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왜 한국사람은 모두 예쁘고, 잘 생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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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자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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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수업을 하다 보면, K-pop과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자주 이런 질문을 한다. “선생님, 왜 한국 사람은 모두 예쁘고, 잘 생겼지요?” 평범한 외모를 지닌 한국인으로서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듣고 있자니 얼굴이 벌개지고 여간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연예인이니까 모두 예쁘고 잘 생겼지요’라고 넘어가 보지만, 학생들이 다시 ‘어떤 걸 그룹은 모두 성형수술을 하지 않았느냐, 한국 연예인들은 대부분 성형수술을 한다더라, 왜 한국사람들은 그렇게 성형을 많이 하느냐’ 날카로운 질문을 해대면, 나는 곧 할말을 잃고 만다.
그리고는 한국인으로서 어떤 변명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에 휩싸인다. 심지어 한 학생은 의대에 재학 중이었는데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가 한국으로 성형외과 유학을 가기 위해서라고 대답한 적도 있다. 과도한 성형수술과 획일화된 유행으로 한국에서는 여러 부작용들이 많은데, 이 사실을 그대로 학생들 앞에서 비판해도 되는 걸까? 아니면 외국인 앞이니까 문제점 말고 좋은 이야기만 해야 하는 걸까? 한국인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매뉴얼 답안(?)이라도 좀 마련해 달라고 외교통상부나 한국대사관에 요구하고픈 심정이다. 정말 왜 많은 한국인들은 성형수술을 하며 외모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일까?
한국인하면 자연스레 ‘성형’이 연상된다니 애석한 일이지만, 여러 매체에 보도된 것처럼 통계상으로도 한국은 인구수 대비 성형수술 부동의 1위 국가가 분명하다. 한국의 성형시장이 전세계 성형시장의 무려 1/4 규모에 달한다고 한다. 성형뿐 아니라, 화장법과 옷차림, 패션 아이템 등 뷰티와 연관된 모든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의 유행을 이끄는 나라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회적 분위기와 획일화된 미적 기준 그리고 과열된 경쟁 속에서 한국인들은 성형을 통해서라도 남들보다 우월해지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이는 곧 외모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성형수술을 불러 일으켰다.
인도네시아에서 살다 보면, 성형과 다이어트, 유행에 대한 스트레스와는 거리를 둘 수 있다. 버스 정류장마다 각양각색 다양한 부위의 성형 전후 비교사진이 붙어있던 서울의 도심 풍경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았던가? 남자들은 한국에서 계절마다 바꿔 착용해야 했던 옷과 넥타이, 비싼 구두와 시계로부터 벗어나 바틱 셔츠 몇 벌로 일 년을 버티는 분들도 계실 테고, 여자들 역시 독한 다이어트와 성형, 한겨울에도 하의실종 패션이 유행하는 한국의 고단함을 벗어나, 시원한 원피스 한 벌과 선크림 하나로 산뜻하게 외출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는 개인의 선택과 가치관의 문제겠지만, 유행에 민감하고 늘 새 옷으로 세련되게 자신을 가꿔야 했던 한국의 엄격한 삶보다는,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인도네시아에서의 모습이 훨씬 숨통이 트인다.
한국에서는 외모를 가꾸지 않거나 유행을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기도 하고 촌스러운 사람으로 낙인 찍히고 마는데, 이곳은 이렇다 할만한 유행이 따로 없거니와, 외모를 평가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어 외모로 인한 스트레스가 덜하다.
최근 한국의 케이블 채널에서는 성형을 너무 자주해서 부자연스러운 얼굴의 참가자들에게 복원치료와 정신과 상담 진료를 제공해 성형전의 자연스러운 얼굴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고 자존감과 사회성 회복을 돕는 프로그램도 방영되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외적인 것에 너무 치중해 있는 우리 사회에 염증을 느끼고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한국인들은 다시 많아지고 있는데, 이와 반대로 외국인들은 한국의 완벽한 외적 가치 추구와 인위적인 아름다움에 매력을 느끼는 상황이다.
한국의 성형관광 패키지에 관심을 보이고, 어설픈 한국어 상표를 붙인 중국산 한국 스타일 저가 옷에 열광하면서 ‘워너 비 코리언’을 외치는 우리 인도네시아 학생들을 보면서, 여러분들의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가 아름답다고, 여러분 스타일대로 마음껏 멋을 부리라고, 한국 스타일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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