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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월작가의 희로애락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055회 작성일 2014-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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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가슴에는 손수건과 명찰 달고 두 팔을 들어 앞으로 나란히 하던 날. 손수건은 코 닦기 용도로 쓰였다. 그때는 왜 그렇게 코를 흘렸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초등학교 입학식은 코흘리개들의 잔칫날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학생들은 중, 고등학교부터 3일간 ‘MOS(신입생 오리엔테이션)라는 통과의례를 겪어야만 한다.
첫날부터 OSIS(학생간부회)는 신입생들을 어여쁜 미치광이로 만든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진다. 남학생은 머리를 다섯 갈래로 묶어 도깨비 뿔처럼 뾰족하고 여학생은 짝짝이 양말과 신발 신고, 책가방대신 박스를 메고 풍선 달고 등교한다. 도시락은 다섯 가지 색깔 밥을 가져 와 점심 먹게 하고 새벽에 등교하여 밤늦게 하교시킨다.
 
나는 입학첫날부터 도대체 왜 이래 요상한 걸 하는지 알고 싶어 고등학교로 취재 갔었다.
" 잘 생긴 남학생! 이 머리 누가 묶어 줬어요?"
" 우리 이모가 묶어줬어요."
" 멋있네요. 귀엽기도 하고......."
" 저는 너무 부끄러워요. 난생처음 해 본 것이라서."
그러면 다 큰 대학생들에게도 있을까? 당연하지!
대학교는 MOS를 ‘OSPEK’이라 한다.
“학장님도 오스팩 경험하셨나요?”
“물론이죠, 저희들은 요즘학생들보다 훨씬 더 심하게 겪었습니다.”
“왜 이런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나요?”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와 일본 식민지시절 때 신분 높은 자녀들 다니는 학교에 평민 자녀들이 입학하면 교내기강 학립한다는 명목으로 훈련시키던 교칙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독립 후 군인학교에서 일반대학교로 전해졌으며 그 다음 중, 고등학교로 확산되면서 의무화되었다고 한다.
 
입학시기가 되면 이른 아침 여기저기 골목에서 하나 둘이 모여 가장행렬부대를 이루며 등교한다. 보는 이들에게는 재미와 웃음을 자아내지만 사실 신입생들은 고역이다. 자녀들이 안쓰러워 별난 학부모의 항의도 들어오면 진행하던 프로그램이 느슨해질 수는 있어도 스톱되지는 않는다. 간혹 정신력과 체력이 약한 학생들이 견디지 못하고 구급차에 실려 가거나 목숨 잃는 일도 발생한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이 단점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소망하던 학교에 입학하여 자랑스러운 전통과 교훈을 배우며 새내기로서 학교적응훈련을 받는 것이다. 모스 마지막 날에는 선배모스들에게 편지 쓰기가 있다. 모스 기간 중에 가장 무서웠거나 롤모델이었던 선배에게 진솔한 마음으로 고백하는 편지를 써서 선후배간의 우정을 돈독케 하는 시간도 갖는다.
인도네시아학부모들은 자신이 겪은 모스를 회상하면서 선배로서 후배(자녀)의 과제물을 챙겨줌으로 세월의 벽을 허물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유일한기간이라 했다. 그러나 모스가 뭔지도 모르는 내가 우리 아이들을 도와 줄 수 있는 건 그저 일찍 깨워주고 기도하는 일밖에 없었다.
 
이제는 직장인이 된 딸에게 물어보니 신입생 연수기간은 3개월씩이나 되는데 학창시절의 3일은 달콤한 시간이었고, 그 기간을 통하여 선후배들과 우정을 돈독하게 할 수 있는 귀한 경험이었지만 다시는 겪고 싶지 않는 황금의 추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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