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지양해야 할 한국어 피동표현과 지향해야 할 인도네시아어 수동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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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자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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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인들이 손님에게 음료를 권하는 방법을 아는가? 그들은 엄지로 음료를 가리키며(검지로 사물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것은 무례하다고 여긴다) ‘Silakan diminum’이라고 말한다. 한국어로는 ‘음료수 좀 드세요’ 이렇게 능동 표현이 어울리지만, 인도네시아 종족들 가운데 가장 예의 바르고 겸손하다고 이름난 자바인들은 수동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이 음료가 (손님에 의해) 드셔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보이는 듯하다.
우리 국어에서 피동표현은 행위의 주체가 불분명하고 영어식 표현이라는 이유로 바른 글쓰기에서 피해야 할 글쓰기 방법으로 간주된다. 특히, 이중피동과 같은 실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군더더기가 붙은 매우 어색한 표현으로 틀린 국어 표현이다. ‘나라가 발전되어지고 있다’ 혹은 ‘기분이 좋아지게 되었다’ 와 같은 말들은 ‘나라가 발전하고 있다’, ‘기분이 좋아졌다’ 처럼 간결하게 쓰면 된다. 한국어의 피동 표현은 보이다, 잡히다 등의 단어에서 볼 수 있듯, 접사 ‘이, 히, 리 기’를 사용하거나 ‘-아/어지다’ 혹은 ‘-게 되다’를 써서 만든다. 그런데 뚜렷한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휘 단위로 기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들은 매우 어려워하는 문법 중의 하나다. 우리 한국인들도 인도네시아어가 중급 수준 이상 넘어가면서, 인도네시아어 수동표현을 만들기 위해 ‘di, ter, ke-an’의 접사와 당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kena’를 사용하는 문법을 배우면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한국어는 피동표현을 지양하고 능동표현을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반면에, 인도네시아어는 수동표현이 빈번하게 사용되며, 그것이 더 공손한 언어라고 생각되므로 우리말로 어색하더라도 자주 쓰이는 수동표현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바른 인도네시아어 사용법이라 할 수 있겠다. ‘Tolong menbawa air’ 보다 ‘Tolong airnya dibawa’ 라고 수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공손한 표현으로 여겨지므로, 다소 어렵더라도 수동표현을 좀 더 확실히 공부하고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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