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과 빛의 마법', 가우디에 또 한 번 놀라다 > 전문가 칼럼

본문 바로가기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사이트 내 전체검색

전문가 칼럼 '곡선과 빛의 마법', 가우디에 또 한 번 놀라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9,011회 작성일 2017-04-06 00:00

본문

[다섯 부부의 인상파식 여행] 아! 이베리아 반도 (21)
 
"가우디를 만나겠네요?"
 
스페인 여행 계획을 들은 지인은 대뜸 내게 이렇게 물었다.
 
"예 안토니 가우디를 만나 샅바 싸움 좀 해볼 생각입니다."
 
샅바 싸움을 해? 안토니 가우디와? 혹자는 이를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격'이라 할 것이다. 도를 넘긴 방자함이요 당찮은 호기라 할 수 있다. 이 무지와 방자함, 호기에 세금 붙을 일 없으니 다행이다. 이 어찌 여행이 지닌 맛이 아니랴. 미지에 대한 설렘, 새로운 세계와 만남에 대한 부푼 감정을 이리 드러낼 수 있는 여행이 어찌 흥미롭지 않으랴.
 
▲  1878년의 안토니 가우디
 
내가 가진 알량한 자부심도 한몫 했다. 서예가로서 한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오직 붓 길 한길을 갈 것이니 장르야 다르지만, 어느 한 부분 그의 예술을 이해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지인은 묻지 않았다.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이 코르네트(Antoni Gaudi y Cornet, 1852 ∼ 1926)와 샅바 싸움 결과를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그냥 '항복'이었음을 짐작했을까? 샅바는커녕 그의 작품 앞에 서는 것으로 '그냥 졌다'고 선언하고 만 내 마음을 알아차렸을까?
 
▲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성가족성당(Temple Expiatori de la Sagrada Familia) 탄생의 파사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성가족성당(Temple Expiatori de la Sagrada Familia)! 가우디의 대표적인 유산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아직 미완성이다. 1882년 착공했다니 올해로 135년째 진행 중이다. 2026년 그의 서거 100주년을 기해 완성할 계획이라 한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 연간 3백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몰려드는 것이 바로 지금의 현실이다.
 
미완성에 그친 유물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경우는 참 많다. 물론 그만한 가치를 지닌 것에 한한다. 미완성으로도 가치가 높은 유물은 그 완성 후를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어 좋다. 곧 모두에게 긍정의 힘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미완성 그 자체로 훌륭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신이 지상에 머물 유일한 거처'로 회자하고, '미완성인 상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건축물'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참 특별하다.
 
▲  올해로 135년째 진행 중인 바르셀로나의 성가족성당. 올해로 135년째 공사 진행 중이다. 2026년 가우디 서거 100주년을 기해 완성할 계획이다.
 
▲  성가족 성당의 수난의 파사드
 
▲  한글로 새겨진 기도문 구절
 
미완성의 실체 현재 진행형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상상을 초월하는 그 실체 앞에 선 순간 나는 참 어리둥절했다. 가우디의 샅바를 잡겠다고 벼르던 내 호기는 순식간에 무장해제당했다. 갈래도 감정도 추스르지 못한 채 마음만 송두리째 빼앗겨 그냥 우러러 감상할 뿐이었다.
 
"사람들은 구엘 공원을 자연과 인간을 배려한 가우디 선생님의 마음이 가득 담긴 곳이라고 평가를 합니다. 고급주택 60채 이상을 지어 부유층에게 분양하려 한 곳인데요 그 애초의 계획이 몇 가지 이유로 실패로 돌아갔답니다. 지금은 바르셀로나 시영공원으로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예술작품 공원으로 많은 감동을 주는 곳입니다."
 
▲  구엘 공원.
 
▲  크고작은 돌들로 쌓아올린 아치형 기둥과 돌 장식들. 구엘 공원의 상징이기도 하다.
 
▲  놀이동산 같은 느낌의 구엘 공원 입구. 왼쪽은 수위실, 오른쪽은 사무실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때문일까? 가우디 건축물에 관해 안내를 맡은 최낙원 씨는  가우디 이름 뒤에 꼭 '선생님'을 덧붙였다.
 
구엘 공원! 예상대로 특별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것도 있다. 친근함이다. 정성도 가득해서 눈을 휘둥그레 뜨게 되는 곳이었다. 흔한 소재의 활용이 이리 돋보일 수 있다니. 과거의 실패가 이처럼 알찬 현재로 태어난 곳도 있을까?
 
이렇게 사람을 위한 상상력으로 꽉 찬 공간이 실패로 인해 탄생한 곳이라니, 이런 실패라면 세상에 실패가 날마다 쌓여도 좋으리라. 사진이나 비디오로 감상할 때와는 달라도 매우 다르다. 사진을 찍을 때도 찍힐 때도 그 일부가 되는 느낌이다. 가우디 작품의 한 부분이 되는 이 감흥이라니.
 
▲  구엘 공원 벽면의 조각난 타일 장식들.
 
