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당장 여행모임부터 만들어, 여행 못가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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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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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부부의 인상파식 여행] 아! 이베리아 반도 (22) 마지막 이야기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소장된 순례자들을 상징하는 발 조각
"여행은 어느 날 문득 시작되지만 영원히 지속될 순 없는 것이다."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주인공 아마데우스의 독백이다. 하여튼 쉬운 말을 영화에서는 때로 굉장히 심각하게, 아니면 아주 심오하게 풀어낸다.
'지금 사는 장소가 바로 최고의 여행지'라는 말도 그렇다. 참으로 감각적인데, 곱씹어보면 공허한 구석도 많다. '오늘 사는 일이 곧 여행'이라는 말 매우 멋지다. 그런데 따지고 들면 현실은 그냥 현실이다. 그렇다. 바로 그래서 우리는 날마다 여행을 꿈꾼다.
그야말로 여행이 생활화된 시대다. 종류를 꼽기도 어려울 만큼 여행 테마도 많다. 여행 전문여행사가 부지기수고, 여행 관련 인터넷 사이트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다양한 체험의 여행기도 넘친다. 신혼여행이나 회갑여행과 같은 기념 여행이 주류를 이루던 시대가 그리 오래지 않은 것 같은데, 여행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도 낯설지 않은 시대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여행이란 단어에서 느끼게 된다.
▲ 여성 길동무들이 함께 오은 발
▲ 남성 길동무들이 함께 모은 발
자연 '여행 플레닝' 분야도 고도화되었다. 구글이 2016년 선보인 여행 앱 'Trips'는 이제 곧 항공과 호텔 최저가 예약, 활동까지 무료로 다 맞춤 제공해 줄 기세다. 그러니까 클릭 몇 번으로 현지 투어와 개성을 갖춘 숙소를 단번에 예약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고급 호텔들도 보조를 맞추고 나선다. 풍부한 여행 지식을 보유한 호텔리어를 채용하여 투숙객의 하루 일정을 상담 및 예약까지 맞춤 대행해준다. 모름지기 여행 전성시대다.
▲ 나무에 걸린 순례를 끝낸 순례자들의 신발
'다섯 부부의 인상파식 여행, 아! 이베리아반도' 여행기 마지막 회다. '길동무' 다섯 부부가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한 것이 작년 10월 14일 오후 1시 25분, 그로부터 시작한 스페인과 포르투갈 탐방이 16박 17일이었다. 여행 첫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올린 것이 작년 11월 7일이었고, 글을 쓰는 내내 여행 중인 느낌이었으니 나름 길다면 긴 여행이었다.
마치려니 소회가 없을 수 없다. 누가 "시원한가?" 물으면 "뿌듯하다"고 대답할 것이고 "섭섭한가?" 하고 물으면 "다시 꿈꿀 것이다"고 대답할 것이다. 이런 답들은 그간 쓴 스물 한 번의 여행 이야기에 이미 스며있다.
스물한 번의 길동무 여행 이야기는 한편의 탈락 없이 모두 오마이뉴스 기사로 채택되었다. 그 중에서도 무려 17번이나 오마이뉴스 메인에 배치되었다.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멋진 공간을 제공해준 오마이뉴스와 편집부 기자들의 탁월한 편집 안목(^u^)에 크게 감사드린다. 밝혀도 될지 모르겠는데 원고료도 두둑이 쌓였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메인에서 확인한 이 여행기가 10여 개이며, 채널 <여행하는 사람들>에도 몇 기사가 인기 베스트에 올랐었으니 정말 내가 생각지도 못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여행기를 쓰니 어떤 형태로든 피드백을 받는다. '길동무' 이름도 매우 자연스럽고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국인 다섯 부부라는 것도 흥미를 끈다고 호감을 드러낸 이들이 있었다. 길동무 나름의 여행 스타일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무엇보다 다섯 부부가 10여 년을 함께 해왔다는 사실이 유니크하다 했다. 그 부분에 대해 질문이 많았다. 뭐 숨길 게 있는가. 그간의 여행기 행간에서 조금씩 삐져나왔긴 했는데 마저 털어놓겠다.
