘 효과 때문에 작품에 잘 활용하기도 한다. 
 
"이 많은 도토리가 다 돼지와 소먹이로 쓰인다는 게 너무 아까워요. 도토리도 크고 맛을 보니 맛도 좋은데요. 도토리묵 좀 만들게 가져갈 수 없을까요?"
 
도전을 두려워 않고 어지간한 수고쯤은 운동으로 여기는 장마마 다운 생각이다. 가이드 이 선생이 거들고 나선다.
 
"저도 스페인에 살면서 늘 생각하는 것이 도토리입니다. 이 많은 도토리 활용법 말입니다.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알려져 있으니 돈도 되지 않을까요?"
 
아 아쉽다. 내 생각엔 도토리가 돈이 되려면 두 가지가 더 충족되어야 할 것 같다. 정력 증강 성분과 피부미용 성분이다.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 하니 도토리는 그냥 하몬과 품이 많이 들더라도 도토리묵으로나 즐길 수밖에 없겠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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