▲  구엘 공원 안 천장의 타일 조각 장식. 신전 모양의 기둥들로 가득한 이곳은 평소 시장으로 쓰인다고 한다.
 
▲  기념품점이 있는 건물 외벽과 정성 가득한 지붕.
 
건축가 가우디, 곡선의 예술가 가우디, 그의 예술 중심이 곡선이라는 것은 이미 세상이 다 아는 바다. 그러나 직접 본 그의 곡선은 선을 본질로 삼는 서예가의 상상을 단숨에 뭉개고 든다. 도대체 곡선 퍼레이드가 한도가 없다. 이리도 남발을 해도 되나 싶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엘 공원,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등 바르셀로나에서 살펴본 그의 건축 모두가 그야말로 곡선과 곡선의 중첩이다.
 
▲  카사 밀라. 가우디의 팬이었던 페드로 밀라 이 캄프스가 의뢰한 밀라의 연립 주택이다. Casa Mila , La Pedrera로 알려지기도 했다. 가우디가 추구하는 곡선과 자연주의 디자인이 한눈에 느껴진다. 독특한 외관으로 인해 한 때는 시민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되었다. 1984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에서 5분 거리다. 바다를 연상시키는 형형색색의 화려한 외관은 단연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사업가였던 바트요가 의뢰해 설계한 것으로 외부나 내부 모두가 가우디의 특징인 곡선 구조다. 가우디 탄생 150년 기념으로 2002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으며, 2005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대게의 논리는 변증법을 들어 펼친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효율 때문이다. 하늘의 존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 땅의 존재를 이야기하고, 빛을 이야기 하려면 어둠을 등장시킨다. 남자의 특성을 밝히기 위해 여자의 존재를 이야기하는 식이다. 즉 모순이나 대립을 적용하여 목적한 바를 설명하고 또 풀어낸다.
 
내가 아는 예술의 논리도 마찬가지다. 모든 예술의 근간이자 조형의 대원칙인 변화는 변화를 위한 변화가 아니다. 통일을 지향하는 변화다. 예술가들은 즐겨 그 논리에 개인의 독창성을 실어내며 깊고 넓게 예술세계를 펼친다. 그러니까 곡선을 아름답게 드러내기 위해서 적당히 직선을 활용하고, 원의 원만함과 부드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모난 부분을 활용한다.
 
그런데 가우디의 창작은 이게 뭔가? 그런 상식이란 염두에도 안 둔 느낌이다. 그렇다고 창작의 근본과 원리를 그냥 무시한 것도 아니니 이걸 어찌 이해해야 할까? 곡선이란 동일한 패턴으로 아무런 거부감 없이 변화의 신세계를 펼쳐놓은 두 손 들게 하는 존경의 경지, 그래 이건 그냥 가우디의 힘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가우디는 1878년 바르셀로나 건축학교를 졸업할 때 현란한 빅토리아 양식을 기본으로 삼았다고 한다. 몇 개의 건물을 무데하르 양식을 본떠지었으며, 역사상 유명한 양식들의 역학적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고딕 양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그가 전통양식을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대학을 졸업한 뒤 24년이나 지난 1902년부터였다는 것이 그에 관한 기록이다.
 
그러니까 그는 역사와 실제를 통해 정리된 상식과 보편을 철저하게 공부하고 연구했으며 그것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을 남겼다. 바로 그것이 누구도 거부 못할 그만의 상식과 보편을 세워놓게 했으리라. 바로 그 기반이 자기식의 논리를 아주 사뿐히 역사 앞에 새겨놓을 힘이 되었으리라. '곡선에 의한 곡선을 위한 곡선의 예술'이라는 놀라운 그만의 세계를 아주 태연하게 펼쳐 놓을 수 있는 바탕이었으리라.
 
▲  나무 모양의 기둥과 우아하게 장식된 천장과 어우러진 빛
 
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그가 차용한 빛이다. 그리고 색과 형상이다. 가우디는 자연의 빛, 자연에서 빌려 온 색, 자연을 본뜬 형상들을 곡선과 버무려 성대한 자연 축제를 벌여놓았다. 구엘 공원에서는 자연과 어우러진 자연의 빛이 비발디 음악의 음표처럼 또르르 노닐더니,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빛이 성당 안을 장중한 교향곡으로 차분하고 섬세하게 구석구석 순례한다.
 
특히 성당 안의 빛들은 곳곳에서 제 역할을 하는 구조물들과 반응하며 일 년 내내 시간과 날짜, 계절에 따라 변한다고 한다. 빛의 마법이 성당 안에서 쉼 없이 펼쳐지는 것이다. 
 
▲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내부로 스며드는 빛
 
▲  성가족 성당 내부 중앙 재단. 역시 아직 미완성이다.
 