▲ 중세의 작은 도시 알바라신에서 잠시 중세인들로 선 길동무
▲ 지나칠 수 없는 미하스 백색마을 사진 포인트에서 길동무
길동무의 인연은 성당이다. 우연한 기회에 여행팀으로 발전했다. '길동무'라 이름을 정한 뒤 일 년에 한 번 인도네시아 여행, 그다음 해에는 멀리 해외로 가기로 한 것이 지금까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길동무 여행, 구분하자면 개별과 패키지의 중간쯤이라 할 수 있겠다. 어떤 방식이 최선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이 여행이다. 혼자와 함께, 단체와 여행사 패키지 등 형태도 다르고 목적도 다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여행의 가장 보편적인 목적이 즐거움과 보람일 것이니 이 목적에 충실하면 모든 상황과 형편을 다 장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잔말 말고 오늘 당장 '여행 모임'부터 만들어! 여행 못 가면 어때? 여행자 마음으로 만나 봐. 그게 최고야."
여행에 관심을 갖고 질문을 하는 건 좋은데, 걱정이 더 많은 친구에게 딱 잘라 한 말이다.
길동무 형성의 목적은 여행이다. 정기 모임을 하는 것도 여행이란 목적 때문이다. 정기 모임의 중심은 모름지기 여행비 거두기다. 그런데, 만남이 어찌 돈 거두기로만 그치겠는가. 여행모임인지라 만나면 그날이 바로 여행하는 날이고 만나는 장소가 여행지다. 몇 년 묵은 여행 에피소드들이 깨알같이 쏟아져 나온다. 실제 여행 때보다 더 왁자한 상황이 벌어질 때도 잦다.
▲ 미하스에서 여성 길동무
▲ 알바라신의 여성 길동무
▲ 알바라신 고성과 하나가 된 여성 길동무
여행 모임, 이거 뜻밖에 재밌다. 효율이 높은 모임이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멤버들이 여행을 목적으로 자주 모이고 또 여행하다 보니 특기에 따라 아주 자연스럽게 역할을 분담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길동무의 경우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일정을 짜며 현지와 조율하는 일은 언어능력도 뛰어나고 리더십도 뛰어난 길대장이 맡고 있다. 회비를 관리하고 자료를 모으는 것도 그것을 잘할 능력을 가진 멤버가 꿰찼다. 핸드폰으로 인해 역할이 다소 적어지긴 했지만 사진이 취미인 동무가 있어 사진은 그가 바로 담당이 되었다.
길동무는 적당한 연령차가 있어 그 또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여성 길동무 각자가 지닌 능력과 장점은 조용히 밝히거니와 그야말로 여행의 중추다.
길동무는 공동경비 시스템을 적극 활용한다. 이거 흥미 집중이다. 길동무 여행이 나름 햇수가 쌓이다 보니 '행복한 여행 절대 요소가 공동경비 여유로운 것'이라는 데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마지막 쇼핑을 할 때쯤 남은 돈을 얼마간 돌려주는데, 허허 그것도 묘미다. 공동경비를 넉넉히 마련한 선견지명의 소유자 길대장은 여성 길동무들에게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여행지 선택, 이거 심사숙고하지 않을 사람 없으리라. 사실 여행지라면 곳마다 다 그만한 가치는 지니고 있다. 자연과 사람, 역사가 어우러져 있고 그로 인해 유서가 깊다. 그러므로 그 가운데서도 무엇을 건져 올릴 것인가는 여행자의 몫이다. 그래서 여행에 따라 또 여행지에 따라 테마를 정하는 것도 지혜다. 테마에 따라 보는 각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 백설공주의 성으로 잘 알려진 알카사르 성 뒤쪽을 배경으로 여성 길동무
▲ 인기인들이 따로 없다. 여성 길동무들이 포즈만 취하면 카메라 맨들이 앞을 다툰다.
선호하는 여행지, 사진으로 확 드러난다. 번쩍거리는 도회보다는 전통마을이나 고도에 갔을 때 카메라가 훨씬 바쁘다. 장엄한 자연이 역사와 어우러진 곳은 누구나 좋아한다. 정감이 풍부한 곳에서는 누구나 마음을 열고 즐긴다. 예컨대 과학과 현대문명의 꽃을 기반으로 화려하고 웅장하게 예술과 접목한 발렌시아에서는 몇몇 포인트 사진만 찍었던 반면, 숨어있는 중세의 작은 도시 알바라신에서는 수 없는 감탄사가 사진에 새겨졌다.
