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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7,390회 작성일 2017-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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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 국기인 태극기 쓰임새로 인한 논란이 많았다. 일찍이 태극기로 인해 이리 편이 갈려 왈가왈부한 적이 있었을까? 태극기가 지닌 의미와 한참 동떨어진 질 낮은 논란으로 이리 시끄러운 적이 있었을까? 나라의 국기가 많이 펄럭이는 것은 분명 좋은 현상일 것이니 많이 펄럭이되 그 의미가 잘 펼쳐지기를 바랄 뿐이다.
 
각설, 대한민국 국기 태극기에 담긴 의미를 모를 국민이 없으리라. 그래도 간단히 다시 새겨보자. 태극기는 우주의 생성과 조화의 원리가 함유되어 있다. 우주 만물의 생성과 소멸의 이치가 숨어 있고, 조화와 상생의 원리가 함축돼 있다. 모양이 단순하다면 단순하지만, 태극 문양과 사괘(四卦)는 하늘의 도와 사람의 길 그 근원을 함축하여 제시하는 크고 깊은 뜻이 담겨 있다.
 
▲ 나무대문에 그려 넣은 태극문양 인도네시아 보고르 산마을에 지은 집 나무대문에 그려 넣은 태극문양.
 
▲  현관 타일 바닥에 새겨넣은 사괘
 
우리 집 중간 대문인 누더기 나무문에는 태극이 그려져 있다. 현관의 타일 바닥에는 사괘를 새겨 넣었다. 지금부터 5년여 전 집을 지을 때 나름대로 생각한 바가 있어 태극과 사괘를 설치했다. 집의 위치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남쪽으로 약 60km 거리 보고르 지역 한 산마을이다.
 
이 때문에 더러 방문객들은 나를 '애국자'로 추어주기도 한다. 물론 애국의 발로가 아니다. 사괘와 태극이 함께 설치되어 있지 않으니 태극기 모양을 온전히 갖춘 것도 아니다. 평소 태극과 사괘에 관해 그 의미를 깊이 새기고 있거니와, 서원(書院)이라는 명색을 띠고 한국문화를 풍기는 집으로 꾸미려고 차용한 것뿐이다.
 
▲  열대 과일 빠빠야를 배경으로 보이는 팔각 정자
 
▲ 한국식으로 기와을 덮은 중담 중담 상단에 기와를 잘라 넣어 웃음 모양을 꾸미고, 담 기둥 사이 공간에는 서예 작품을 입체로 조성했다.
 
▲  중담 밖에 조성한 장승과 솟대
 
암튼 그렇게 태극을 그리고 사괘를 설치해놓고 늘 대하며 살다 보니 나름대로 기분이 괜찮다. 더불어 세운 팔각 정자나 중담, 중담 밖 장승, 담장 상단에 기와를 잘라 꾸민 웃는 형상, 담장 공간에 입체로 서예 작품과 전통 문양을 넣어 조성한 꽃담도 내게 늘 뿌듯함을 선사한다. 나에 대해 애국자라는 어딘가 켕기는 평가를 대놓고 부정하지도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타국에 나가면 다 애국자 된다."
 
해외살이나 나들이가 흔치 않을 때 생긴 말이다. 하지만 재외 교포가 7백만을 헤아리는 이즘에도 여전히 부정할 수 없는 말임을 재외에 살아보면 긍정하게 된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몇 가지를 딱 한 글자로 압축하면 '피' 때문이다. '물보다 진한 것이 피'라더니 정말 어찌할 수 없는 것이 피인 것이 틀림없다.
 
물론 그렇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 타국에 살아도, 외국어를 잘해도 또 국적을 바꿨어도 피는 바뀌지 않기 때문이리라. 흥미로운 것은 바로 그 점을 현지 생활이 늘 깨우쳐준다는 사실이다. 본인의 의지나 능력, 현실과 상관없이 대부분 상대방은 한국인을 그저 한국인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에 다녀온 외국인이 한국 사람을 만나면 신이 나서 한국 이야기를 꺼낸다. 한국 뉴스를 들은 사람은 한사코 그에 대해 아는 척을 한다. 단순한 사건 사고만을 묻는 것이 아니다. 계절에 대해서도 묻고 촛불 시위도 묻는다. 이제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도 물을 것이다.
 
"나는 지금 한국인이 아니야. 국적도 이 나라고 이 나라에서 이 나라 말을 쓰며 살고 있거든…"
 
설사 현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말은 절대 통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면 당장 이상한 사람 취급당한다. 아마도 뒤에서 수군대며 다시는 상대하지 않으려 들 것이다. 차라리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것이 옳으리라.
 
현지의 현실만이 바뀌지 않는 한국인의 피를 의식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역시 한국인은 한국인의 정서를 가진 사람들과 한국말을 하며 한국 음식을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래서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더라도 퇴근을 하면 가족과 학연과 지연을 찾고, 한국 식당으로 몰린다.
 
아무리 현지 문화를 많이 알아도 실제 활용하는 문화는 바로 한국문화다. 그러니까 타국생활 그 중심에는 항상 '한번 한국인은 영원한 한국인'이다는 구호가 선명하게 새겨진다는 점이다.
 
▲  중담과 어우러진 정원의 부겐베리아
 
▲  계단 정면에 조성한 쌍희 자와 담장의 복, 수, 락자 조형물
 
대한민국 대통령이 '탄핵 인용'되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없던 일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와 헌법의 승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민의 승리에 큰 박수를 보낸다. 모두 희망을 이야기하니 이 모두가 희망의 발판일 것을 믿는다. 귀 기울여야 할 부분도 있다. 치유다. 반드시 더불어 치유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 발짝 떨어져 살아보니 그렇다. 만일이지만, 이런 승리 따위 없이 내쳐 변화와 발전이 거듭되었으면 얼마나 더 좋을까? 이 기회에 우리 모두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을 깊이 새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정한 태극기의 의미도 다시 곱씹어 보면 좋겠다. 태극기에 담긴 조화와 상생의 원리, 하늘의 도와 사람의 길 그 근원을 제시하는 그 크고 깊은 뜻을.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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