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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오늘날 인도네시아의 언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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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자유칼럼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4,817회 작성일 2014-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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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한국어 강사 일을 하면서,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공존하는 인도네시아에 무한 매력을 느끼게 되어 현재 인도네시아 대학교에서 언어학 석사 과정을 함께 공부 중이기도 하다. 예비 언어 전문가인 동기들과 학문에 열정이 남다른 교수님들 사이에서 언어, 문화에 관련된 지식을 공부하다 보면, 이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진다. 그러나 이토록 다채로운 언어와 문화를 가진 인도네시아가 내외부적 여러 요인들로 인해 자신들의 것을 지키지 못하고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큰 위기감과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인구 2억4천만의 인도네시아는 바하사 인도네시아를 공식어로 채택하고 있지만, 다양한 종족들이 사용하는 지방어는 742개(Lewis, 2009; SIL International Indonesia Branch, 2006)에 달한다고 한다. 자바어(7,520만 명), 순다어(2,700만 명), 말레이어(2,000만 명), 마두라어(1,300만 명), 미낭카바우어(650만 명), 바탁어(520만 명), 부기어(400만 명), 발리어(380만 명), 아체어(300만 명), 사삭어(210만 명), 마카사르어(160만 명), 람풍어(150만 명), 레장어(100만 명)는 언어 사용자가 백만 명 이상인 대표 지방 언어 13가지다(A. F. Lauder, 2003). 그리고 나머지 729개의 언어들은 사용 인구가 수백 혹은 수천 명에 불과하거나 더 적게는 10명도 채 되지 않는 언어들이 있다고 한다.
 
이런 소수종족 언어들은 현재 언어 사용자가 사망하면 언어도 함께 소멸되는 위기에 처해있다. 대부분의 소수 종족어들은 문자도 없이 구어 형태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인구가 많은 자바섬에는 1억 2천만 명 이상의 언어 사용자들이 20여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데 반해, 인구 2백만 명의 파푸아섬에는 271개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하니, 어떤 희귀 언어는 사용자가 두 명밖에 되지 않아 그 할아버지들 돌아가실까 걱정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웃어 넘길 일이 아니었다.
 
 유네스코의 세계 언어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언어들 중 약 30퍼센트만이 세대간의 전달이 온전히 이뤄지고 있으며, 나머지 70퍼센트의 언어들은 힘있는 언어에 밀리거나, 거주자들의 이주, 정부의 잘못된 정책, 소수민족 언어를 바라보는 부정적 태도, 사용자들의 질병이나 전쟁의 발발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점차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상황도 마찬가지 대중매체들 대부분이 바하사 인도네시아를 사용하고, 이보다 더 심하게는 영어가 더 대접받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으며, 소수 종족어들은 점차 그 지역의 학교 커리큘럼에서도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라 지방어와 고유문화가 위협받고 있다.
 
좋은 직업을 구하거나 결혼을 위해서 바하사 인도네시아를 사용하는 것이 소수종족 사이에서 당연하게 여겨지고, 언어 접촉이나 거주 이전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소수 종족을 바라보는 다수의 태도나 교육제도 안에서 지방어를 지지하는 정책 등의 변화를 통해서 지방어의 계승이 꾸준히 이어져 다채로운 언어와 문화가 다양하게 공존하는 인도네시아를 오랫동안 경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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