누구나 간과하지 못할 부분이 있다. 음식이다. 국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식재와 음식문화가 다르므로 반드시 누구나 중요하게 고려할 것이다. 식도락가요 음식에 관한 일가견을 갖춘 미식가 가이드를 만난다면 이것도 복이다. 대화도 엄청 중요하다. 여행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여행 소감을 서로 밝히는 것 이거 정말 괜찮다. 다음 방문지로 가는 차 안이나, 저녁 식사 후에 짧은 발표일지라도 일행끼리 느낌을 나누는 것이 꼭 필요하다. 한 사람이 열 사람 느낌을 공유할 수 있으므로 여행이 풍부해진다.
카이사르는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고 했다. 보고 싶은 것을 잘 보는 것이야말로 어찌 큰 소득이 아니랴. 그러므로 여행에서 서로의 느낌을 나누는 것은 그 여행의 가치를 크게 상승시키는 일이다.
▲ 몬세라트에서 길동무
▲ 카다케스 달리의 극장박물관을 탐방하고 나서 다섯 부부 길동무
▲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안에서
천천히 쓰는 것, 이것은 서예 운필의 진수다. 천천히 쓸 줄 아는 사람은 명필이요 대가의 자질을 갖췄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여행, 열 곳을 다섯으로 줄이더라도 천천히 다니는 것에 나는 기꺼이 한 표를 던진다.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갈 곳 많은 것이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다 볼 수 없는 것이 세상이다. 아무리 바빠도 영혼이 따라오게 해야 한다. 영혼 없는 여행 말짱 꽝이다.
나는 어쩌다 길동무 여행에서 여행기 담당이 되었다. 셈이나 언어 능력, 정보처리 등 모든 능력이 가장 떨어지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궁둥이 붙이고 앉아 글쓰기 노동으로 값을 해야 한다. 그래야 길동무에서 밀려나지 않는다. 근데 이게 복 받은 역할이다. 족히 세 배의 여행을 즐기는 셈이다. 그러니까 가기 전부터 여행기 쓰기를 준비하는데, 다녀와서 또 샅샅이 훑어야 하는 것이 여행기 쓰는 사람의 팔자다. 이 팔자, 캬~ 애먼 남들은 대부분 모를 묘미다.
여행기, 다른 사람의 여행기나 여행 영상 많이 읽고 봐야 한다. 백 개의 영상을 보고 천 개의 여행기를 읽어야 한다. 그러나 그걸 토대로는 여행기 몇 줄도 안 써진다. 주마간산 격으로 다녀와도 직접 가서 보고 느낀 연후에야 써지는 것이 여행기다. 그리고 허접스런 내용이라도 여행기로 완성되는 순간 뭔가 하나 건졌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 거시기한 느낌이다.
▲ 포르투갈의 진주로 불리는 오비도스의 한 빵집 앞에서 길동무
사람은 모두 자기 생이 선택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삶은 자기 선택일 수 있다. 여행은 선택이다. 마음먹은 대로 때때로 내 마음이 향하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 여행이다. '여행을 떠나고 나서야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도 시작된다'는 매우 멋진 말에 속아서 떠나도 괜찮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마음 내킬 때 떠나라. 실행은 중요하다. 삶은 곧 생각이 아니라 시도다.
▲ 자연에 동화된 모습으로 길동무
여행기 곳곳에서 너무 많이 길동무를 팔지 않았을까 싶다. 길동무 여행기이니 길동무를 통해 객관성과 실재성, 그리고 재미를 확보하고자 했다. 믿는 구석 길동무! 정말 감사하다. 핑계를 대야 할 부분도 있다. 이번 여행에서 탐방한 곳 중에 여행기에 수록하지 못한 곳이 열 곳쯤 된다.
중후한 멋의 도시 살라망카, 아련한 분위기의 땅끝마을 카보 다 로카, 낭만과 평안함이 감돌았던 레온, 순례자들의 숭고한 발걸음이 멈추는 곳 산티아고, 그림엽서보다 더 아름다웠던 백색 마을 미하스, 오래 머무르고 싶었던 네르하, 빠에야와 축제의 도시 발렌시아, 감춰진 것 많은 고도 테루엘, 아라곤 지방의 대표적인 도시 사라고사 등이다.
같은 지역이지만 한 곳에 집중하느라 느낌을 기록하지 못한 다른 곳들이 꽤 있다. 남겨둔 바로 그곳들로 인해 이 여행은 때마다 추억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땅, 길동무와 더불어 행복했던 이베리아반도여 안녕!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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