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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인구 세계 4위 인도네시아, 그 바탕이 보자기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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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1,365회 작성일 2017-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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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가 쓰는 사람의 향기 ③】 한국인 이슬람학자, 그의 역할과 가치
 
S(손인식). "슬라맛딴(Selamatan)이 뭡니까? 그걸 왜 하는 것이지요?"
 
A(안선근). "'의식'이죠. 뭐 쉬운 말로 축하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축하연은 사람 사는 곳 어디서나 벌어지는 일이잖아요? 슬라맛딴은 인도네시아식 축하연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한국인들이 현지인들과 관계를 맺고 또 증진을 위해 잘 활용할 필요가 있는 좋은 문화지요."
 
그가 슬라맛딴을 주도하는 모습을 내가 처음 접한 것은 벌써 13년 전이다. 그는 군집한 인도네시아인들을 울리고 웃겼다. 좌중들을 한순간 박장대소하게 했고, 어느 사이 좌중의 다수를 훌쩍이게 했다. 얼마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자카르타 동쪽 약 40여km 떨어진 공업도시 DELTA MAS의 한인기업(PT. DYAI)의 확장 이전 기념행사에서도 그의 역할은 변함없이 빛났다.
 
인도네시아 기업 PT. Tiga Gunung의 사원 교육
 
자카르타 인근 수방지역 한국인 기업 태평양 물산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사원 교육
 
그는 인도네시아의 한국인 안선근 박사(53)다. 그는 인도네시아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자카르타 소재 UIN 대학과 UIA 대학에 출강하며 한국과 인도네시아 대학 간 교류와 발전에 관한 자문역도 맡고 있다. 인도네시아 전 국회의장 자문역을 역임한 경력도 있다.
 
그는 그간 수없이 많은 통역을 했다. 양국 대통령의 회담이나 국가 간 교류, 국영기업이나 민간 대기업 간 협업에 언어의 다리가 되었다. 크고 작은 교류의 중심에서 직·간접으로 많은 컨설팅도 했다. 그를 찾는 대상은 한국인들뿐만이 아니다. 그에게 강연을 요청하는 것은 인도네시아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미 인도네시아 국회, 기업, 학생단체, 여성 단체의 초청을 받아 수없이 강연을 펼쳤다.
 
그의 많은 역할 중 유난히 도드라지는 것 하나가 있다. 바로 인도네시아 한국 기업을 위한 그의 강연이다. 슬라맛딴 행사나 정기 생산현장 직원 교육에 있어 그의 역할은 이미 한국인 기업인들 사이에 정평이 나있다. 어쩌면 그만이 할 수 있는 역할, 그의 능력이 멋지게 발휘되는 그야말로 그에게 딱 맞는 일이다. 이 역할이 한국기업과 현지 직원들 양자에게 꼭 필요한 선의의 역할이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한국의 대경대학과 인도네시아 UIA대학의 캠퍼스 공동설립 캠퍼스 조인식을 마치고
 
A. "저는 1984년 인도네시아와 인연을 맺었어요. 말레이시아에서 1년간 유학을 하던 중 방학 기간 인도네시아에 잠시 들린 것이 인연의 시작입니다. 1985년부터 저는 인도네시아 종교성 장학금을 받고 무함마디야 종교부의장 추천과 사회복지부장관 초청을 받아 이슬람 전통학교 아싸피야와 다르나자 전통 아랍어 학교에서 기초 이슬람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IAIN 대학에서 이슬람 문화사를 전공했지요. 한편으로 살렘바 마핫 대학에서 아랍어 공부를 계속했고요. 박사학위는 2008년 UIN(Universitas Islam Negeri Jakart) 대학에서 마쳤습니다."
 
이슬람, 코란, 아랍어 한국의 대중에게는 썩 호감가지 않는 단어들이다. 그런데 바로 그것들로 인해 그의 역할은 많고 가치를 지닌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 말과 아랍어를 잘하는 사람, 코란을 줄줄 꿰는 이방인을 인도네시아인들은 어떻게 여길까?
 
A. "생산 현장 직원들 앞에 서면 그 사람들은 저를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난 중국계 화교쯤으로 단정해요. 아니면 인도네시아계 혼혈일 것으로 결론을 내리기도 하고요. 그도 아니면 현지처를 거느린 외국인 이슬람교도쯤으로 여깁니다."
 
S. "그러니까 부정적인 선입견을 안고 그들 앞에 서는 것이네요? 소통의 방해요소 아닌가요?"
 
A. "인도네시아인들은 형제애나 가족애가 두텁습니다. 정이 넘치고 포용력도 좋지요. 이들 사이에는 '천천히 문화'가 아주 깊숙이 뿌리내려 있어요. 가난한 서민들도 현실과는 상관없이 낭만적이고 낙천적입니다.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측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기후와 토질로 인한 풍부한 기본 자원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그런 문화를 배우고 정서를 충분히 체험했지요. 그래서 저는 소통의 무기로 이들이 지닌 이 장점을 활용합니다."
 
S. "좋은 방법이네요."
 
A. "저는 경기도 광주 시골 출신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비 이슬람 국가 학생 장학제도 혜택을 입어 이슬람학을 공부했습니다. 한국보다 인도네시아에서 산 기간이 더 많고, 유학생으로서 한 때는 생산현장의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 이상의 고충을 겪었지요. 차비가 없어 이들에게 빌린 적도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이들이 볼 때 저는 한국인이죠. K-POP이나 연속극, 스포츠 등 다방면의 한류를 통해 볼 때 부러움의 대상인 한국인."
 
그는 소통을 위해서 솔직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래서 때로 어렸을 적이나 유학시절 겪은 곤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고 했다.
 