세상에 널려있는 것이 곡선과 빛, 그리고 자연 형상들이다. 그런데 가우디가 빌린 곡선과 빛, 자연 형상들은 그가 창출한 건축물들의 구조가 되고 기능을 발휘하며, 상징성을 드높인다. 가우디가 그의 방식으로 이름 불러준 곡선과 빛, 자연 형상들은 그를 통해서 누구도 쉽게 따를 수 없는 오직 그만의 것으로 확정 지어져 있다. 아 가우디를 통한 곡선과 빛, 자연 형상의 재발견, 이 사실에 누가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가우디의 신념 그것은 간단하다. "자연으로의 회귀"다. 그는 진정한 독창성은 자연으로부터 나온다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나무에 매혹된 기하학자"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믿음과 논리를 건축물을 통해 자연으로의 회귀를 실체화했다. 나무에 매혹된 기하학자다운 개성 넘치는 창작을 해냈다. 그의 작품이 크고 화려하다 해도 위압감이란 느낄 수 없는 이유리라.
 
"가우디 선생님은 오직 한 길을 걸으신 분입니다. 건축가로서 한 길이기도 하고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위한 한 길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가우디 선생님은 다른 건축물 창작으로 인해 생긴 수입을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짓는 데 대부분 사용하고, 다른 건축물을 창작하면서 실험하고 활용한 경험들을 온통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위해 활용했다고 합니다."
 
가이드 최씨에게 가우디는 참 자랑스러운 인물임이 그 말과 표정에서 속속 드러난다. 
 
"가우디 선생님은 매우 겸손하신 분입니다. 인간의 작품이 신의 작품인 자연을 넘어 설 수 없다고 여겼습니다. 따라서 자연과 경쟁을 시도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탑 높이를 몬주익 산의 높이보다 낮게 설정했다고 합니다. 몬주익 언덕에 선 등대의 불빛과 혼돈을 피함으로써 바다를 통해서 바르셀로나에 오는 모든 사람을 배려했다고도 합니다."
 
작가는 누구나 자기의 작품이 독창적이기를 원한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창작하려고 노력한다. 가우디의 위대함은 그의 건축 이야기가 현학적이지 않다는 데서 쉽게 찾아진다. 그의 이야기는 거부감이 일지 않는다. 자연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 사람 사는 진리를 거대한 건축물로 설명하는데 도대체 주눅이 들지 않는다. 독창성이 넘치는데도 곧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함께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가 되자고 권한다. 사람의 근원과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을 이렇게 멋지게 제시하다니. 
 
그래서 가우디의 건축물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사한 마음이 절로 우러난다. 여기저기서 살포시 드러난 함께 나누려는 마음에 감동하게 된다. 그의 염원과 희망, 그리고 꿈을 보고 느끼는 사람과 나누려는 그의 의도에 마음이 착잡해진다. 그의 염원과 희망, 그리고 그가 꿈꾸는 환상이 바르셀로나를 찾는 많은 여행객들의 마음에 얼마나 많이 선하게 들어앉을까. 
 
그의 소곤거림은 지루하지 않다. 자신이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자신이 의지를 펼칠 수 있는 대상이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보고 느끼기에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른다. 마침내 모두에게 자신의 영혼을 맡겨 내놓을 수 있는 공간을 스스로 개척할 것을 아주 은근하게 제시하는데 그 스밈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  성당 안 기둥 설계도. 나무의 형상을 본뜬 설계
 
자신을 굳게 믿은 그와의 만남은 즐거움이었다. 그는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그의 생애에 이룰 수 없는 원대한 계획임을 알면서도 추진했다. 자기 생각에 대한 확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세상을 믿었다.
 
"이 건축물을 지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건축 작업에 사용할 수 있는 재료와 계산 도구들이 나타날 것이다"고 한 것은 세상에 대한 믿음이다. "어쩌면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상세한 부분에 대해 개발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 학자들의 평가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이제 대망의 완성을 앞두고 있다. 
 
"가우디 선생님은 생활이 바로 직업이었고 일 모두가 생활이었다고 합니다. 건축예술에 관한 침착한 그의 비평은 삶이나 예술에 관한 격언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가우디 선생님은 자신을 송두리째 건축에 바쳤으며 선생님에게 건축은 모든 예술의 총체였다고 합니다."
 
지중해 연안 카탈루냐 지방의 구리 세공인의 아들로 태어나 건축에 일생을 바친 가우디, 세계인의 추앙이 절대 그치지 않을 가우디,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연로한 아버지를 모시고 조카딸과 함께 살았으며, 20여 년을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축현장에서 살기도 한 집념과 열정의 예술가 가우디.
 
그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축에 몰두한 이후 신앙이 깊어졌다"고 한다. "예수의 열세 번째 제자가 있다면 그가 바로 가우디"라고 한 말도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면 긍정하게 된다. 한 곳을 향한 순정한 믿음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결과를 낳는지 가우디를 통해 실감할 수 있다. 오늘 우리, 가우디가 들려주는 '사람사는 이야기'를 통해 곱씹어봐야 할 것이 너무도 많지 싶다.
 
권력을 탐하지 않고 부를 축적하지도 누리지도 않았으면서 세상을 가졌고, 그를 찾는 사람들의 가슴에서 날마다 부활하는 욕심쟁이 가우디, 그는 진정 '자연으로 회귀한 또 하나의 영원한 자연'이리라.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PT. Inko Sinar Medi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