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경제 민족주의와 경제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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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욱의 수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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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7월 9일로 다가온 인도네시아 대선을 앞두고 두 후보 진영간 지지율이 혼전인 상황에서 지난 15일 2차 TV토론이 있었다. 주제는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정책공약 토론 이였으며 쁘라보워 후보와 조꼬위 후보간에 세부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었다고는 하나 두 후보 모두 비전과 정책 방향에서 “경제 민족주의” 성향은 전혀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민족주의 성향을 주지해온 쁘라보워 후보의 경우 외국계 투자자들에 의해 매년 1조루피아 (약 845억 달러)정도로 잠식 당해 있는 부분을 인도네시아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그간 기업친화적으로 변화해 오던 조꼬위 후보 역시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앞두고 외국인들 지배를 막기 위해 규제장벽을 강하게 운영할 수도 있음을 표명했다.
이를 두고 향후 인도네시아 외국인 투자환경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앞서겠지만 자세히 내막을 들여다 보면 이는 정치적이고 전략적인 레토릭인 성향이 강하다. 한 국가의 통치이념으로서 민족주의 (Nationalism) 만큼 훌륭한 사상은 없다. 게다가 민족주의는 어떤 정치적 혼란도 모두 무마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 실례로 수 만개의 섬과 300여 개가 넘는 종족 구성, 그리고 이슬람이 지배적이지만 모든 종교의 자유가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종족과 종교 분쟁을 뛰어 넘는 방법은 민족주의 외에는 없고 이는 다른 전세계 국가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경제화 시대에 경제 민족주의 (Economic Nationalism)의 주창이 진정으로 국가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경제 민족주의는 기본적으로 에너지나 광물자원 수출규제, 수입관세장벽, 기업인수 및 투자제한, 사기업 국유화 등 매우 광범위한 정부개입이 따르고, 정치적으로 경제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이 부합되었을 때 커지는 관피아 세력들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괴력이 실로 막강하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얼마 전 아르헨티나가 13년 만에 또 다시 찾아 온 디폴트 위기와 함께 S&P 신용등급은 CCC-로 두 단계 급락된 투기등급 판정을 받았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에 아르헨티나는 세계 4~5위 경제 부국 이였다. 신이 내려준 풍요의 땅이라 불리는 아르헨티나는 지금도 곡물생산의 75%를 수출하며 소고기도 년간 300만 톤 생산에 100만 톤 이상 수출하는 국가다. 원유는 자급자족이 가능하며, 천연가스는 남미 1위이고 구리, 금, 은, 우라늄 등 광물의 75%가 미개발된 상태인 나라임에도 고작 NHL캐피털 펀드 13억 달러를 갚지 못해 국가 디폴트가 된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역시나 그간 연속적인 국가 주도형 산업정책의 실패가 주요 이유 중 하나이다. 1차 세계대전 시 자유개방 시장으로 축적된 부국경제를 2차 대전 이후 외국자본 배제, 산업국유화, 최저임금인상 그리고 페로니즘이라 불리는 극단적 민중주의적 복지정책으로 국고를 다 날리고도 농업국가에서 공업국가로 발전을 못했으며, 국민가구 30% 이상이 하루 2달러 수준인 빈곤 국가인 상황이다.
분명 자본주의 시장경제도 완벽한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공공재, 독과점, 양극화 등 시장의 실패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국가의 무분별한 경제 개입 시 일어나는 정부의 실패는 시장의 실패보다 더 괴롭다는 걸 알아야 한다. 작년 한국 대선의 경제분야 이슈는 경제 민주화였다. 민주화도 민족주의처럼 정치적으로 국민을 위한 훌륭한 이념이다. 그러나 경제 민주화의 경우도 어느 수준까지 평준화와 정부개입이 필요한지 고민과 기준이 없으면 기업발전 동기부여는 사라질 수 있다.
아르헨티나 축구영웅 메시는 연봉이 무려 1,600만 유로(약231억원)다. 과도한 양극화도 문제긴 하나 경제 민주화로 메시 연봉을 모든 축구선수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준다면 메시나 호나우두 같은 축구스타가 나올 수 있을런지. 아마 월드컵도 점점 흥미 없는 스포츠로 전락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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