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성적은 학생 혼자의 몫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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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월작가의 희로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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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를 두고 선생님, 학생, 학부모가 함께 면담하는 모습
인도네시아학교 학부모가 되고 내가 놀랐던 일은 학기마다 성적표 받는 일이다. 일 년에 두 번, 자녀의 성적표 받으러 학부모들이 직접 학교에 가서 받는 교육방식이다. 그날 학교에 가면, 전교생 학부모들이나 그에 준하는 자격의 학부모대리인이 성적표 받으러 왔다. 문제는 성적표 받는 날이 거의 같은 날이고 나는 세 명의 성적표 받기 위해 몇 년을 초등, 중, 고등학교로 바쁘게 다녔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성적표를 부모와 같이 받아야 하는지 학교 측으로 질문하였더니 ‘인도네시아 교육방침에 성적은 학생 혼자만의 몫이 아니고 교사와 부모가 함께 노력한 공동의 결실이기 때문’이라 했다. 사실, 인도네시아교육부에서는 유급제가 있어 성적표에 상당히 예민하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성적이 낮으면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지 못한다. 성적부진 학생이 유급이 되면 그건 학교에서 잘못 가르친 책임이 아니라는 부모와 학생 셋이서 공동책임을 져야하므로 담임과 학생, 학부모 셋이서 성적표를 펴놓고 면담한다. 학교 측에서는 성적표를 건네주고 반드시 사인을 받는다. 멀리서 온 학생경우에는 자취집 주인이 대신 받아주며 기숙사에서는 감사나 수녀가 대신 받아야 한다.
성적표는 어느 나라든 다 귀하겠지만 특히 인도네시아는 더 귀하게 여겼다. 성적표는 노트 한권으로 되어 있어 초등학교 입학하면 졸업할 때까지 한 권의 성적표를 사용한다. 사용하던 성적표를 가지고 간다.
우리 집 아이가 중학교 2학년 성적표를 잃어버린 적 있다. 3학년이 되면 2학년 성적표를 뒤편에 3학년 성적을 적어야 하는데 잃어버렸으니 문제다. 학교 측에 성적표를 잃어버렸다고 했더니, 성적표는 국가문서에 속하므로 경찰서에 가서 분실신고한 후 접수증을 가져와야 학교에서 발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할 수 없이 학교에 하라는 대로 경찰서에서 절차를 밟아 새로 받은 적 있었다.
인도네시아학교 성적표는 한권으로 되어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입학하여 졸업할 때까지. 한권의 성적표를 열어 볼 때마다 학생은 지나간 학년의 성적을 되돌아 볼 수 있어 좋은 일인지도 모른다. 부진한 성적을 보면서 반성하고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우수한 성적을 보면서 더욱더 자신감을 갖게 될 수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가끔 말한다. 인도네시아학교 다니면 공부가 쉽다고. 아니다. 출석일수만 채우면 진급하는 학교들과는 다르다. 전 과목 중에 낙제점수(학교마다 차이가 있으나 평균 60점 이하) 1 과목만 있어도 유급이 된다. 매년 이런 일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11년을 겪는다고 생각해 보라, 어떻게 인도네시아학교 공부가 쉽겠는가.
나는 말하고 싶다. 아무리 뜨겁고 낯선 오지로 가도 썬크림과 모자만 가져가면 즐겁고 신나더라. 이왕에 하는 공부 교사와 부모가 후원자이니 재미있게 공부하자, 살아보니 그래도 학생시절이 제일 좋더라. 그리고 하나 덧붙인다면 장성하여 직업을 가질 때 자신이 잘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아 돈 벌고,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해야 두 가지 일을 다 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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