A. "제가 어렸을 적 싫었던 것 중 하나가 소풍을 갈 때마저 가져가야 했던 보리밥 도시락입니다.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창피하다는 생각에 한 번은 그걸 다리 밑에 버렸어요. 나중에 그걸 아신 어머님이 노발대발하시다가 훌쩍이기도 하셨지요. 어쨌든 저는 선생님의 맛 난 도시락을 나눠 먹고, 누구보다 신나게 노래와 춤으로 소풍을 즐겼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손짓 발짓, 그리고 몸짓으로 생산 현장의 인도네시아인들에게 들려주지요. 장날이면 수박을 파셨던 어머니를 도와 큰소리로 떨이를 외치던 장사꾼 흉내도 냅니다."
 
2015년 인도네시아 차세대 무역스쿨에서 강의
 
 
자고라위지역 한인기업 사원교육
 
 
그들이 감동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그가 한국인이므로 집중하게 하는 데는 아주 효율적이라 했다. 그리고 그 틈이 그가 목적을 펼쳐놓을 시간이라 했다.
 
A. "슬라맛딴이나 정기 교육이나 경영자 측에서 사원에게 바라는 것은 비슷합니다.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협동하고, 리더십과 주인의식을 높이며 사기가 진작되기를 바라죠. 저는 한국인 기업에서 근무하는 인도네시아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한국인의 기질과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과 한국인 이야기를 많이 하죠. 교육으로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에피소드를 많이 곁들입니다. 역으로 질문도 많이 합니다. 저도 경영자가 아니라 그 입장을 모르니 역지사지 처지 바꿔서 함께 생각해보자고 주문을 해요."
 
그는 인도네시아는 정치나 교육, 사회를 통해 드러나는 흐름과 상식보다 종교가 이들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인도네시아인을 설득하는 방법으로 코란의 구절을 잘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했다.
 
A. "코란의 훌륭한 지도자의 말과 행동, 역경을 이기고 인도네시아 역사 속 훌륭한 인물들의 이야기도 많이 활용합니다. 한국인의 기질과 문화를 이해시키는데 인도네시아의 종교와 존중하는 인물이 큰 힘이 됩니다."
 
S. "의식적으로 강조하는 내용도 있습니까?"
 
A.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이지요. 인도네시아도 다르지 않습니다. 크던 작던 모든 것에 대가를 치르도록 되어있지요. 밤방프로노워 문화인류학 교수는 이렇게 예를 듭니다. 인도네시아는 방귀 뀌는 것도 공공장소에서는 불허한다. 어느 하나도 공짜가 없다. 현장에서는 모두 웃어넘기지만 받는 만큼 일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에는 썩 좋은 말입니다."
 
S. "귀신 쫓는 방법도 알려준다면서요?"
 
A. "인도네시아인들은 귀신 이야기를 참 많이 해요. 일하는 현장에서 풀썩 쓰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귀신 때문이라고 이유를 댑니다. 건강이 원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일을 처음 당하는 한국인 경영자들은 몹시 당황하게 됩니다. 저는 수습을 위해 이들의 종교의식으로 마무리할 것을 권하죠. 염소를 잡아 피를 뿌리고 고기는 나누어 주는 등. 암튼 일반 인도네시아인들은 귀신 이야기를 하면 솔깃 귀를 기울여요. 백이면 백 봤다고 하거든요. 피해를 봤느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고 무서웠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이야기 하지요. 귀신은 절대 살아있는 사람을 해치지 못한다. 만약 해칠 수 있다면 억울한 귀신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인데 가만있겠느냐? 만약 귀신을 봤다면 외로워서 찾아온 것이니 잘 대해주라고 웃어넘깁니다."
 
S. "인도네시아 단체나 기업의 강연 요청이 많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인도네시아를 잘 아는 한국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겠지요. 한마디로 집약한다면 한류의 한 면목을 제게 확인하고 싶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한국인 주재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도 더러 한다. 소개할 것이 참 많은 나라가 인도네시아라고 했다. 쉬워 보이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나라, 세계 4위 인구, 국토 크기 세계 4위, 다양한 종교가 존립하지만 2억 명의 이슬람교도를 보유한 나라, 그래서 싫어도 반드시 '이슬람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찌까랑 지역 한인기업 사원 교육을 마치고
 
S. "인도네시아 문화 중에 아주 특징적인 것을 하나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A. "인도네시아 유력인사가 제게 한 말입니다. 사룽(Sarung) 문화인데요. 사룽이란 보자기 형태의 천을 말합니다. 인도네시아인들이 아주 다양하게 사용하지요. 예배 볼 때는 바닥에 깔고,  아기 볼 때는 포대기, 뭔가를 머리에 일 때는 똬리로 활용합니다. 연인끼리 야외에서 만났을 때도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남자들이 흔히 그걸 옷 대용으로 두르는데, 인구가 많은 이유를 사룽문화에서 찾기도 합니다. 생식기를 압박하지 않으니 건강에도 아주 좋다고 강조하더군요. 팬티를 입지 않는 습성인 데다가 보자기 하나 두르고 풀기가 손쉽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S. "마지막 질문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잘 사는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안선근 박사 식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어디서나 한국인답게 살면 잘 사는 것이겠지요. 제 식은 맺음입니다. 예컨대 인도네시아인과 양부모와 의형제를 정도여야 합니다. 저는 유력 인사들의 자녀를 한국으로 유학 보내는 일에 적극적입니다. 깊고 지속적인 유대를 이루는 방법입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많은 인사들과 함께 한국여행을 함께 하고요. 이 또한 최고의 교류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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