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32. 명예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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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환의 주간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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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영웅을 탄생시킨다. 인류역사이래 가장 많은 인명피해와 가장 큰 파괴를 가져 왔던 제 2차세계대전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시에 혁혁한 전공을 세운 4성 장성들이 원수로 승진되었다. 북아프리카 전선에서‘사막의 여우’라는 명성을 듣던 롬멜 장군이 1942년 원수로 진급한 이후, 그 다음 해에는 일본제국군에서 본토를 사수하는 동부총군 사령관 스기야마 겐, 서부총군 사령관 하타 준로쿠를 비롯하여,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전선을 총괄하던 데라우치 히사이치 남방총군 사령관이 각각 작위와 더불어 원수 계급장을 달게 된다. 유럽전선에선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성공을 거둔 직후인 1944년 말, 연합군 지휘관들이었던 미국의 아이젠하워 장군, 영국의 몽고매리 장군, 그리고 동부전선을 담당하는 소련의 게오르기 주고프 장군, 미군이 주도하였던 태평양전선의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 그리고 태평양전쟁의 실질적인 승장인 니미츠 제독이 재임 중 원수 대열에 합류하였다.
인도네시아에도 군 명예계급 제도가 있어 3성 장군에서 4성 장군으로 명예 진급된 장성은 많은 편이다. 1965년 9.30쿠데타 당시 진압군 주역이었던 사르워 에디 위보워 장군을 비롯하여 메가와띠 정권 때의 헨드로쁘리요노, 하리 사바르노, 그리고 유도요노 현직 대통령도 명예대장 출신이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는 미국이나 일본군의 원수(元帥)에 비견되는 대장군(Jenderal Besar) 제도가 존재한다. 현재까지 이 칭호를 받은 장군은 ‘국군의 아버지’라 칭송되다 요절한 수디르만(Sudirman) 장군, 수디르만의 뒤를 이어받아 50~60년대 국군 구조조정의 총대를 메면서,수까르노의 좌경화 정부를 견제하며 우익진영의 최후보루 역할을 맡았던 나수띠온(A.H.Nasution) 장군, 그리고 32년 철권정치를 이끌었던 수하르또(Suharto) 장군이 바로 그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사후에 추서 되었기에 명예직에 그쳤다.
작년 10월, 민주당 K 의원이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을 ‘민족 반역자’로 매도하자, 오히려 역풍을 맞은 적이 있었다. 요즘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있는 6·25전사편찬 자문위원장실로 출근하는 백선엽 장군은 6·25전쟁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로 알려진 낙동강 전선의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평양에 제일 먼저 입성한, 6·25전쟁의 ‘살아 있는 전설(Living Legend)’로 미국 전사에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백선엽 장군을 명예원수로 추대하자는 제안은 예비역 단체들을 중심으로 오래 전부터 거론되어 오다가, 2006년 ‘6·25전쟁 기념사업회’가 출범하면서 본격화 되었다. 당시 국군기무사령부는 군 원로들과 현역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사업을 보고한 적이 있었다. 국방부는 당시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명예원수를 추대하기로 의결하였으나,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은 명예진급 규정에는 중령, 대령 계급만 해당돼 있어, 현행법상 명예원수 추대와 관련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회에서 명예원수에 대한 별도의 법을 제정하거나 군 인사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2010년 4월, 국방부는 ‘퇴역군인에 대한 명예원수 수여규정’이란 대통령령을 제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극소수의 예비역 장성들이 “부하 장병들의 공과도 고려 되야 하며, 백 장군의 과오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반대논리를 펴면서 발목을 잡게 된다. 특히 백 장군이 ‘친일인명사전’에 오르자, 광복회는 독립군을 토벌한 전력이 있는 백 장군에 대한 명예원수 추대는 건국이념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약시키자, 국방부는 명예원수 추대 건을 일단 보류하고 말았다.
6·25 발발 63주년과 정전 60주년이 다가오면서, 정전협상의 주역 중 한 명이었던 백선엽 장군에 대한 정부 차원의 기념관 건립과 명예원수 추대 운동이 예비역장성, 또는 예비역 단체에 의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백선엽 장군이 대한민국 최초로 명예원수로 진급되어 다섯 개의 별을 달고 여생을 마칠지에 대한 여부는 박근혜 정부의 숙제로 남게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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