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보고르 식물원 두 번째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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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경의 잘란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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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경의 잘란잘란 인도네시아 보고르편③
글. 사공 경 / 한인니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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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산책로는 정문 부근 Raffles 여사의 기념비에서 시작하는데 주로 연못이 많이 나오며 약 75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 산책로에서는 판다누스과 식물, 빅토리아 연못, 수중 정원, 목련 속(屬) 식물이 있는 분수 연못, 오일팜(oil palm, kelapa sawit)을 포함한 92속의 야자나무와 De Daunan카페를 볼 수 있다.
왕의 나무와 Smith 박사 기념 벤치: 산책로 시작 지점에서 깔리만탄이 원산지이고‘왕의 나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멩가리스(Mengaris, pohon kempas, koo, Passia excelsa)를 보게 된다. 엄청난 크기의 뿌리가 밖으로 나와 40m 높이에 달하는 긴 줄기를 받치고 있어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 나무는 왕실 식탁 위에 올라오는 꿀을 제공하는 벌들을 끌어 모은다고 한다. 왕의 나무 왼쪽 편에는 식물원을 굴착할 때 발견한 600년 이상 된 힌두시대의 유물조각상들이 있다.
Smith 박사 기념 벤치도 있는데 스미스박사는 식물표본실의 원장을 역임한 적이 있고 네덜란드령 동인도제도에서 난초학 연구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벤치 부근에 있는 판다누스(Pandan, Pandanus boninensis) 나무는 아름다운 뿌리조직을 가지고 있다.
연못 주변과 수생식물: 대통령궁 뒤에 있는 연못 깊이는 약 1-2m이며 연못 사이를 걸어가다 보면 얼굴이 여우와 비슷한 큰 박쥐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연못 주변 더블 코코넛 나무, 타잔 나무로도 유명한 elephant creeper 나무도 있다. 연못의 수중 식물을 보면, 더위에 지친 발걸음에 다시 활기가 솟는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빨강, 노랑, 분홍, 흰색, 초록, 보라색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한 폭의 그림 속에 들어가 있다. 연못에서 자라는 수생식물은 크게 4가지 종류도 나뉘는데, 전체가 물속에서 자라는 식물과 물에 떠 있는 식물, 물에 뿌리를 두는 식물, 물 가장자리 혹은 젖은 곳에 사는 식물로 구분된다.
빅토리아 연못: 브라질 아마존 원산인 큰 가시연꽃(Victoria amazonica(Nymph.))은 영국인이 처음 발견하여서 영국 여왕의 이름을 딴‘빅토리아 아마존 연꽃’이라고도 한다. 이 연꽃은 동남아에서 제일 큰 연꽃으로 잎의 지름은 1.5m 길이까지 자랄 수 있고 아기의 체중(5kg)을 버틸 수 있다.
밤에 꽃이 피기 때문에‘밤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연꽃을 보면 모네의 ‘수련’을 보면서 침몰하고 있었다고 말한 어느 화가의 말을 떠올리며 심연의 푸른빛에 풍덩 뛰어들고 싶다. 부근에 샴푸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샴푸나무’, 나무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bunga ratu(Amherstia nobilis)도 볼 수 있다.
언덕 위에 있는 Cafe De Daunan은 식물원 동쪽 낮은 언덕 위에 위치한다. 내려다보이는 전경은 초록색의 거대한 병풍을 둘러놓은 것 같다. 부근에 계피나무와 판야 나무(kapok)도 있다. 판야나무의 솜털에 싸인 종자를 까뽁이라고 하는데 물에 젖지 않으며 보온성이 높고 부력이 커서, 구명대, 전기 절연체나 방음 장치의 주 재료로 쓰이고 베개에 넣기도 한다.
식물원에 아름다운 가로수 꽃길, Astrid avenue를 못미처 마다가스카르 섬이 원산지인 Pisang kipas가 있다. 부채처럼 생겼으며 잎집에 물이 저장되어 나그네들이 목을 축일 수 있고, 방향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나그네 나무’라고도 한다. Astrid 길은 1928년에 벨기에 Astrid 공주가 신혼여행으로 이 식물원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 길에 칸나를 심어 벨기에 국기의 색깔인 노랑, 빨강, 검정을 상징한다. 물소리도 들리는데 뿐짝산에서 Ciliwung 강으로 흐르는 강은 보고르 식물원을 거쳐 Sunda Kelapa까지 흐르게 된다.
자연의 신비를 호흡하고 건강한 숨소리를 들으며 식물원을 산책하다가 보면 세상의 온갖 명리가 다 부질없어 보인다. 동행이라도 있어 말없이 산책로의 연못 사이를 걷다가 어느 순간 눈길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식물성의 푸른 물이 잔뜩 들어 있는 그 눈빛에 감동하게 되리라.
(한*인니문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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